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서울 외환시장이 사실상 24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된다. 환전 편의성과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거래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총회를 열고 오는 7월 6일부터 원·달러 외환거래 시간을 대폭 확대하는 행동규범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2일 밝혔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은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개편 이후에는 뉴욕 서머타임 기준 월요일 오전 6시부터 토요일 오전 6시까지 사실상 24시간 연속 거래가 가능해진다. 주말과 1월 1일을 제외하면 국내 공휴일에도 거래가 이뤄진다.
외시협은 "외환거래 시간 공백을 줄이고 국내외 투자자와 수출입 기업들의 환전 편의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외환시장 개편을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추진해 왔다.
현재 한국은 경제 규모와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는 선진시장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패시브 자금을 중심으로 약 300억 달러 이상의 해외 자금이 유입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최근 "외환위기 이후 유지해 온 외환시장 제도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획기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의 영향력이 일부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 외환시장이 문을 닫는 야간 시간대에는 미국 금리나 뉴욕 증시 움직임에 따라 역외 NDF 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먼저 반영됐다. 이후 서울 시장이 개장하면 이를 뒤따라가는 구조가 반복됐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의미의 '웩더독(Wag the Dog)' 현상이 나타난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국제화를 통해 이런 거래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래를 보다 투명하게 만들고 원화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 개방 확대가 장기적으로 원화 국제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4위 경제 규모를 기록했지만, 원화의 글로벌 결제 통화 순위는 2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결제 비중 역시 0.1% 수준에 불과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외환시장은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며 "시장 규모가 커지면 환율의 과도한 상승과 하락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자금 유입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거래시간 확대만으로 환율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다"며 "뉴욕장이 종료되고 아시아장이 열리기 전 시간대에는 거래량이 줄어들어 작은 거래에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6원 하락한 1504.3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11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장중 변동 폭은 18.2원에 달하며 지난해 12월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환율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정세가 쉽게 안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며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며 "외환시장 개편 이후에도 당분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24시간 거래 체제가 장기적으로는 원화 국제화와 외환시장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초기에는 유동성 분산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관리해야 할 과제로 꼽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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