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카메라 들고 ‘하트 나무’ 품은 이곳으로… 사진 찍을 때마다 인생샷 건지는 한국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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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카메라 들고 ‘하트 나무’ 품은 이곳으로… 사진 찍을 때마다 인생샷 건지는 한국 명소

위키푸디 2026-06-03 16:57:00 신고

6월 초의 숲은 여름이 완전히 내려앉기 전의 싱그러운 빛깔을 품고 있다. 초록빛이 짙어지는 나무들 사이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은 이 시기, 충남 부여의 성흥산 정상에 오르면 어디서든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인생 사진을 건질 수 있는 탁 트인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501년에 축조되어 15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온 성흥산성은 오늘날 거대한 느티나무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자태 덕분에 주말 나들이객과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호젓한 흙길을 걸으며 깊은 사색에 잠기고 푸른 자연 속에서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부여의 숨은 명소를 소개한다.

역사서에 선명히 새겨진 백제 방어의 요충지

부여 성흥산성. / 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여 성흥산성. / 출처 한국관광공사

부여 성흥산성은 백제 동성왕 23년인 501년에 쌓았다는 기록이 <삼국사기> 에 명확히 남아 있는 유적이다. 국가의 중대한 방어 시설을 언제 지었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백제 시대의 성곽이라는 점에서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

성흥산성은 역사적 비화도 깊다. 당시 왕궁을 지키던 최고 지위의 관직자인 '백가'라는 인물이 이 성을 쌓은 뒤, 도성에서 멀어진 것에 앙심을 품고 동성왕을 시해하는 반란을 일으켰던 역사의 무대다. 이후 백제가 멸망한 뒤에는 나라를 다시 일으키려던 부흥 운동군의 핵심 거점이 되기도 했다.

이 산성은 산 정상부를 마치 띠를 두르듯 돌로 쌓아 올린 독특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성벽 높이는 3~4m에 달하며, 단단한 화강암을 정교하게 맞물려 쌓은 구간과 흙을 견고하게 다져 마감한 구간이 교차하며 길게 이어진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발굴 조사를 통해 성 내부에서 군사들이 마실 물을 보관하던 우물터와 식량을 보관했던 창고 흔적이 연이어 발견되었다. 이는 서해에서 금강을 거슬러 올라오는 적들을 한눈에 감시하고 도성을 방어하던 백제 사비성 외곽의 핵심 요새였음을 증명한다.

400년 세월이 빚어낸 천연기념물 ‘사랑 나무’

산성의 주 출입구였던 남쪽 문터를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이곳의 이정표와도 같은 거대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관람객을 압도한다. 수령이 약 400년에 이르고 높이가 22m에 달하는 이 거목은 문화재적 가치를 널리 인정받아 가림성 느티나무라는 명칭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나뭇결을 따라 땅 위로 굵직하게 뻗어 나온 뿌리가 울퉁불퉁하게 얽혀 있어 머나먼 세월의 무게를 눈앞에서 생생하게 전해준다. 워낙 생동감 넘치는 자태 덕에 대형 사극의 단골 촬영지로 쓰여 왔다.

이 나무가 전국적인 명소로 이름을 떨친 비결은 기이하게 뻗은 나뭇가지에 있다. 수많은 가지 중 하나가 완벽한 반쪽짜리 하트 모양을 그리며 아래로 부드럽게 휜 채 자라났다.

나무 아래에 서서 사진을 찍은 뒤, 사진을 좌우로 대칭되게 편집해 붙이면 온전한 하트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연인들 사이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사진 명소로 통한다. 초록빛 잎사귀가 가득 돋아나는 6월에는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 서서 저 멀리 금강 하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유금필 사당과 성흥루를 거치는 40분 순환 코스

성흥루. / 출처 한국관광공사
성흥루. / 출처 한국관광공사

산성을 둘러보는 탐방로는 발걸음이 가벼울 만큼 경사가 완만하고 동선이 간결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산 중턱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푸른 솔숲 길을 따라 200m 정도 가볍게 오르면 금방 사랑 나무에 도달한다.

느티나무 앞 성벽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고려 시대의 명장 유금필 장군을 기리는 작은 사당과 마주하게 된다. 백제 시대의 성터 안에 후대의 고려 장수를 모신 사당이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화가 묘한 여운을 준다.

사당에서 조금 더 발길을 옮겨 정상에 다다르면 사방이 탁 트인 2층 누각인 '성흥루'가 나타난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누각 그늘 아래 앉아 땀을 식히며 내려다보는 풍경은 가히 압권이다.

유장하게 흘러가는 금강의 푸른 물줄기와 논산, 강경, 익산 일대의 넓은 들판이 파노라마처럼 시야 가득 펼쳐진다. 사랑 나무에서 출발해 사당과 누각을 거쳐 숲길로 돌아오는 전체 순환 코스는 약 1.2km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천천히 걸어도 40분이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보물 불상이 반기는 대조사와 왕궁터 연계 탐방

대조사. /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조사. / 출처 한국관광공사

성흥산성을 모두 둘러봤다면 산 남쪽 기슭에 아담하게 들어앉은 사찰인 '대조사'를 함께 묶어 방문하는 동선을 권한다. 6세기 초 백제 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절의 뒤편에는 높이가 10m에 이르는 거대한 '석조미륵보살입상'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서 있다.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이 거대 불상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법당인 용화보전 내부에서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고, 대형 유리창을 통해 야외에 있는 미륵보살을 바라보며 절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독특한 건축 구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성을 내려와 부여 시내에 있는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까지 연계해 둘러보면 백제 역사 여행의 묘미를 배로 채울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관북리 유적은 사비 시기의 왕궁 터로 추정되는 드넓은 옛터다.

그 뒤편으로 곧장 이어지는 부소산성의 호젓한 솔숲 길은 초여름의 청량한 정취를 만끽하며 느긋하게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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