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장중 8900선을 돌파한 뒤 불과 몇 분 만에 8500선 초반까지 밀리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최근 급등세를 이끌었던 반도체 대형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매매가 집중되면서 시장의 등락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 장 초반 8900선을 넘어선 뒤 장중 8503.48까지 급락했다. 이후 낙폭을 대부분 회복하며 전 거래일보다 0.15% 오른 8801.49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의 매매가 집중되면서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다.
삼성전자는 프리마켓에서 37만7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장중 34만2000원까지 밀렸다. 이후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 거래일 대비 3.3% 상승한 36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장중 240만원대와 225만원대를 오가는 급격한 변동성을 보인 끝에 전 거래일보다 0.13% 하락한 236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기대감으로 최근 강세를 보였던 LG전자도 장중 46만원대를 기록한 뒤 33만원대로 급락했고, 네이버 역시 28만원대와 24만원대를 오가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기업 시가총액 집계업체 컴퍼니즈마켓캡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조5600억달러를 기록하며 메타를 제치고 세계 10위에 올랐다.
지난달 초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이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기업가치가 5000억달러 이상 증가한 셈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총 9위인 테슬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으며, 8위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에너지기업 사우디 아람코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27일 상장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변동성 확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 상품인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의 이날 회전율은 198.77%를 기록했다. 상장된 물량이 하루 동안 두 차례 가까이 손바뀜했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하락에 투자하는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회전율은 475.66%에 달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무려 2014.31%까지 치솟으며 초단기 투기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는 이들 상품이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매매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나아가 코스피 지수의 변동성까지 확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개별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개인투자자 쏠림 현상이 지수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당분간 장중 변동성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도 시장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5941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역대 세 번째 규모의 순매도 기록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6조3485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도 물량을 대부분 받아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으며, 누적 순매도 규모는 60조1688억원에 달한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당분간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책 모멘텀 둔화와 차익실현 매물이 맞물릴 경우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방선거 종료 이후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고,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도 커지고 있다"며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작은 악재에도 차익실현 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구간"이라며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업황 개선이라는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단기 조정이 나타나더라도 중장기 상승 추세 자체가 훼손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나오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