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정부가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꾸준히 정책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전체 주류 시장 내 전통주 비중은 수년째 1.4%대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 소비 공간에서의 접점 마련 등 실효성 있는 판로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업체까지 동일한 법적·행정적 기준을 일괄 적용하는 등 영세 양조장의 현실을 외면한 부처별 규제가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국세청 주류 출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민속주와 지역특산주를 포함한 전통주의 전체 주류 시장 내 출고금액 비중은 1.4% 수준에 그쳤다. 전통주 출고액은 2019년 531억원에서 2023년 1475억원으로 늘었지만, 시장 비중은 2022년 1.63%를 기록한 뒤 2023년 1.46%로 하락했고 2024년에도 1%대에 머물렀다. 제조면허와 제품군은 늘었으나 일반 소비자로 저변을 넓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국내 정책의 한계는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본은 국세청을 중심으로 사케와 쇼추를 수출, 지리적 표시, 양조장 관광과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6년 주류업 진흥 관련 예산을 22억엔(한화 약 209억원)으로 편성하고 해외 전시회, 수출 코디네이터, 제조자·수출상사 매칭, 지리적 표시 홍보 등을 추진한다.
중국도 백주를 지역산업과 브랜드 자산으로 관리하고 있다. 마오타이주 양조 기예는 2006년 국가급 비물질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구이저우성은 백주 브랜드를 지리적 표시와 지식재산 보호 체계에 등록해 지역 경제와 연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우리술 품평회와 대축제, 찾아가는 양조장, 양조장 컨설팅, 판촉 지원 등 전통주 육성 사업이 꾸준히 진행됐다. 다만 지원 방식이 행사와 체험, 평가에 치우치면서 일반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전통주를 접하고 재구매하는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련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2010년 전통주법 시행 이후 5년 단위로 전통주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추진해 온 바 있다. 특히 3차 기본계획에 담긴 2027년까지 진행되는 지원 계획에 따라 전통주류 출고액 2조원, 수출액 5000만달러(한화 약 757억원), 지역 대표 문화 양조장 10개소 육성을 목표로 관련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제시한 출고액·수출 확대 목표와 달리 현장에서는 전통주가 일반 소비자에게 닿는 경로가 여전히 제한적인 상황이다.
농식품부도 2025년 시행계획에서 판로 개척 지원 부족과 지역 관광 연계 전통주 홍보 필요성을 사업 한계로 짚었다. 지원 사업은 이어졌지만 전통주를 일상적 소비 공간으로 끌어들이는 판매 접점과 시음 기회는 충분히 넓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박사는 “전통주는 전체 시장 점유율이 워낙 낮다 보니 특정 제품이 유행할 때 통계가 크게 올랐다 꺾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있다”며 “젊은 소비자들이 점차 취향에 맞는 술을 찾아 마시는 움직임은 생겼지만 일반 소비자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아 꾸준한 시음 등 경험의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시장 확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소비자 접점 부족을 지목한다. 제조 기술과 제품군은 개선됐지만 판로와 홍보 수단이 제한적인 데다 제도 대응 부담까지 겹쳐, 소규모 양조장이 일반 소비자층까지 시장을 넓히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지역 양조장 현장에서도 대중화의 가능성과 한계가 뚜렷하게 교차한다. 제조장과 직판장을 찾는 20·30대 소비자는 시음 후 제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통주가 저가 막걸리 이미지에서 벗어나 취향에 맞춰 즐기는 주류로 소비될 여지는 확인된 셈이다. 다만 이 같은 소비 형태는 전통주를 이미 인지하고 찾는 마니아층에 주로 머물러 있다.
제품을 알릴 창구도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영세 양조장은 박람회나 지역 행사 외에 신제품을 알릴 통로가 제한적이고 행사 참가비와 인건비 지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반 주점이나 유통 매장에서 전통주 취급 빈도가 낮아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될 경로 역시 좁다. 제조 기술은 상향 평준화됐지만, 시장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업체 규모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제도 적용도 또 다른 걸림돌이다. 주류 제도는 국세청,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으로 관리 주체가 나뉜 상태다. 부처가 분산된 구조 자체보다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영세 양조장의 인력과 자금 여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시음·홍보 기준이 동일한 법체계 안에서 일괄 적용되다 보니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양조장일수록 행정과 비용 문턱을 더 크게 체감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류 용기 표시 기준 변경은 소규모 양조장이 체감하는 제도 부담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오는 11월부터 주류 용기에 경고문구와 경고그림을 함께 표시하는 기준이 시행되면서 업체들은 라벨과 포장재 변경에 대응해야 한다.
특히 전통주는 맛뿐만 아니라 병 모양과 라벨 등 패키지 디자인 자체가 제품 정체성이자 주요 구매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표시 기준 변화에 따른 체감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소규모 양조장의 경우 라벨 전면 교체에 수반되는 추가 비용 지출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다.
전통주가 ‘우리 술’이라는 상징을 넘어 대중적인 주류 선택지로 자리 잡으려면 정책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품평회와 행사 중심 홍보를 넘어 지역 농협, 로컬 매장, 일반 주점 등 일상적 소비 공간에서 전통주를 접할 접범을 넓히고 소규모 양조장의 생산 규모와 비용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서윤 오산양조 이사는 “전통주 제조 기술은 상향평준화됐지만 알려지지 않아 판로를 만들기 어렵다”며 “박람회나 전시회가 아니면 대중에게 제품을 보여줄 창구가 극히 제한적이고 광고·마케팅도 작은 양조장이 혼자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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