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여행을 떠나려던 59세 아버지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참변을 당했다. /셔터스톡
주말을 맞아 여행을 떠나려던 59세 아버지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아랫집 이웃이 휘두른 흉기에 46차례나 찔려 참변을 당했다.
가해자인 29세 B씨는 "층간소음에 앙심을 품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은 "빈집일 때도, 컴퓨터가 없을 때도 마우스 소리가 난다며 항의해 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한 가족의 일상을 무너뜨린 참혹한 사건, 법원은 가해자의 층간소음 스트레스 주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피해자 귀책사유 없는 살인, 감형 사유 안 돼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범행 동기에 따라 형량을 권고하는데, 이 중 형량이 가장 낮은 '참작 동기 살인(기본 권고 징역 5년~8년)'은 피해자로부터 장기간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등 피해자 측에 명백한 귀책사유가 있을 때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단순한 층간소음으로 인한 주관적 스트레스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더욱이 이 사건은 A씨 가족이 소음 방지 매트를 깔고 실내화를 신는 등 주의를 기울였고, 경찰 출동 당시에도 A씨 집의 소음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 역시 배관 소음 가능성을 안내하는 등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귀책사유가 없었다.
피해자 잘못이 없는 상태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자마자 흉기를 46차례나 휘두른 점은 잔혹한 범행수법이라는 특별가중인자에 해당해 오히려 형을 무겁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뿐, 정상참작 사유가 될 수 없다.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폭력, '정당방위' 성립할까
일각에서 제기되는 층간소음 피해자의 정당방위 주장 역시 법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하고, 방위 행위에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법원은 일상적인 생활소음이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한도) 내에 있는 한 위법한 침해로 보지 않으므로 정당방위의 전제 자체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설령 수인한도를 넘는 소음이라 하더라도, 관리사무소 신고나 층간소음관리위원회 조정 신청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방위 행위의 상당성을 크게 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사건의 경우, B씨는 A씨로부터 어떠한 폭력이나 위협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흉기를 휘둘렀기에 정당방위 주장은 법정에서 전혀 받아들여질 여지가 없다.
망상에 가까운 소음 집착… '심신미약' 인정돼도 중형 불가피
B씨는 A씨의 집에 컴퓨터가 없는데도 마우스 클릭 소리가 크다고 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방에서 큰 소리가 난다고 항의했다. 이러한 행동 양상은 피해망상이나 관계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을 강력히 시사한다.
우리 법원은 정신적 장애로 인해 사물 변별 능력이나 행위 통제 능력이 결여된 경우 심신장애를 인정한다. 그러나 2018년 형법 개정으로 심신미약 감경은 의무가 아닌 '임의적 감경'으로 바뀌었다.
B씨에게 심신미약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원이 형을 반드시 깎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계획성과 46차례나 찌른 잔혹성을 고려하면 법원이 감경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B씨는 양형기준상 '보통 동기 살인(징역 10년~16년)'이나 '비난 동기 살인(징역 15년 이상)'으로 분류되어 무거운 처벌을 받을 확률이 높으며, 정신감정 결과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면 징역형과 함께 치료감호가 병과될 수 있다.
유족 측은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 5,500여 장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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