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예서 기자】 “대체 화약은 물과 접촉하면 무력화되고, 세척 공정에도 물을 다량 사용해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해 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와 관련 사업장 안전관리 책임자인 가재웅 대전사업장장이 내놓은 이 한마디가 3일 현장은 물론 국민적 공부을 사고 있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해당 발언이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른 공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내 인명 피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다 과거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에서 총 568건의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안일한 안전 인식으로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도 물 세척 공정이라는 이유만으로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방 분야 한 전문가는 “물 자체는 추진제의 반응성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공정 전체의 위험성을 없애는 것은 아니다”라며 “작업장 내에 추진제 잔류물이나 분진, 세척 과정에서 발생한 가연성 물질 등이 남아 있을 경우 여전히 폭발 위험은 존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전기나 마찰, 열원 등 작은 점화원만으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반복 작업 과정을 통해 위험 물질이 축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안전전문가협회 이송규 회장은 한화에어로 대전사업장에서 2018년 추진체 주입 공정 폭발 사고와 2019년 고체연료 제거 과정 폭발 사고가 발생한 전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고 역시 세척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연료 관련 공정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 세척에 대한 안전성은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고체 추진제는 다양한 화학 물질로 구성돼 있어 세척 과정에서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 발생할 수 있고, 잔류 물질이나 마찰·충격 등에 의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안일한 안전 인식에 대한 비판은 현장 노동자들과 정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사고 직후 노조는 물론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 한화에어로의 설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화에어로 허록 노조위원장은 “한화에어로 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 노동자가 존재하는 곳은 특별히 ‘어디가 위험하다, 덜 위험하다’는 것은 없다. 다 위험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자신의 SNS에 기관사 시절 선배로부터 들었던 ‘스쳐도 중상’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무기 만드는 곳에 덜 위험한 현장은 없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산 자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사업장 자체가 고위험 공정이 많은 환경이기 때문에 세척 공정이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는 의미였을 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뜻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가 대전사업장장도 전날 대전 유성구청에서 열린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타성과 관성에 젖어 기존 작업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수십 년 된 관행들을 따라 이행했던 게 실패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며 사과했다. 반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가 대전사업장장은 위험 요소를 보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회사 측 해명만으로 논란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체 추진제와 화약을 다루는 방산 사업장에서 안전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는 판단이 아니라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해 관리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사업장에서는 작업자가 실수하거나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시스템 혁신과 무인·원격화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폭발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이 합동 감식을 벌였다. 발화 추정 지점에서 수거한 연소 잔해물 등 증거물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정밀 감식할 예정이다. 경찰은 폭발 원인과 함께 한화에어로가 앞서 발생한 두 차례 사고 이후 안전 수칙을 준수해 왔는지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안전 설비 미흡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56동 세척동실 내부에는 폐쇄회로(CC)TV와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kg 대형 소화기 1개를 배치해 두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건물 면적상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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