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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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 이제부터 시작

경기일보 2026-06-01 19:17: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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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경열 보건학박사·경기도장애인체육회 이사

 

4월23일, 대한민국 장애인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념비적인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바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안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명확하다. 장애인을 복지의 ‘수혜자’가 아닌 존엄과 평등을 누려야 할 ‘권리주체’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이다.

 

돌이켜보면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장애인 법제는 오랫동안 시혜성 지원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장애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환경의 장벽으로 정의한 이번 법안은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다.

 

그러나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장애인의 삶이 마법처럼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흔히 “법이 통과됐으니 이제 바로 적용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안 통과는 종착지가 아니라 이제 막 출발선을 끊은 것에 가깝다. 이번 법 역시 앞으로 약 2년간의 촘촘한 준비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왜 법이 통과되고도 이토록 긴 시간이 필요한 걸까. 이를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과제는 ‘설계도’에 구체적인 살을 붙이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을 제정하는 일이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은 큰 틀의 원칙과 방향성만을 제시하는 일종의 설계도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자립을 지원할지, 전달 체계는 어떻게 개편할지 등의 세부적인 알맹이는 하위 규정에 담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공청회, 부처 간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설계도가 아무리 훌륭해도 벽돌을 어떻게 쌓을지 세부 지침이 없다면 집을 지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위 법령이 마련되면 다음으로는 ‘자재와 인력’을 확보하는 예산 편성 및 인프라 구축 단계가 이어진다. 법에 명시된 권리를 현실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결국 예산과 조직이다. 기존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한국장애인권리보장원’으로 개편하고 시설 거주 장애인의 소규모 자립 공간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려면 예산이 적재적소에 편성돼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복지 서비스가 실현되는 진짜 무대는 결국 우리가 사는 지역사회이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의 장애인 지원 체계가 어떻게 바뀌는지, 관련 지역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는지 지켜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의 외형과 기둥을 세웠다면 마지막으로 ‘기존 가구 배치’를 조정하는 후속 입법과 법령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 새로운 법이 들어오면 기존에 존재하던 다른 법들과의 교통 정리가 필수적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이번 권리보장법 제정에 발맞춰 기존의 ‘장애인복지법’을 전부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7년간 수십 차례 고쳐 쓰며 복잡해진 기존 법령과 새로운 법이 충돌하지 않도록 법 체계를 매끄럽게 다듬어야만 행정적 혼선을 막을 수 있다.

 

결국 법의 국회 통과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설계도를 이제 막 완성한 출발점이다. 앞으로 남은 2년은 이 설계도 위에 튼튼한 기둥을 세우고 살기 좋은 집을 만드는 작업의 시간이다. 아무리 정교한 설계도도 그 집에 실제로 살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결국 빈집이 될 뿐이다. 법은 글자로 존재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삶 속에서 실현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선언한 ‘권리의 주체’라는 가치가 2년 뒤 우리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꼼꼼한 행정력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예산 편성을 감시하는 시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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