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사라진 이후에도 감각 속에 남아 있는 빛과 색, 그리고 풍경의 흔들림에 대한 작가의 사유에서 출발한다. 남궁솔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이 어떻게 기억으로 축적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감각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지를 회화를 통해 탐색해 왔다.
작가의 화면은 특정한 장소나 장면을 재현하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지나간 감각이 다시 떠오르는 순간,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며 관객 각자의 경험과 기억을 불러낸다. 흐릿하게 겹쳐지는 색채와 빛의 흔적,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붓질은 명확한 서사보다 감각의 울림에 가까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남궁솔의 회화는 눈앞의 현실을 묘사하기보다 기억 속에서 변형되고 축적된 이미지의 층위를 드러낸다. 화면 위에 남겨진 색과 흔적들은 사라진 시간의 잔재이자, 다시 생성되는 감각의 순간으로 읽힌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행위를 넘어 스스로의 기억을 더듬고 내면의 풍경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독일 드레스덴 조형예술대학(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Dresden)에서 순수미술 디플롬(Diplom)과 마이스터슐러(Meisterschüler) 과정을 마쳤으며, 독일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25년 독일의 권위 있는 신진미술상 파이널리스트로 선정되어 레클링하우젠 쿤스트할레(Kunsthalle Recklinghausen)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국제 미술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독일에서 꾸준히 구축해 온 그의 작업 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해외에서 형성된 시선과 감각, 그리고 동시대 회화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나는 장이기도 하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미지는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그러나 남궁솔의 회화는 이러한 속도에 저항하듯 천천히 바라보기를 요구한다.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만큼 새로운 색과 감각이 드러나고, 관객은 화면 속에서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발견하게 된다.
디아컨템포러리 조수정 디렉터는 “남궁솔의 작업은 눈에 보이는 풍경보다 감각의 잔존과 기억의 흐름을 다루는 회화”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들이 잠시 멈춰 서서 오래 바라보는 경험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남궁솔 개인전은 지난 5월 30일부터 오는 6월 20일까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디아컨템포러리에서 개최되며, 오프닝 리셉션은 지난 5월 30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사라진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각의 흔적과 회화가 지닌 시간성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동시대 회화가 품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적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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