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7만달러 아래로 밀려나며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의 증시 랠리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되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비트코인 최대 보유 상장사인 스트래티지가 일부 보유 물량을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3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스트래티지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까지 비트코인 32개를 약 250만달러(약 38억원)에 매도했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했다.
매도 규모는 전체 보유량 84만3706개의 0.0038%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시장은 상징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편입한 이후 공개적으로 매각 사실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을 사실상 영구 보유 자산으로 간주하며 적극적인 매수 전략을 펼쳐왔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장기 투자 원칙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이번 매각에 대해 "스트래티지의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상징적 원칙에 균열이 생긴 사건"이라며 "투자자들이 해당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분을 더 이상 성역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트래티지 측은 매각 대금을 우선주 배당금 지급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과 자금 조달 부담이 확대될 경우 추가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나온다.
시장 반응은 즉각 나타났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3.88% 하락한 6만9772달러에 거래되며 7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이 7만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4월 이후 처음이다.
가격 하락 폭도 상당하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33.6%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9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 12만2387달러 대비로는 43% 급락했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인 이더리움 역시 1957달러까지 하락하며 지난 3월 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도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후퇴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 역시 추가 긴축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경우 이자나 배당을 제공하지 않는 비트코인의 상대적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이 위험자산보다 미국 국채와 달러 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강해질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수급 부담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만큼 고금리 국면에서는 투자자금 유입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금리와 유동성 측면에서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증시 강세도 가상자산 시장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AI와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증시가 급등하면서 투자자금이 가상자산 시장에서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는 지난달 말까지 10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 규모는 약 29억7000만달러(약 4조원)에 달한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달 29일 기준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은 118조2670억원을 기록한 반면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대금은 16조9190억원에 머물렀다.
한때 비슷한 수준까지 근접했던 주식시장과 가상자산 시장 거래 규모가 최근 들어 큰 격차를 보이며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비트코인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금리 부담이 여전한 상황에서 증시로 자금 이동이 이어지고 있고, 스트래티지 매각이라는 상징적 이벤트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스트래티지의 매도 물량 자체는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로 크지 않다"면서도 "장기 보유의 상징이었던 기업이 처음으로 매각에 나섰다는 점은 투자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 현물 ETF 자금 흐름, 증시 강세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비트코인 가격을 압박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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