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그저께 닦았는데 왜 벌써 뿌옇지?"
초여름을 맞아 선풍기를 돌리기 시작한 가정마다 반복되는 하소연이다. 선풍기 날개에 자석처럼 엉겨 붙는 먼지는 가동할 때 생기는 거친 전기가 주범이다. 매번 분해해서 물로 씻어내기 귀찮았다면, 이번엔 조립하기 직전 린스를 아주 살짝만 펴 발라보자. 날개 위에 매끄러운 보호벽을 세워 먼지가 앉을 틈을 주지 않는 것은 물론, 바람을 탈 때마다 은은한 살결 향까지 선사하는 영리한 선풍기 관리법을 단계별로 정리했다.
왜 선풍기에는 먼지가 유독 잘 쌓일까?
선풍기를 아무리 깨끗이 씻어도 얼마 못 가 먼지가 내려앉는 주범은 바로 마찰로 생기는 전기, 즉 '정전기'다. 선풍기가 돌아갈 때 날개와 보호망이 방 안의 공기와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표면에 미세한 전기가 쌓이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전기는 주변의 물체를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어서, 집 안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나 공중에 날리는 이물질 등을 강하게 잡아끈다. 매번 물걸레질을 열심히 해도 삼사 일만 지나면 금세 날개 테두리가 거뭇하게 더러워졌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때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하는 린스를 얇게 입혀주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다. 머리카락이 엉키거나 정전기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린스 속 성분이 선풍기 날개 표면에도 미끄러운 코팅막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보호막이 공기 부딪침으로 생기는 전기를 가라앉히고 오염물질이 달라붙는 현상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보호벽이 되어준다. 표면이 미끄러워지는 만큼 먼지가 앉더라도 바람에 쉽게 날아가 버리므로 상쾌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게 된다.
1단계: 완벽한 분리 세척과 물기 제거
린스 보호막을 입히기 전 가장 먼저 거쳐야 할 과정은 기기를 안전하게 분리해 묵은 때를 완전히 벗겨내는 일이다. 전원 플러그를 뽑은 상태에서 선풍기 앞망과 고정 장치, 날개, 그리고 모터와 연결된 뒷망을 차례로 안전하게 분해한다. 그 후 틈새에 낀 먼지를 솔이나 부드러운 수세미를 이용해 흐르는 물로 깨끗하게 닦아낸다. 화장실 샤워기의 강한 수압을 이용해 구석구석 쌓인 먼지 뭉치들을 씻어내 주는 것이 가장 올바른 청소법이다.
물세척을 끝낸 부품들은 성급하게 조립하지 말고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어 물기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완전히 말려주어야 한다. 날개나 보호망에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다음 단계에서 바를 린스가 겉돌아 실질적인 코팅층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회전 모터와 전선이 맞닿는 내밀한 부위인 만큼 기기 결함이나 합선 같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바짝 건조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2단계: 소량으로 얇게 펴 바르고 마무리하기
물기가 하나도 남지 않은 보송보송한 상태가 되었다면 깨끗한 마른 천이나 부드러운 극세사 수건을 준비한다. 여기에 린스를 가볍게 짜서 백원짜리 동전 크기만큼만 아주 적은 양을 덜어낸다. 린스가 먼지를 막아준다는 생각에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바르면 날개 표면이 끈적해져서, 오히려 공기 중의 먼지들이 딱풀처럼 엉겨 붙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양 조절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날개 앞뒷면과 촘촘한 철망 표면을 얇게 코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드럽게 문질러 펼쳐 발라준다.
린스를 골고루 다 발라준 후에는 기사를 완성하는 핵심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다. 린스 액이 묻지 않은 수건의 깨끗한 반대편 면으로 선풍기 표면을 한 번 더 닦아내어 밀려나온 잔여물이 뭉치거나 흰 얼룩이 남지 않도록 매끄럽게 매듭짓는 것이다. 이렇게 정돈을 마친 뒤 부품을 다시 결합하면 거뭇한 먼지가 내려앉는 것을 막아줄 뿐 아니라, 선풍기를 작동했을 때 바람결을 따라 은은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거실 전체로 퍼지는 기분 좋은 결과까지 얻게 된다.
집 안 가구와 다른 가전제품에도 응용 가능
린스를 이용해 정전기를 차단하는 살림 지혜는 비단 여름철 선풍기에만 멈추지 않는다. 같은 성질을 생활 공간 곳곳에 대입하면 거실의 거대한 텔레비전 화면이나 거칠거칠한 컴퓨터 모니터, 거뭇한 가전제품 표면처럼 먼지가 앉는 모습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곳에서도 훌륭하게 통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마른걸레에 린스를 조금 묻혀 거실장이나 서랍장 위를 쓸어내 주면 반짝이는 윤기가 감돌면서 청소를 자주 하지 않아도 먼지가 쌓이지 않는다.
만약 욕실에 남는 린스가 없다면 세탁실에 있는 의류용 섬유유연제를 훌륭한 대체재로 꺼내 들어도 괜찮다. 섬유유연제 역시 옷감의 정전기를 없애주는 성분이 기본적으로 들어있기 때문이다. 분무기에 물과 유연제를 10대 1의 비율로 섞어 담아 가볍게 흔들어준 뒤, 마른걸레에 살짝 적셔 선풍기 날개나 전자제품을 닦아내면 린스와 변함없이 깨끗하고 은은한 향이 감도는 청결한 실내 환경을 가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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