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고대 ‘초(楚)나라’의 낭만과 ‘삼국지’의 서사가 흐르는 땅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중원의 심장이자 장강의 물줄기가 빚어낸 이곳은,
억척스러운 생명력과 우아한 인문학적 기품을 동시에 품고 있다.
이 곳에서 나만의 속도와 취향으로 탐닉한 후베이의 두 얼굴.
걷고 쉬고, 먹고 즐기며
비움과 채움으로
내 마음의 보폭을 맞췄던 그 여정으로 초대한다.
구불구불 산촌마을에서 찾은 뜻밖의 평온 ‘셴닝 구궁산’
세상의 속도가 버거워질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지도의 빈칸을 찾는다. 중국 후베이성 남부의 셴닝(咸宁), 그중에서도 해발 1,300m 위에 숨겨진 구궁산(九宮山)은 ‘아는 사람만 찾아가는’ 비밀스러운 힐링 여행지다.
구불구불한 산길 끝에서 만나는 한적한 산촌마을의 정취, 안개 낀 호숫가를 따라 걷는 느린 발걸음, 그리고 계곡과 협곡을 누비며 마주하는 대자연의 생명력까지. 셴닝이 꼭꼭 숨겨두었던 힐링·치유 스폿을 다녀왔다.
# 구름 속 호수 ‘운중호(云中湖)’ 산책
우한공항에서 셴닝 구궁산까지는 차로 약 2~3시간 거리. 마지막 구간은 구불구불한 산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호수, ‘운중호’. 이름 그대로 ‘구름 속 호수’인 운중호는 해발 1,300m에 자리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여행자를 조용히 맞이한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고요하게 여행자를 반긴다.
이곳의 힐링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저 호수 둘러싸고 난 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는 것에서 시작된다. 바람이 잦아든 호수는 하늘을 그대로 비춘다. 수면 위에 겹쳐진 구름과 산, 그리고 빛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번진다. 거울 같은 평온.
특히 일몰 무렵 도착해 마주한 풍경은 압권. 주홍빛으로 물든 하늘과 호수, 중국식 건축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이 곳에선 카메라 셔터 소리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만큼 깊은 정적이 흐른다. 그 고요마저 기껍다.
# 구궁산 일출 맛집 ‘동고포’
구궁산 여행에서 일출을 놓치면 아쉽다. 그중에서도 ‘일출 맛집’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동고포(铜鼓包)다. 이곳은 일출과 운해, 그리고 밤에는 별빛까지 만날 수 있는 대표 명소다.
일출 시간인 오전 6시 30분에 맞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해가 떠오르기 직전의 산은 유난히 고요하다. 고산지대 특유의 찬 칼바람까지 더해져 발을 동동 구른다. 검푸른 실루엣으로 내려앉은 능선을 바라보며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시간. 짧지만 길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먼 능선 끝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붉은 빛이 천천히 번지기 시작한다. 이내 동그란 해가 떠오르며 하루가 시작된다. 그 순간, 셔터를 누르는 손길보다 벅차오르는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그 순간 여행의 설렘도 한층 증폭된다.
# 황제의 기품 스민 도교사원, ‘서경궁’
구궁산의 심장부, 운중호에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고풍스러운 전각 ‘서경궁(西京宫)’이 모습을 드러낸다. 송나라 시기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도교 사원으로, 이곳은 단순한 종교 공간을 넘어 구궁산의 인문학적 깊이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황제만 사용할 수 있는 ‘구룡(九龍)’ 문양이 들어간 사원”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용’은 권력을 상징하고, 그중에서도 ‘구룡’은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서경궁이 ‘황제의 규격’으로 지어진 사원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 보면 여의주를 물고 있는 용의 부조를 발견할 수 있다.
붉은 기둥과 기와지붕, 송나라 시대 고건축물인 ‘진군석전’, 그리고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낡은 전각들까지. 시간이 켜켜이 쌓인 풍경이 서경궁만의 깊은 운치를 더한다.
#구궁산 하이라이트 ‘석룡협 트레킹’
정적인 호수를 벗어나 조금 더 역동적인 치유를 원한다면 석룡협(石龍峽)이 답이다.
‘운중호’가 고요한 명상 같았다면, 석룡협은 대지가 내뿜는 거친 맥박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해발 1,300m에서 약 500m까지 내려가 산 중턱에서 시작되는 이 여정은 구궁산의 가장 깊은 속살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스룡샤 입구 → 텐징탄(天鏡潭) → 텐츠다오세 폭포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 협곡 사이로 이어진 나무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길 옆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과 졸졸 흐르는 물소리,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어우러지며 오감을 채운다.
이 코스의 매력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 데 있다. 작은 물줄기로 시작해 점점 커지는 계곡과 예상치 못한 순간에 등장하는 폭포가 이어지며, “여기가 끝인가?” 싶은 순간마다 또 다른 풍경이 펼쳐져 지루할 틈이 없다.
4월 이후에는 꽃이 만개하고 수량도 풍부해져 더욱 다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비시즌에는 조화와 포토존이 곳곳에 배치돼 또 다른 즐거움을 더한다.
트레킹은 풍경을 따라 선책을 즐길 수 있는 2시간 코스로, 난이도는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특히 여정의 끝에서 마주하는 메인 폭포. 쏟아지는 물줄기가 그동안의 걸음을 단번에 보상한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 야외에 준비된 과일 한 상. 달콤한 휴식을 선물한다.
# ‘대륙의 스케일’로 즐기는 온천
모든 걷기의 피로는 셴닝 시내의 초대형 온천에서 부드럽게 풀린다. 거대한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인 이곳은 ‘대륙의 스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실내 풀장, 사우나장은 물론 공원처럼 넓게 펼쳐진 야외에는 노천탕과 동굴탕이 숨어 있고, 탐험하듯 하나씩 찾아다니며 온천욕을 즐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있으면 온기가 천천히 스며들며 피로가 풀린다.
# 구궁산 추천 숙소
* 구궁산 파노라마 인터내셔널 호텔
운중호 바로 앞에 자리한 ‘구궁산 파노라마 인터내셔널 호텔’은 산속 리조트다운 편안함이 가장 큰 장점이다. 운중호 산책로와 서경궁, 일출 포인트까지 대부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굳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천천히 걷고 쉬며 머물기 좋다. 로비에서 건네는 따뜻한 흑설탕 생강차 한 잔은 산촌의 서늘한 공기를 부드럽게 녹여주는 소박한 환대로 기억에 남는다.
* 소박한 산촌마을의 위로, ‘무우마을 & 레디쉬 호텔’
산 아래로 내려오면 또 다른 매력의 한적한 산촌마을, 무우공사(夢卜公社)이 기다린다. 중국에서 물이 가장 맛있기로 소문난 이곳은 농촌의 소박함을 트렌디한 감각으로 풀어낸 곳이다.
웰니스 스테이 ‘무 호텔(Radish Hotel)’의 객실 밖으로 나오면 펼쳐지는 유채꽃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화사해진다. 카트를 타고 마을 한 바퀴를 돌며 만나는 노란 꽃물결은 셴닝이 선사하는 가장 화사한 위로다.
이곳에서는 ‘무우 요리’를 꼭 맛봐야 한다. 무로 만든 다양한 요리들은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으로 식욕을 자극한다. 야외 가마솥에서 구워낸 삼겹살, 그리고 폭죽을 잡고 빙빙 흔들며 즐겼던 불꽃놀이도 따스한 추억으로 남았다.
<취재 협조 : 뚱딴지여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