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데이터를 잡아라”···우크라로 몰리는 기업들, K방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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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데이터를 잡아라”···우크라로 몰리는 기업들, K방산은?

이뉴스투데이 2026-06-02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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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부는 군, 방산업체를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인 브레이브1을 기반으로 지난해 7월부터 ‘테스트 인 우크라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Brave1]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 방산업체를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인 브레이브1을 기반으로 지난해 7월부터 ‘테스트 인 우크라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Brave1]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방산 공식을 만들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방산업체들이 전장에서 실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실전 데이터 확보와 신속한 개량 능력이 향후 방산 경쟁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로 몰리는 세계 방산업체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계기로 세계 방산업체들의 실전 검증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험장과 시뮬레이션 대신 실제 전장 환경에서 장비를 시험하고 군의 피드백을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2023년 4월 출범시킨 방산기술 플랫폼 ‘브레이브1(Brave1)’이 있다. 브레이브1은 정부와 군, 방산업체를 연결하는 혁신 플랫폼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2025년 7월부터 ‘테스트 인 우크라이나(Test in Ukraine)’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방산업체들은 이를 통해 장비를 실제 전장 환경에서 시험하고 실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가 지난해 7월 28일 공개한 발표에 따르면, 독일 방산업체 딜디펜스(Diehl Defence)가 테스트 인 우크라이나 프로그램을 통해 무인지상차량 시험을 진행했다. 딜디펜스는 독일의 대표 방산업체로, KF-21 전투기에 탑재되는 IRIS-T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개발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영국 AI 드론 소프트웨어 업체 오컴 인더스트리즈(Occam Industries)도 브레이브1을 활용한 사례로 꼽힌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오컴은 유럽산 드론 체계에 자사 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시험했지만, 전장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확인됐다. 이후 브레이브1의 연결로 우크라이나 제조업체와 협력해 소프트웨어를 우크라이나산 드론에 탑재했고, 이를 실제 전장 운용 단계까지 발전시켰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테스트 인 우크라이나 출범 이후 서방 방산업체와 스타트업들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신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단순한 시험장이 아니라 실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제품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장 데이터가 자산···AI 학습까지 활용

우크라이나 사례가 더 주목되는 이유는 실전 시험이 단순한 장비 검증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장에서 얻은 데이터가 다시 AI 학습과 무기 개량으로 연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디지털전환부는 지난 1월, 브레이브1과 미국의 빅데이터 업체 팔란티어(Palantir)가 ‘브레이브1 데이터룸(Dataroom)’을 출범했다고 밝혔다. 브레이브1 데이터룸은 실제 전장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훈련하고 시험하기 위한 보안 환경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우크라이나군, 국방정보 연구기관, 팔란티어가 함께 참여한다.

지난 1월,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의 전장 데이터를 동맹국 AI 모델 훈련에 활용하는 구상을 밝혔다면서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축적한 드론 영상과 전장 통계 등 데이터를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지난달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와 만나 군사 분야 AI 활용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보도에서 페도로우 장관은 100개 이상 업체가 80개 이상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으며, 이 모델들이 공중 위협 탐지와 러시아 드론 요격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브1 마켓(Market)’도 같은 흐름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적 장비 파괴 등 전과를 입증한 부대에 지급되는 e-포인트를 활용해 필요한 장비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실제 운용 결과와 피드백을 받아 제품 개선에 활용한다. 전장 데이터와 조달, 개발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기존 방산 조달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에서 개발 중인 지상전투드론. [사진=Brave1]
우크라이나에서 개발 중인 지상전투드론. [사진=Brave1]

실전 데이터 경쟁···K방산이 읽어야 할 변화

브레이브1은 우크라이나 내부 플랫폼을 넘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방산 혁신 체계와도 결합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와 유럽방위청은 지난 4월 29일 ‘브레이브테크 EU(BraveTech EU)’ 2단계 추진을 위한 기여 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유럽방위청에 따르면 이 협정은 유럽과 우크라이나 방산업체, 중소업체, 스타트업이 실제 전쟁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방산기술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토도 우크라이나와 방산 혁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나토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와 공동으로 ‘유나이트-브레이브 나토(UNITE-Brave NATO)’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 프로그램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나토 회원국과 우크라이나 기업들이 새로운 방산기술을 공동 발굴하고 검증하기 위한 사업이다. 올해 첫 시범 공모가 시작됐으며,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브레이브1이 사업을 조정하고 나토 측에서는 나토 통신정보청(NCIA)이 참여한다.

이 같은 흐름은 K방산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K방산은 지금까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기, 대량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확대해 왔다. 이런 가운데 브레이브1 프로그램은 향후 방산 수출 경쟁에서 또 다른 기준이 부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무기를 잘 만들고 제때 납품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운용 데이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하고, 이를 후속 개량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반영하느냐가 중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드론과 대드론, 전자전, 무인지상체계, AI 기반 지휘통제 분야는 전장 환경 변화 속도가 빠르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전자전 방식과 드론 운용 전술이 짧은 주기로 바뀌고 있으며, 이에 따라 장비도 지속적으로 개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험장 성능보다 실제 운용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고 제품 개선에 반영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는 실전 데이터 확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신속한 검증과 성능 개량으로 연결하는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센터장도 “실전 데이터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주목할 부분은 군과 업체가 빠르게 연결되는 구조”라며 “우리도 드론과 로봇, AI 기반 무기체계 등을 신속하게 검증하고 구매한 뒤 성능 개량까지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브레이브1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등장한 프로그램이지만, 군과 업체를 연결해 검증과 보완, 획득 과정을 단축하는 방식은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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