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고농축우라늄 처리, 동결자산 해제 등 3대 종전 조건을 놓고 막판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미국과 이란 당국자들이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잠정 합의함에 따라 양국은 각각 최종 승인 절차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초안을 승인하지 않고 조건을 강화해 다시 이란에 전달했다. 이란의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이란은 새로운 수정안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원하는것 못얻으면 다른 방식으로 끝낼것"
美재무 "호르무즈 개방·HEU확보·핵보유 금지 이뤄야 임무완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 상황실 회의에서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을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잠정 합의에 도달해 최종 승인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제동을 건 셈이다.
미국 일간뉴욕타임스(NYT)는 30일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잠정 합의 조건을 강화했으며, 수정 사항을 반영한 문서를 다시 이란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자금 동결 해제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 합의(JCPOA)를 강하게 비판하며 2018년 직접 탈퇴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이란이 미국 제안에 답변하는 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린다며 불만을 드러냈고, 더 강경한 새 제안을 통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압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MOU 초안에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며, 연장된 기간 동안 이란 비핵화 관련 합의를 도출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고 동결 자산 해제를 논의한다는 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은 물론 구매도 불가하다"며 "나는 합의를 할 것이다. 단, 핵무기가 없어야 한다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다른 방식으로 끝낼 것"이라며 군사적 옵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역시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개방, 고농축 우라늄 확보, 이란의 핵 보유 금지"를 미국의 핵심 요구 조건으로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보유 불가를 논의한 것은 47년 만에 처음"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금기시되던 주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란 매체 "美에 수정안 제시 예정…'노딜'도 대비"
이란 협상대표 "권리 보장 없이는 미국과 합의 불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초안 최종 승인에 앞서 이란 측에 추가 양보를 요구했다는 미 언론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란도 자체적인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이란 타스님 통신은 31일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양측의 문안 교환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란 역시 합의문에 자체적인 수정안을 반영할 것"이라며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없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 측이 수정안을 적용했다고 해서 이란이 이를 수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노딜 상황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TV 인터뷰에서 "이란과 미국 간 대화와 메시지 교환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명확한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는 어떠한 판단도 내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 단계에서 제기되는 추측과 억측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란은 미국과의 합의에서 반드시 보장돼야 할 핵심 권리로 제재 완화와 해외 자산 동결 해제를 꼽고 있다.
이란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미국이 이란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한 어떠한 합의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이란 국민의 권리가 지켜진다고 확신할 때까지 그 어떤 합의도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단은 적의 말과 약속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개방·고농축우라늄·동결자산 3대 조건 놓고 주도권 다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고농축우라늄(HEU) 폐기, 동결 자산 문제를 놓고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고농축우라늄 처리 문제와 관련해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달 26일 트루스소셜에 "농축 우라늄은 미국으로 넘겨 폐기하거나, 더 바람직하게는 이란 현지에서 협력·조율을 통해 폐기될 수 있으며, 다른 적절한 장소에서 미국 원자력에너지위원회 입회 하에 폐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 내 폐기를 용인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반면 동결 자산 해제 문제에서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제재 완화나 돈을 주는 것에 대해선 얘기하고 있지 않다"며 "그들이 올바르게 행동할 때 돌려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미국은 걸프·아랍국들의 자금을 동원해 이란에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걸프국들이 약 3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 조성을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협상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이란은 페르시아만해협청을 통해 선박당 최대 200만 달러에 달하는 통행료를 부과하며 해협 통제권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전쟁 개전 당시 갇혀 있던 비(非)이란 국적 유조선 일부가 이란과 협의를 거쳐 해협을 빠져나간 사례도 있었다. 이란은 전후 재건 재원 확보를 위해 전쟁 배상금 대신 통행료를 통한 해협 통제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국제사회가 자유롭게 이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은 30일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개방된 해협이 될 것이며, 통행료 없는 자유로운 수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 결렬 시 군사 개입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이란이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과 협력하는 모든 개인·단체를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또 미국인은 통행료 지불 여부와 관계없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목적으로 이란과 합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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