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선제적 지분 투자를 단행했던 현대엘리베이터가 막대한 시세차익을 통해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고 이를 바탕으로 그룹 내 지배력까지 강화하는 다목적 포석을 완성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이 집중되고 있다.
2일 투자은행(IB) 및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12일 나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글로벌 우주산업의 대장주로 꼽히는 스페이스X의 상장 일정이 구체화됨에 따라, 과거 해당 기업 지분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들의 지분 가치 재평가 및 구체적인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나리오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투자 성과가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2021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링크에셋파트너스(옛 링크자산운용)가 설정한 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 지분에 총 1500만달러(한화 약 18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투자 당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약 1000억달러(약 150조원)에서 20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의 글로벌 확장과 대형 발사체 프로젝트의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현재 월가와 IPO 시장에서 거론되는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는 최소 1조7500억달러에서 최대 2조달러(약 2700조원)를 상회하며 최대 2조3000억달러까지 언급되고 있다.
단순 수치상으로 비교해도 투자 시점 대비 기업가치가 10배가량 폭등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선 스페이스X가 계획대로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입성할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 가치가 최대 1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초기 투자 원금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900억원에서 최대 2500억원에 달하는 순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우호적인 환율 흐름까지 고려한다면 원화 환산 수익 규모는 시장의 예측치를 더욱 상회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제표상 해당 펀드는 관계기업 투자자산으로 분류되어 있어, 장부에는 최초 취득 가액으로만 반영되어 있다.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분이 실적에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 회계적 구조다. 하지만 상장 이후 지분 매각을 통해 실제 현금화가 이루어지는 시점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평가다.
투자 차익에 대한 처분 이익이 영업외수익으로 한 번에 반영되어 당기순이익 등 실적 지표가 비약적으로 개선돼서다. 업계에선 실질적인 투자금 회수 시점을 기관 투자자들의 보호예수(락업) 기간이 풀리는 상장 후 6개월에서 1년 시점으로 보고 있으며, 이르면 올해 연말 경 구체적인 현금화 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이번 투자 건에서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현대엘리베이터가 거두게 될 대규모 엑시트 자금의 구체적인 활용처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3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IR)에서 "스페이스X의 IPO가 마무리되고 펀드 만료 및 자산 처분이 가능한 시점이 도래할 경우, 해당 투자 수익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재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2023년 이후 경영 선진화 전략의 일환으로 주주환원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병행하며 2024년에는 배당 성향 100%를 초과하는 파격적인 배당 정책을 실행했고, 2025년에도 주당 1만4000원 수준의 대규모 현금 주주환원을 단행하며 시장의 신뢰를 쌓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페이스X 매각 차익이 더해지면, 기존에 확정된 주주환원 체계에 막대한 규모의 특별배당 재원이 얹어지게 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스페이스X 투자 차익 900억~2500억원을 특별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환원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주 체감 배당 수익률은 극대화될 것"이라며 "이는 최근 국내 증시의 핵심 화두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려 모범적인 주주환원 사례로 평가받으며 기업가치 재평가의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수익은 일반 주주들의 이익 제고를 넘어, 그룹 내 오너가의 지배력을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다지는 전략적 승부수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의 지분 확보 행보에 직접적인 실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전무는 최근 적극적인 장내 매수를 통해 자사주 지분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정 전무는 지난 3월 23~26일 4차례에 걸쳐 28만9000주를 장내 매수, 약 248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지분율을 0.4%에서 1.09%로 끌어올렸다. 이후 4월 3~23일에도 꾸준히 매수를 이어가며 지분을 2.24%까지 확대했고, 5월 19~22일에도 추가 매수를 단행, 보유주식을 117만6612주(지분율 3.01%)로 늘렸다.
업계의 추산대로 스페이스X 매각에 따른 대규모 시세차익이 배당으로 이어질 경우, 정 전무가 수령하게 될 배당 수익만 최대 75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계산된다. 업계에선 정 전무가 이 막대한 배당금을 단순 보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거나 지배력을 다지는 데 재투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은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과 시장의 호응을 얻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지배력을 강화하는 최적의 시나리오가 작동하는 셈이다.
나아가 현대엘리베이터로 유입된 대규모 현금은 배당을 통해 지주사 등 그룹 내로 흘러 들어가 기존 채무 고리를 끊어내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수년 전부터 이어온 스페이스X 지분 투자는 단순한 시세 차익을 넘어, 폭발적인 특별배당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 그리고 그룹 전체의 재무 건전성 회복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결정적 '한 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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