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삼성전자 임금 협약을 계기로 제안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의 초과이익을 협력업체·비정규직 등과 나누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가 기업 이익의 활용 방식을 사회적 대화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사유재산권과 경영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에 따르면 이날 노동부 김영훈 장관 주재로 진행된 예정이던 초과이익 배분을 논의 하기 위한 긴급토론회가 잠정 연기됐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의 초과이윤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시론을 열고 싶다”며 “해법은 사회적 대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제안했다.
사회연대임금은 노동시장 내 임금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바탕으로 정규직·비정규직,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둔다. 노동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돼 온 의제이지만 현직 노동부 장관이 이를 공식적으로 국가 차원의 논의 과제로 꺼내든 것은 이례적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기업의 성과가 특정 주체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기업의 이익은 주주의 투자, 노동자의 생산 활동, 정부가 제공한 사회·경제적 기반 등이 함께 작용해 창출된 만큼 그 성과가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성과급 형태로 집중되는 것이 타당한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노동부는 반도체 초호황으로 발생한 천문학적 이익을 원·하청이 공유하는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정책의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다만 노동부는 기업 이익 배분을 정부가 강제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번 논의는 국민 전체에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보다는 원·하청 간 임금 격차 해소, 협력업체와의 성과 공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관련 토론회는 참석자 조율 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일정이 연기됐다. 노동계 인사들의 참여는 상당 부분 정해졌지만 경영계 참석자 섭외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재계의 반발과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일정 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온다.
토론회 개최 시점은 김 장관의 해외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이달 중순 이후에 열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사회연대임금과 초과이익 공유 구상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재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초과이익의 범위와 산정 기준이 불명확한 데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이 필수적인 산업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사회연대임금이 상생과 동반성장을 목표로 하더라도 기업의 이익 활용과 경영 판단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과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내 엇박자도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산업통상부 김정관 장관은 자신의 SNS에 “지금은 대한민국 대도약을 위한 투자 골든타임”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이윤을 미래를 위한 생산적 재투자로 연결해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업이 각종 세제 혜택과 사회적 인프라의 지원 속에서 성장해온 만큼 사회에 일정 부분 기여할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사회연대임금이 법적 의무로 제도화되더라도 실제 배분 규모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기업의 자발적 참여 없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배당 방식의 직접적인 이익 환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기업의 사회적 기여와 이익 공유 문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며 “특히 사회연대임금을 둘러싼 찬반을 넘어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와 사회적 책임의 범위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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