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4월 초 휴전 이후 종전(終戰)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두고 막판 치열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란 매체의 ‘협상 중단’ 보도로 한때 국제 유가가 요동쳤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직접 나서 대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물밑 협상과 달리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는 유조선 무력화와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등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은 되레 고조되는 양상이다.
▲ 트럼프·루비오 “협상은 진행 중…핵 포기가 제재 완화의 유일한 조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최근 이란 관영 매체들이 보도한 미국과의 간접 대화 중단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이 대화를 중단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가짜 뉴스”라며 “우리는 며칠 전부터 어제, 그리고 오늘까지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을 향해 “47년간 이어온 방식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이제는 합의(Deal)를 해야 할 때”라고 압박했다.
같은 날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대이란 전쟁 개시 이후 처음으로 연방의회 청문회(상원 외교위·하원 세출위)에 출석해 이란이 핵 프로그램 협상 테이블에 나왔음을 공식 확인했다. 루비오 장관은 “불과 한 달 전, 일 년 전만 해도 언급조차 거부했던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핵 프로그램의 일부 측면을 협상하는 데 동의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작전이 이란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냈다고 자평했다.
다만 루비오 장관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실 합의’ 우려를 강하게 의식한 듯 고강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의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은 논의된 바 없다며, “모든 제재 완화는 철저히 이란의 ‘핵 포기 약속 및 이행’에만 연계되는 조건부”라고 선을 그었다.
▲ 이란 내부 권력 분열로 답변 지체…최고지도자 모즈타바 ‘중상설’도
종전 합의 시점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1주일 내에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낙관론을 폈지만, 루비오 장관은 이란 내부의 복잡한 사정 때문에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루비오 장관은 “이란 체제 내부가 다소 분열되어 있어 답변을 받는 데만 며칠씩 걸린다”며, 현재 스위스 등 중재자를 통한 간접 협상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군의 공습으로 폭사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뒤를 이은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당시 공격으로 ‘중상’을 입어 서면과 중재자를 통해 제한적으로 국정에 관여하고 있는 정황도 이란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배경으로 지목됐다.
▲ 헬파이어 미사일 발사에 미 공군기지 피격까지…현장은 ‘전쟁 중’
정치적 수사(修辭)와 달리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적 실력 행사는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는 2일 이란의 최대 원유 수출 거점인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보츠와나 국적 유조선 ‘M/T 렉시호’가 경고를 무시하자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해 엔진룸을 정밀 타격, 무력화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지난 4월 호르무즈 해협 역봉쇄 조치 이후 지금까지 민간 상선 6척을 무력화하고 122척을 회항시키는 등 강경한 봉쇄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 측의 보복성 반격도 거세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3일 오전 1시 30분쯤 이란 게슘섬 일대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직후, 쿠웨이트 내 알리 알살렘 미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쿠웨이트 군 당국도 즉각 방공망을 가동하며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양측은 지난 주말에도 게슘섬 레이더 시설 공습과 쿠웨이트 미군기지 피격을 주고받는 등 휴전 중임에도 아슬아슬한 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 미 정치권 여론 양분…“전쟁 종식” vs “의회 승인 없는 무단 전쟁”
한편, 루비오 장관이 출석한 청문회장에서는 대이란 전쟁의 정당성을 두고 야당인 민주당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코리 부커 상원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의회의 승인도 없이 (이란의)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겨냥한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며 협상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루비오 장관이 “이란 전쟁은 사실상 끝났다”고 주장하자, 민주당 측은 현장의 교전을 근거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청문회 도중 시위대가 난입해 루비오 장관을 ‘전쟁범죄자’라고 규탄하는 소동이 벌어지는 등 미국 내부의 여론도 거세게 분열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극적인 타결을 맞이할지, 아니면 다시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회귀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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