미국과 이란이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 협상을 진행하는 가운데 양측의 무력 충돌이 반복되며 협상판이 흔들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역봉쇄 중인 미군이 2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으로 향하던 빈 유조선 1척을 미사일로 공격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쿠웨이트와 바레인의 미군기지를 향한 보복에 나섰다. 그러자 미군은 다시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격하는 등 양측은 지난 일주일간 수차례 공격과 보복을 주고 받고 있다.
협상 막바지에 휴전의 틀을 유지한 채 군사적 압박과 대응 수위를 높여가며 최대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군 "이란 향하던 유조선 봉쇄 경고 불응해 미사일로 무력화"
이란 "바레인·쿠웨이트 미군 기지 타격" 보복
미군은 2일 이란에 대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를 회피해 이란으로 향하던 빈 유조선 1척을 미사일로 무력화했다.
중동 지역 미군 작전을 총괄 지휘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보츠와나 국적 유조선 'M/T 렉시호'에 대해 국제 수로를 통과해 (이란)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중 봉쇄 조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하르그섬은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이다.
미 중부사령부는 해당 선박 승무원들이 24시간 동안 반복된 경고를 무시했고, 미군의 수차례에 걸친 지시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결국 미군 항공기가 이 선박을 무력화시켰다고 전했다.
미군은 선박의 엔진룸에 정밀 공대지 유도 미사일인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에 따라 선박은 이란에 닿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미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4월 13일부터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이란 항구나 연안에서 입·출항하는 모든 선박에 대한 봉쇄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미군의 공격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보복에 나섰다. 이날 바레인의 미 해군 제5함대 기지와 쿠웨이트의 미 공군기지를 각각 미사일과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국영 매체를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란이 발사한 세 발의 미사일을 바레인 측과 함께 요격했다는 것이다. 또, 이란이 쿠웨이트를 향해 발사한 미사일은 표적에 닿지 못하고 추락했거나, 이동 경로 중 공중 분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중부사령부는 덧붙였다.
아울러 중부사령부는 또한 이날 이란이 역내 해역을 정당하게 통항 중이던 민간 선박들을 향해 발사한 공격용 드론 3대도 격추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은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의 케슘섬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습이 케슘섬의 "이란군 지상통제소"를 겨냥한 것이었다며, 미군 사상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케슘섬은 걸프 지역 석유·가스 수송의 핵심 항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이란의 가장 큰 섬이다.
美·이란, '공격·보복' 주고받으며 협상 우위 노리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양측은 공격과 보복을 주고 받으며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 주말 이란 고루크와 게슘섬에 있는 이란의 레이더 및 드론 통제 시설에 대해 자위권 차원의 공습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국제수역 상공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의 MQ-1 드론을 격추한 것을 포함해 이란의 공격적 행동에 대응한 신중하고 의도된 공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혁명수비대(IRGC)는 미군의 공격 원점인 쿠웨이트 내 공군 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부근 이란 남부 지역을 공습하고 이란이 쿠웨이트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양측이 무력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 같은 양측의 교전은 새로운 종전안이 테이블에 오르는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일단 풀이된다.
미국의 공격과 이란의 보복 모두 서로 유리한 합의를 끌어내려는 압박 차원에서 이뤄진 셈이다.
美국무 "이란 제재완화는 호르무즈 개방 아닌 핵포기에 연계"
이처럼 양측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으나 종전 협상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ABC 인터뷰에서 "향후 1주일 내로 종전 MOU 합의가 가능하다"고 전망한 바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2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협상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이란 내부 체제가 분열돼 있어 답변을 받는 데 며칠씩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격으로 중상을 입었다는 정보가 있으나 "여전히 국정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 제재완화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아닌 핵포기에 연계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핵 활동을 해서 제재를 받은 것"이라며 "그들이 이를 내려놓기로 한다면 약속과 이행에 따라 제재 완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대가로 제재완화를 주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논의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미국과 이란이 종전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개방, 60일간 핵협상을 포함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마련한 가운데, 미국 내에서 '부실한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제재완화가 오직 핵포기와 연계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란에 양보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의 일부 요소에 대해 협상하기로 동의했다"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언급조차 거부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전쟁을 벌인 결과 이런 논의가 가능해졌다"며 "협상 성공 가능성이 있다. 오늘, 내일, 다음 주에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면 세계를 인질로 삼을 수 있다"며 "북한보다 더 심각한 존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이 핵을 앞세워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장악하고 국제사회에 통행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스라엘·레바논, 美 중재 속 휴전 협상 재개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대표단이 2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고위급 휴전 협상을 재개했다.
CNN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번 회담은 미국 중재로 진행되며, 예키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와 나다 하마데 모아와드 주미 레바논 대사가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크 니덤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댄 홀러 국무부 장관 보좌관,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대사가 중재 역할을 맡았다.
이스라엘-레바논 대표단의 대면 협상은 지난 4월 14일 시작 이후 이번이 네 번째로, 이틀간 이어질 예정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은 빠르면 내일이라도 평화협정에 도달할 수 있다"며 "유일한 장애물은 헤즈볼라"라고 강조했다. 그는 "헤즈볼라는 이란의 자금과 통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며 "레바논에는 정부가 있고 우리가 상대하는 것은 그 정부이지, 헤즈볼라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양국은 지난 4월부터 공식적으로 휴전 상태지만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날 이스라엘이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지역에 대한 군사작전을 예고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이에 이란은 휴전 위반을 주장하며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위협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개입해 양측에 교전 중단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헤즈볼라 측과 각각 통화해 "사격을 멈추라"고 요구했고, 양측 모두 이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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