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우리은행이 중소·중견기업의 고용과 기술력, 공급망을 지키기 위한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본격 나섰다. 단순한 상속·증여를 넘어 기업 생존과 산업 생태계 유지까지 아우르는 금융 지원 체계를 구축해 ‘백년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우리은행은 1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생산적 기업승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승계지원센터 운영 현황과 중소·중견기업 대상 승계 지원 전략을 공개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승계는 단순히 한 기업의 경영권 이전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의 고용 유지와 기술력 보존, 산업 내 공급망 안정성과 직결되는 경제 과제”라며 “기업의 폐업이나 사업 축소를 막고 산업 기반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생산적 기업승계 지원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법률·세무·금융을 아우르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 파트너 역할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월 은행권 최초로 회계·세무·M&A 전문가 중심의 전담 조직인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신설했다. 기업승계지원센터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자녀 승계뿐 아니라 임직원 승계(MBO·EBO), 제3자 매각(M&A) 등 다양한 승계 방안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승계를 단순 경영권 이전이 아니라 고용 안정과 기술력 보존, 공급망 유지까지 연결되는 ‘생산적 금융’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승계 지연과 후계자 부재로 우량 중소기업이 폐업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기술 단절, 산업 생태계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우리은행이 기업승계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554개 기업 가운데 대표자 연령이 50~69세인 비중은 70.2%, 70세 이상은 20.5%로 나타났다. 대표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자녀 승계를 희망하는 비중은 52.7%에 그쳤고, 43.7%는 아직 승계 방식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 1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중장기 승계 전략과 금융 솔루션,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포함한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77.5%는 자녀 승계 중심 전략을 수립했고, 후계자가 없거나 자녀 승계가 어려운 기업에는 MBO(경영진 인수)와 EBO(종업원 인수)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리은행은 임직원 승계 방식이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조직 문화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경영진이나 임직원이 회사를 인수해 운영을 이어가는 만큼 경영 연속성과 현장 노하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이날 일본 금융회사 사례도 소개했다. 일본에서는 후계자 부재 문제가 심화되면서 친족 승계 비중은 감소하고 임직원 승계와 M&A 중심 승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일본의 친족 외 승계 비중은 64%에 달했다.
연구소는 일본 금융회사들이 후계자 부족 문제를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은행들은 지역 사업승계 펀드를 조성하고, 금융그룹들은 대출과 메자닌, 지분투자, 신탁 등을 결합한 원스톱 승계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재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실장은 “국내 역시 베이비붐 세대 창업주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후계자 부재와 승계 지연 문제가 중소기업 폐업과 고용 불안, 공급망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은행도 국내 기업승계 시장에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책임 있는 설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실제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세무 리스크와 중소기업 M&A 시장 동향도 함께 소개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최근 상속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상속세 재원 마련 과정에서 외부 주주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승계 준비 부족이 기업 존속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후계자 양성과 경영권 안정화, 세부담 완화, 승계 재원 마련 등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3년간 국내 중소기업 M&A가 연평균 385건, 약 12조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으며 전체 기업 M&A 거래의 약 78.6%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자 고령화와 승계 계획 부재, 제조업 경기 둔화 등이 중소기업 M&A 확대 배경으로 꼽혔다.
우리은행은 앞으로 기업승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삼일회계법인, 기술보증기금 등과 협업해 기업별 맞춤형 승계 구조와 자금 조달, 사후 경영 안정화 전략까지 포함한 통합 지원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성후 우리은행 기업승계지원센터 부장은 “기업승계를 단순한 경영권 이전이 아니라 고용 안정과 기술력 보존, 공급망 유지로 이어지는 생산적 금융 과제로 바라보고 있다”며 “승계 준비부터 실행, 사후 경영 안정화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 중소·중견기업이 백년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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