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양정웅 기자) 익숙한 구장이지만, 더그아웃은 낯설었다. 울산 웨일즈의 '거인 출신 4총사'가 고향 같은 사직야구장을 방문했다.
울산 웨일즈는 지난달 30일과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026 메디힐 KBO 퓨처스리그 원정경기를 치렀다.
원래 울산과 롯데는 1일 경기까지 3연전을 치르는데, 롯데 1군이 지난 주말 창원 원정을 떠나면서 사직야구장이 비었다. 이에 1군 구장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진행하는 이채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1일 경기는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치러졌다.
사직에서 열린 두 경기에서 양 팀은 1승씩 챙겼다. 첫날 게임에서는 롯데가 김동혁의 끝내기 안타로 연장 10회 승부 끝에 8-7로 이겼다. 이어 31일에는 울산이 선발 이승근의 5⅔이닝 2자책 투구와 8회 2점을 올린 타선의 힘 속에 5-4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시리즈에서 눈에 띄는 점은, 울산에 상대 팀 롯데 출신 선수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최고참 고효준을 비롯해 투수 심재민과 김도규, 포수 민성우, 내야수 배영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고효준을 제외한 네 선수는 롯데 방출 후 다른 팀으로 가지 않고 울산으로 향했다.
◆'벌써 13년차' 심재민 "예전의 실수나 후회 반복 않으려 운동 잘하는 중"
심재민은 프로 13년 차 베테랑으로, KT 위즈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2021년) 경험도 있다. 2023시즌 도중 이호연과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팀 롯데로 이적했다. 첫 시즌에는 5이닝 완투승을 포함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3경기에서 3.7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 1군에 한 경기도 올라오지 못했고, 2025시즌 1군 단 4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한 후 방출되고 말았다.
"이번 겨울이 제일 힘들었다"고 고백한 심재민은 "울산에서 기회를 주셔서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전에 했던 실수나 후회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몸 관리나 운동도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심재민은 사직야구장이 어색하지는 않다. 그는 "롯데뿐만 아니라 KT 때도 왔었고, 어렸을 때도 와봤다"며 반가움을 전했다.
◆'불펜 포수→현역 복귀' 민성우 "롯데 코치님들 많이 도와주셨다, 다들 너무 좋아하신다"
인천고-인하대 출신의 민성우는 2022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와 포수, 3루수, 외야수 등을 오가면서 다양한 포시션을 소화했다. 2024시즌 막판 방출된 그는 이듬해 불펜포수로 롯데에 돌아왔고, 올해 초 울산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며 선수로 복귀했다.
민성우는 "불펜 포수를 할 때 롯데 관계자분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김용희 감독님이나 김상진, 문동환, 정상호, 유민상 코치님 등이 도와주셨다"며 "선수들 밥 먹는 시간에 밥을 안 먹고 훈련했는데, 타격도 봐주시고 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어떻게 보면 금의환향한 셈이다. 민성우는 "감독님이나 코치님들한테도 인사드렸는데,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라며 "김용희 감독님께서 많이 응원해주셨다"고 전했다.
현재 민성우는 백업 포수로 뛰면서 박제범이나 알렉스 홀 등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아직 주전으로는 부족하다. 제범이가 후배지만 배울 점도 많아서 보고 배우고 있다. 최기문 코치님도 도와주셔서 포수로 실력이 발전되고 있다는 걸 느끼는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날의 과오' 반성한 김도규·배영빈 "롯데 팬들께 정말 죄송하다"
롯데 구단과 팬들에게 미안함을 가진 선수들도 있다. 바로 김도규와 배영빈이다. 김도규는 한때 1군에서 승리조를 맡을 정도로 기대를 모았고, 배영빈 역시 1군 경험을 쌓으며 내야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배영빈은 2023년, 김도규는 2024년 각각 음주운전이 적발됐다. 특히 구단에 즉시 알리지 않았던 배영빈은 곧바로 방출됐고, 김도규 역시 7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고 2025시즌 종료 후 롯데를 떠나게 됐다.
이들은 롯데 팬들에게 사과부터 전했다. 김도규는 "내 실수로 바닥까지 내려갔다. 팬들과 구단에 죄송했다.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30일 경기에서 타석에 서기 전 고개를 숙였던 배영빈도 "내가 정말 큰 잘못을 했다는 걸 알았다. 죄송한 마음으로 뼈저리게 반성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울산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른다. 방출 후 단 3일만 쉬고 다시 운동에 나서며 기회를 받은 김도규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다른 부분의 절실함이 생기며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침에 출근한다"고 얘기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을 키운 배영빈은 "나를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내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매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 울산 웨일즈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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