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일상 뒤에 숨은 치명적 희귀질환 ‘폐동맥고혈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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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가쁜 일상 뒤에 숨은 치명적 희귀질환 ‘폐동맥고혈압’

헬스케어저널 2026-06-01 10:41:07 신고

▲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어지럽다면, 희귀난치질환 폐동맥고혈압의 신호일 수 있다. [사진=AI 생성이미지]

평소에는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걸을 때 유난히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쉽게 피로해진다면 단순 체력 저하로만 넘기기 어렵다. 어지럼증이나 실신까지 반복된다면 희귀난치질환인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질환이다. 폐동맥의 미세혈관이 좁아지고 두꺼워지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고, 우심실에 과도한 부담이 가해진다. 치료가 늦어질 경우 우심실 기능이 점차 떨어져 우심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문인기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드물게 발생하는 진행성 희귀난치질환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5년 생존율이 50% 내외에 그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폐동맥고혈압은 일반적인 고혈압과 다르다. 일반 고혈압이 전신 동맥의 압력 상승을 의미한다면, 폐동맥고혈압은 폐로 가는 혈관에 국한된 별개의 질환이다. 진단과 치료 접근도 다르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전문 진료가 중요하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운동 시 호흡곤란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빠르게 걸을 때 숨이 차고, 쉽게 피로해지며, 어지럼증이나 실신, 가슴 통증, 발목 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상은 나이, 운동 부족, 빈혈, 감기 후유증, 스트레스 등으로 오인되기 쉽다. 특히 30~50대 여성에서는 빈혈이나 갱년기 증상, 단순 체력 저하로 여겨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폐동맥고혈압은 여성에게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균 발병 연령은 40대 후반이다. 루푸스, 전신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선천성 심장질환, 가족력, 만성 간질환, HIV 감염, 폐색전증 병력이 있는 경우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이러한 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이 새롭게 호흡곤란을 느낀다면 반드시 전문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문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첫 증상부터 정확한 진단까지 평균 2년 이상 걸린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진단이 늦어지면 비가역적인 폐혈관 변화로 인해 치료 효과가 떨어져 치명적이므로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폐동맥고혈압이 의심되면 먼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폐동맥압을 비침습적으로 추정하고 우심실 크기와 기능을 확인한다. 이후 심전도, 흉부 CT, 폐기능 검사, 자가항체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감별한다. 최종 확진은 우심도자술로 이뤄진다. 가는 도관을 정맥을 통해 폐동맥까지 삽입해 압력을 직접 측정하는 검사다.

치료는 지난 20여 년간 크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이 매우 짧은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폐혈관을 확장시키고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과 삶의 질이 향상됐다. 치료제는 엔도텔린 경로, 일산화질소 경로, 프로스타사이클린 경로 등 폐혈관 수축과 증식에 관여하는 주요 기전을 표적으로 한다.

최근 치료 전략의 핵심은 조기 병용요법이다. 진단 초기부터 작용 기전이 다른 두 가지 이상 약제를 함께 사용해 폐혈관 변화를 억제하고 우심실 기능을 보존하는 방식이다. 약물치료로 조절이 어려운 말기 중증 환자에게는 폐 이식이 고려될 수 있다.

새로운 치료제 등장도 기대를 모은다. 폐혈관이 두꺼워지는 과정에 관여하는 새로운 기전의 약제가 개발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특히 ‘윈레브에어’로 알려진 소타터셉트 성분 치료제는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아 향후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활용될 전망이다.

문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일반 검진에서 놓치기 쉽다. 우심실 기능 저하, 폐동맥압 상승 등 미세한 변화를 조기에 포착하려면 심장내과 전문의의 심장초음파 정밀 진단 역량이 중요하다. 또한 폐동맥고혈압은 결체조직질환, 선천성 심장질환, 만성 폐질환 등 다양한 원인 질환과 연관되어, 다학제 진료 시스템도 필수”라고 말했다.

이어 “폐동맥고혈압은 분명 어려운 질환이지만 더 이상 치료할 방법이 없는 병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꾸준한 치료다. 평소와 다르게 숨이 차거나 쉽게 피로하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구재회 기자 / jaehoi@hntcontentsh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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