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를 쓰다 보면 어느 날부터 물 내려가는 힘이 약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한 번에 시원하게 내려가던 물이 힘없이 돌다가 멈추고, 결국 물을 한 번 더 내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면 꽤 불편하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수리 비용이다. 변기 자체가 고장 난 건 아닌지, 배관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부터 앞선다. 하지만 의외로 원인은 변기 탱크 안에 있는 작은 부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탱크 뚜껑을 열어보면 물 높이, 부품 위치, 작은 호스 방향만으로도 어느 정도 원인을 짚을 수 있다.
특히 탱크 안에 있는 가느다란 호스는 그냥 꽂혀 있는 부품처럼 보이지만, 물 내려가는 힘과 꽤 밀접하다. 호스 끝이 제자리를 벗어나 있거나 방향이 틀어져 있으면 변기 안으로 보충돼야 할 물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탱크 안 수위 조절 장치, 위로 올리면 물이 더 많이 찬다
변기 탱크 뚜껑을 열어보면 물 위에 떠 있거나, 기둥처럼 세워진 부품이 보인다. 집마다 모양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는 일은 비슷하다. 탱크 안 물 높이를 맞춰주고, 물이 정해진 높이까지 차면 급수를 멈추는 부품이다. 흔히 플로트 밸브나 볼탭이라고 부른다.
이 부품에는 보통 작은 버튼이나 클립처럼 생긴 고정 장치가 달려 있다. 이 부분을 위아래로 움직이면 탱크 안 물이 어느 높이까지 찰지 조절할 수 있다. 버튼이 빨간색으로 된 제품도 있는데, 빨간 버튼을 누른 뒤 부품을 위로 올리면 물 높이도 함께 올라간다. 원하는 높이에 맞춘 뒤 다시 고정하면 된다.
변기 물 내려가는 힘이 약하다면 수위 조절 장치가 너무 낮게 고정돼 있을 수 있다. 탱크에 물이 적게 차면 버튼을 눌렀을 때 한 번에 내려가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당연히 물살도 약해지고, 변기 안쪽 물이 시원하게 빠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수위 조절 장치를 조금 위로 올려 탱크에 물이 더 차도록 맞춰준다. 다만 무조건 높게 올리는 것은 좋지 않다. 탱크 안 물 높이는 오버플로우관보다 2~3cm 낮은 정도가 알맞다. 물이 관보다 높게 차면 사용하지 않을 때도 물이 계속 흘러 들어가 수도 요금이 늘어날 수 있다.
오버플로우관 안쪽으로 호스가 들어가야 물이 제대로 찬다
변기 탱크 안을 보면 흰색 기둥처럼 세워진 관이 하나 보인다. 이 부품을 오버플로우관이라고 부른다. 탱크 안 물이 기준보다 높아졌을 때 넘친 물을 변기 안쪽으로 흘려보내는 장치다. 물이 탱크 밖으로 새지 않도록 막아주는 장치라고 보면 쉽다.
오버플로우관 주변에는 가느다란 호스도 함께 연결돼 있다.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 호스 위치가 틀어지면 변기 물 내려가는 힘이 약해질 수 있다. 호스 끝은 오버플로우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물을 내린 뒤 탱크가 다시 채워질 때 변기 안쪽으로도 물이 함께 보충된다.
문제는 호스가 오버플로우관 밖으로 빠져 있을 때 생긴다. 호스 끝이 엉뚱한 곳을 향하면 변기 안쪽으로 들어가야 할 물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탱크 안 물 높이도 충분히 올라오지 못해 다음 물 내림 때 힘이 떨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탱크에 물이 차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물의 양이 부족한 채 버튼을 누르게 되는 셈이다.
확인 방법은 어렵지 않다. 탱크 뚜껑을 열고 가느다란 호스 끝이 흰색 오버플로우관 안으로 들어가 있는지 보면 된다. 빠져 있다면 호스 끝을 관 안쪽으로 넣고 흔들리지 않게 고정한다. 클립이 달린 제품은 클립을 관 가장자리에 끼워두면 된다. 호스만 제자리에 넣어도 물이 차는 양이 달라지고, 물 내려가는 힘도 한결 나아질 수 있다.
구슬 줄은 헐겁지도 팽팽하지도 않게 맞춰야 한다
변기 버튼을 누르면 탱크 바닥에 있는 마개가 들리면서 물이 한꺼번에 내려간다. 버튼과 마개를 이어주는 부품이 구슬 줄, 또는 체인이다. 버튼을 누르는 힘이 줄을 따라 마개까지 전달되고, 마개가 충분히 열려야 탱크 안 물이 빠르게 빠져나간다.
줄이 너무 늘어져 있으면 버튼을 눌러도 마개가 끝까지 들리지 않는다. 물이 한꺼번에 빠져나가야 하는데, 마개가 조금만 열리면 물 내려가는 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심하면 물이 다 내려가기 전에 마개가 다시 닫혀 물 내림이 답답하게 끝난다.
반대로 줄이 너무 팽팽해도 문제가 생긴다. 마개가 바닥에 딱 맞게 닫히지 못해 물이 조금씩 새어 나갈 수 있다. 눈에 보일 만큼 흐르지 않아도 탱크 안 물이 계속 줄어들고, 급수가 반복되면서 수도 요금이 늘어날 수 있다.
