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여파로 민간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인허가와 착공 지표가 나빠지면서 현장의 공사비 갈등이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년 새 9p 이상 상승한 공사비… 자재 가격 동반 폭등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6.88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4월(127.45)과 비교해 3년 새 9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세부 품목별로는 아스콘 및 아스팔트 제품이 전월 대비 28.83% 올랐고 레미콘(4.08%)과 건축용 금속제품(3.91%)도 상승했다. 도로 포장, 단지 조성, 골조, 마감 공사에 쓰이는 필수 자재 가격이 동시에 치솟으며 주거용 건물 하위지수도 전월 대비 1.41% 상승했다.
현행 분양가 규제와 표준건축비 산정 방식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지을수록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따라 시행사, 시공사, 정비사업 조합 간의 공사비 증액 갈등이 반복되며 착공 지연과 수주 포기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상승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 이후 인건비 인상과 안전 기준 강화가 겹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으로 유가와 환율이 요동치며 석유화학 기반 자재 가격이 올랐다. 폴리프로필렌·폴리에스터·폴리염화비닐(PVC) 수지 등은 마감재, 방수재, 배관재 등 여러 공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공사비 증액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송파구 마천4구역 재개발 조합에 총공사비를 기존 3834억 원에서 6733억 원으로 75.6% 증액했다. 또 공사 기간을 34개월에서 44개월로 10개월 연장해달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은 마천4구역 외에도 은평구 대조1구역 재개발, 강동구 등촌1구역 재건축 조합 등과도 공사비 증액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10월 준공을 앞둔 대조1구역은 나프타 수급 차질로 주요 마감재 반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공사 지연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중소사 양극화 심화… 정부 비상 대응 착수
시장 침체로 대형 건설사와 중소·전문 건설사 간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수도권 핵심 정비사업과 해외 대형 프로젝트는 대형사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는 반면, 지방과 중소 건설업체는 수주 절벽과 자금난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렸다.
종합건설사는 금융 조달과 시공을 전담하는 원도급 구조상 외부 충격을 먼저 받고, 하도급 개념의 전문건설업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고금리 환경에서 신용도와 담보력이 약한 중소사들은 버틸 체력이 부족하다는 게 현실이다. 실제 건설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자보상배율 1 미만) 비중은 44.2%이며, 이 중 중소 건설사가 86%를 차지한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응해 기존 '중동전쟁 기업 애로 지원센터'를 격상하고 3일부터 '건설현장 비상경제 태스크포스(TF)' 운영에 나섰다. 중동 리스크가 국내 건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이 커졌다"며 "공사비 분쟁을 중재하고 공급 지표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주택공급 축소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요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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