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BH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는 정산의 한 카지노를 배경으로, 15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괴를 마주한 인간들이 탐욕에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악의 축으로 그려지는 박이사(이광수)가 설계한 판을 뒤흔드는 것은, 기어이 금괴를 가로채겠다는 ‘욕망의 반란군’ 박보영과 김성철이다. 은밀한 동업자가 되는 두 사람은 목숨을 건 배팅에 위태롭게 동행하며 극의 서스펜스를 이끈다.
박보영이 맡은 김희주는 금괴 앞에서 점차 피폐해지는 인간의 민낯을 그려내는 인물. 김성철이 맡은 우기는 자칫 무겁게 가라앉는 장르물의 틈새를 특유의 날 것 같은 생동감으로 채우며 이 탈취극의 속도감을 쥐락펴락한다. 1500억 원의 유혹만큼이나 매혹적인, 이들의 치열한 사투의 기록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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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고 고운 이목구비에 새겨진 또렷한 강단. 귀신에게 선뜻 몸을 빌려주던 나봉선(오 나의 귀신님), 무뢰배를 격파하던 도봉순(힘쎈여자 도봉순)을 지나 일상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조용한 승리를 외친 유미지(미지의 서울)까지. 어느덧 선의의 얼굴이 된 박보영이 ‘골드랜드’의 김희주를 선택했을 때, 그것은 스스로를 전복시키는 과감한 도전과도 같았다.
김희주는 1500억 원의 금괴를 우연히 탈취하게 된 평범한 공항 검색대 직원으로 시작해 처절한 사투 끝에 마침내 ‘금괴의 주인’이 되는 인물. 선한 얼굴을 기꺼이 걷어찬 박보영은 진흙탕을 구르고 처절하게 부서지며, 잔혹한 생존 본능을 꺼내 보였다.
흔히 남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범죄 스릴러 장르물 사이 ‘골드랜드’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되어 10부작의 거대한 서사를 끌고 나가는 작품. “처음 대본을 읽을 때는 희주에게 저를 완전히 주입해서 읽기가 좀 힘들었어요. ‘과연 잘 묻어날까?’ 하는 고민이 컸죠.”
그런 고민을 가지고 만난 김성훈 감독은 명쾌한 해답을 내렸다. 금괴가 손에 들어왔을 때 단박에 돌려줄 것 같은 사람인데, 그런 사람마저 욕심을 품고 파멸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대중이 색다른 균열을 읽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이는 제작진이 박보영을 희주로 낙점한 이유이기도 했다.
박보영은 제작발표회 등 공식 석상에서 만약 희주의 입장이었다면 ‘금괴를 탐내지 않을 것’이라는 일관된 답변을 해왔다. 진심이었을까.
“처음 고백하는 건데 정말 조금도 욕심이 안 났다면 끝내 희주를 고사했을 거예요. 아주 조금은 욕심이 났기 때문에, 저 역시 희주로 살아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게 아닐지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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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주가 욕망의 소용돌이에 깊게 빠져들수록 박보영은 자신을 야멸차게 몰아붙였다. “역할을 위해 극한의 다이어트를 했어요. 체구가 작다 보니 조금만 빠져도 태가 많이 나는 편이라 3~4kg 정도 감량한 것 같아요.”
식단을 제한하다 보니 기운이 없었는데, 그게 오히려 벼랑 끝에 선 희주를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금괴를 좇는 박이사(이광수)와의 처절한 액션 신이 대표적이다. 장신의 이광수와 작은 체구에 가뜩이나 체중을 감량한 박보영은 외형은 물론 에너지 면에서도 거대한 대비를 이루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그는 희주 역시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를 직감했을 것이라 해석하며, “죽는다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박보영은 지금의 시기를 가장 ‘무르익은 때’라고 표현했다. 배우로서 중요한 분기점에 ‘미지의 서울’로 여자 최우수상을 안았고, 새로운 장르에의 도전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매 작품 안에서 가치와 쓰임을 증명해야 하는 배우의 숙명 앞에 수없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증명해 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한결 편안해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차기작 대한 생각도 덧붙였다. “예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피땀눈물에만 절여졌을 때 쾌감도 들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처음이었으니까 다음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요? 아 근데 뭘 하더라도 일단 예쁜 걸 먼저 했으면 좋겠어요. 예쁘고 싶은 욕심도 여전하거든요.”(웃음)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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