알맞은 장력은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 마개가 완전히 닫히고, 버튼을 눌렀을 때 마개가 끝까지 들리는 정도다. 줄 연결 고리를 한 칸씩 옮겨보면서 확인하면 된다. 버튼을 눌렀을 때 헛도는 느낌이 들면 줄이 느슨한 편이고, 아무것도 누르지 않았는데 마개가 살짝 들려 있다면 줄이 지나치게 팽팽한 상태다.
탱크 안 부품 상태도 함께 살펴야 할 때가 있다
수위 조절 장치와 호스 위치, 구슬 줄까지 모두 확인했는데도 물 내려가는 힘이 그대로라면 탱크 안 부품이 낡았을 가능성이 있다. 변기 탱크 안 부품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나 고무로 만들어져 오래 쓰면 휘거나 닳는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물을 막아주는 힘이 떨어지거나, 정해진 높이에서 급수를 멈추지 못하는 일이 생긴다.
특히 탱크 바닥 마개 역할을 하는 플랩 밸브와 물 높이를 맞춰주는 플로트 밸브는 오래 쓰면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에 가깝다. 고무 마개가 딱딱해지면 물이 조금씩 새고, 플로트 밸브가 낡으면 탱크에 물이 충분히 차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위치를 조금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물 내려가는 힘이 돌아오지 않는다.
해당 부품은 철물점이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가격도 큰 부담이 없는 편이다. 같은 방식의 부품을 골라 교체하면 수리 기사 없이도 해결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물을 잠그고 탱크 안 물을 비운 뒤 작업해야 하며, 기존 부품 모양과 연결 방식을 먼저 사진으로 찍어두면 교체할 때 훨씬 수월하다.
점검 순서와 주의사항, 따라 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탱크 안을 살펴보기 전에는 변기 뒤쪽 벽면에 있는 급수 밸브부터 잠그는 편이 안전하다. 탱크 뚜껑을 열어둔 채 부품을 만지다 보면 물이 계속 차오르거나, 손댄 부품 때문에 물이 넘칠 수 있다. 작업 중 물이 계속 들어오면 수위도 제대로 보기 어렵고, 바닥에 물이 튈 수도 있다.
급수 밸브는 보통 변기 뒤쪽 아래에 달려 있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잠기고, 점검이 끝난 뒤 왼쪽으로 돌리면 다시 열린다. 밸브를 잠근 뒤에는 변기 물을 한 번 내려 탱크 안 물을 어느 정도 비워두면 내부 부품을 살피기 훨씬 쉽다.
탱크 뚜껑도 조심해서 다뤄야 한다. 변기 탱크 뚜껑은 무게가 있고, 도자기 재질인 경우가 많아 떨어뜨리면 쉽게 깨진다. 바닥에 바로 내려놓기보다 수건이나 매트 위에 올려두면 파손을 줄일 수 있다.
수위 조절 장치, 오버플로우관 안쪽 호스, 구슬 줄 장력을 차례로 확인한 뒤에는 급수 밸브를 다시 열고 물을 내려보면 된다. 탱크에 물이 차는 높이와 물 내려가는 힘이 달라졌는지 바로 볼 수 있다. 물이 시원하게 내려간다면 뚜껑을 다시 덮고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수리 부르기 전 확인해야 할 변기 탱크 체크리스트
1. 탱크 안 물 높이부터 확인한다
변기 물 내려가는 힘이 약해졌다면 가장 먼저 탱크 안 수위를 본다. 수위 조절 장치가 너무 낮게 고정돼 있으면 탱크에 물이 적게 차고, 버튼을 눌렀을 때 빠져나가는 물의 양도 줄어든다. 이럴 때는 수위 조절 장치를 조금 위로 올려 물이 더 차도록 맞춘다. 다만 물 높이는 오버플로우관보다 2~3cm 낮게 맞추는 편이 좋다.
2. 오버플로우관 안쪽 호스 위치를 본다
탱크 안 가느다란 호스 끝은 오버플로우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야 한다. 호스가 밖으로 빠져 있거나 엉뚱한 방향을 향하면 변기 안쪽으로 보충될 물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겉으로는 탱크에 물이 차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 물의 양이 부족해져 다음 물 내림 때 힘이 떨어질 수 있다.
3. 구슬 줄 장력을 맞춘다
버튼과 탱크 바닥 마개를 이어주는 구슬 줄이 너무 늘어져 있으면 마개가 끝까지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너무 팽팽하면 마개가 완전히 닫히지 않아 물이 조금씩 샐 수 있다.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 때는 마개가 닫히고, 버튼을 눌렀을 때는 마개가 끝까지 들리는 정도로 줄 길이를 맞춘다.
4. 부품이 낡았는지 살펴본다
수위와 호스, 구슬 줄을 모두 확인했는데도 물 내려가는 힘이 그대로라면 부품이 오래됐을 수 있다. 플랩 밸브나 플로트 밸브는 오래 쓰면 휘거나 닳아 제 기능을 못 할 때가 있다. 위치를 조정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같은 방식의 부품으로 교체하는 편이 낫다.
5. 점검 전 급수 밸브를 잠근다
탱크 안을 만지기 전에는 변기 뒤쪽 급수 밸브를 잠그고 물을 한 번 내려둔다. 그래야 내부 부품을 확인하기 쉽고 물이 넘치는 일도 줄일 수 있다. 탱크 뚜껑은 깨지기 쉬우므로 바닥에 바로 두지 말고 수건이나 매트 위에 올려두는 편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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