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재범 의사가 거짓 대리운전 호출 기록을 법원에 제출했다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의사 자격을 잃을 수 없다"며 선처를 호소한 30대 의사가 거짓 양형 자료까지 법원에 제출했다가 오히려 징역형을 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6단독 차기현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33)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아울러 40시간 사회봉사와 준법 운전 강의 40시간 수강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광주 서구 한 주차장부터 유덕 요금소(TG) 단속 현장까지 2.5㎞ 구간을 혈중알코올농도 0.123% 만취 상태로 자신의 수입 승용차를 몰았다.
이미 2019년에도 음주운전으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의사는 의료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자격을 상실한다"며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음주운전 적발 전 대리운전 기사를 여러 차례 호출했으나 잡히지 않아 목포 자택이 아닌 지인의 집까지만 운전하려 했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A씨가 직접 제출한 참고자료가 그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재판부가 자료를 들여다보니, 대리 운행 이력에 표시된 호출 시각은 같은 날 오후 10시 26분, 출발 지점은 유덕TG였다.
A씨가 음주 단속에 적발된 시각은 오후 10시 21분이었다. 이미 단속된 뒤에 대리운전을 호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재판장은 "법원의 양형 심리를 속임수로 그르치려는 것으로서 방어권 남용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꾸짖었다.
유리한 인상을 주려고 낸 봉사활동 실적도 도마에 올랐다. 재판부는 "모두 15세에서 18세 사이에 행한 것들이다. 국내 저소득층 아동 2명에게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고 낸 자료 역시 약정 시기는 기소 직전 시점부터다"라고 반박했다.
A씨 측의 핵심 주장이었던 '자격 상실' 논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장은 "의료법 개정 취지는 직무 범죄가 아니더라도 금고형 이상을 받은 경우도 결격 사유에 포함해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려 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책임을 강화하는 법률의 존재로 인해 오히려 책임을 가볍게 하는 결과가 돼 불합리하다"며 "징역형을 선택해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형의 집행은 유예했다. 재판부는 "법원이 이미 한 차례 벌금형 선처를 했는데도 재범했고 혈중알코올농도가 높다. 단속이 없었다면 어디까지 차를 몰고 갔을지 알 수 없어 도로교통에 위험을 초래한 정도가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지역 의료 현장을 지키며 나름대로 의사로서 책임을 다 하며 공헌한 점을 고려해 형의 집행은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피고인은 재판에서 본인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권리가 있지만, 사실과 다른 자료로 재판부를 오도하려 한 경우에는 그 권리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시각이었다.
재범 음주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준에 따라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이번 판결처럼 법원을 속이기 위한 허위 자료 제출은 오히려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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