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는 과거에도 오늘에도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 거닐기 좋은 여행지다. 두 차례의 임진왜란 전투가 있었던 진주성에서 만나본 과거의 이야기부터, 진주 정신과 오늘의 진주를 만든 인물들의 공간까지 다채롭게 담겨있다. 끝으로 진주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야시장까지, 매력이 가득한 진주를 알아보자.
진주 외곽에는 안온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담당했던 인물들을 배출한 요람이 있다. 능성 구씨와 김해 허씨의 집성촌이기도 한 지수승산부자마을의 옛 지수초등학교 교정에는 이병철(삼성 창업주), 구인회(LG 창업주), 조홍제(효성 창업주), 세 창업주가 함께 심고 가꾼 것으로 알려진 ‘부자 소나무’가 있다.
K-기업가 정신의 뿌리
이들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옛 지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진주 K-기업가정신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예로부터 승산마을은 천석꾼들이 모여 살던 마을로 유명해 그 명성이 한양까지 알려질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면 고풍스러운 한옥 저택들이 길 따라 자리 잡고 있고, 시골에서 흔히 보이는 초가집은 이곳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고택마다 별도의 재실이 있을 정도라 감탄사가 계속해서 나왔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승산마을에 깃든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자금줄 역할을 했던 백산상회에 투자한 허준 선생의 일화에서는 나라와 공동체를 생각했던 당시 기업인들의 책임감과 시대정신이 느껴진다.
또 GS그룹 창업주인 허만정 선생이 구인회 회장에게 투자를 약속하며 경영에 참여하게 된 아들 허준구에게 “경영의 주도권은 구씨 가문에 있으니 너는 그를 돕는 일에만 전념하라”고 당부했다는 이야기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오늘날까지도 승산마을 곳곳에 스며 있는 듯하다.
환경의 중요성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부를 축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동체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 마을에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특히 LG와 GS그룹이 57년 동행의 마침표를 찍었을 때도 큰 잡음이 없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웠다.
그 이야기 덕분에 평화로웠던 지수승산부자마을의 골목길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마을 구석에 자리한 승산에부자한옥은 여행자들에게 하룻밤 이곳에 머물며 창업주들의 이야기와 마을의 정취를 향유해 볼 것을 권한다. 부자의 기운을 받으며 여름날의 촌캉스를 즐기는 데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잠시 도심에서 벗어나 소음 없는 곳에서 선인들이 남긴 이야기를 곱씹어보는 시간은 무척 뜻깊을 것이다.
진주의 밤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게 논개시장에서 펼쳐지는 토요일 밤의 축제, 올빰토요야시장이 돌아왔다. 진주성에서 도보 기준 15분 남짓한 곳에 자리해 진주성과 연계해 돌아보기 좋은 위치였다. 혹서기 7월과 동절기 11~3월을 제외하고 4~10월까지 매주 토요일 밤 6시~11시에 방문객들을 맞이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진주성에서 야시장까지, 진주의 모든 순간
개장 시간인 오후 6시부터 15개 음식 매대와 테이블 주변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초입의 초밥을 시작으로 와인 숙성 삼겹살 말이, 야키소바, 납작 비빔만두, 가문어 대파 꼬치, 슬러시 등 다양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들도 눈길을 끈다. 거리 공연과 시민 참여형 거리 노래방 등이 매주 운영되며 참여자에게 제공되는 야시장 전용화폐 ‘부엉전’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음식을 즐기다 자연스럽게 흥이 올라 공연을 함께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올빰토요야시장은 장마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7월을 제외하고 10월31일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진주의 밤을 조금 더 활기차게 즐겨보면 좋을 것이다.
진주성에서 중앙시장으로 가는 길에, 60년 가까이 한약방으로 운영되다가 현재 문화시설로 탈바꿈한 공간이 있다. 진주 남성당 교육관은 한약사 김장하 선생이 운영하던 남성당한약방 건물을 활용한 교육·전시 공간으로 호국, 호의, 평등으로 대표되는 ‘진주 정신’을 알리고자 조성됐다.
사천에서 첫발을 내디뎠던 남성당한약방은 10년 뒤 현재의 자리로 이전하게 되는데, 이후 이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지역 사회로 환원했다. 후원을 아끼지 않는 어르신으로 통하며 그에게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의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한다.
1층은 당시 한약방의 모습을 원형에 가깝게 재현해 놓았다. 실제 진료실과 대기실, 응접실로 활용됐던 공간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특히 약재 보관함은 운세 뽑기 상자처럼 활용되며 방문객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건넨다. 대기 공간에 마련된 한약차를 마시며 잠시 진료실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2층 전시실에서는 진주에서 일어났던 사회 운동의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3·1 운동과 소년 운동, 형평 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있어 진주 정신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그중 백정들의 인권 운동인 형평 운동이 진주에서 시작됐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남성당한약방
진주 남성당 교육관은 오래된 한약방과 진주 정신을 담은 공간으로, 지역의 역사와 정신, 그리고 시대의 가치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남강을 따라 진주성과 중앙시장을 함께 둘러보며 방문하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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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정보>
-지수승산부자마을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지수로 506, 문의: 055-749-8591
-진주 올빰토요야시장(논개시장)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진양호로 563번길 일원, 운영 시간: 4~10월 매주 토요일 18:00~23:00, 7월·11~3월 휴장, 문의: 055-790-9238
-진주 남성당 교육관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677-1, 운영 시간: 화~일요일 09:00~18:00(매주 월요일, 신정·설·추석 당일 휴무), 문의: 055-749-5176
-진주성 주소: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626, 운영 시간: 하절기(3~10월) 05:00~23:00, 동절기(11~2월) 05:00~22:00, 이용 요금: 일반(성인) 2000원, 청소년 및 군인 1000원, 어린이 600원, 문의: 055-749-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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