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백룸’ 스틸,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만 20세의 유튜버 출신 감독이 제대로 일을 냈다. 2005년생 케인 파슨스 감독이 연출한 순제작비 1000만 달러 미만의 할리우드 공포 영화 ‘백룸’이 국내외 박스오피스를 뒤흔들며 올해 극장가 최대 반전 흥행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5월 27일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 ‘백룸’은 초대형 블록버스터 ‘만달로리안과 그로구’, ‘마이클’ 등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1위를 지키고 있는 ‘군체’와 함께 사실상 극장가 ‘2강 체제’를 형성한 가운데, 개봉 닷새 만인 31일에는 30만 관객을 돌파했다.
북미 시장에서의 성과는 더욱 놀랍다. 정식 개봉 하루 전에 진행된 유료 프리뷰 상영에서만 104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둬 제작비를 사실상 회수한 데 이어, 개봉 첫날에는 ‘만달로리안과 그로구’를 제치고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스타워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북미 시장에서 관련 IP 작품을 제쳤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백룸’은 노란 벽면과 형광등이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같은 공간에 갇히게 된다는 인터넷 괴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특히 이를 스크린으로 옮긴 인물이 이제 갓 스무 살된 케인 파슨스라는 사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는 17세였던 2022년 무료 3D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9분짜리 ‘백룸’ 단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해 수천 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시리즈를 연재하며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알렸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제작사 A24와 ‘공포 영화 거장’ 제임스 완의 지원 아래 장편 영화 연출 기회를 얻었다.
흥행의 배경으로는 기존 공포 영화와 다른 접근 방식이 꼽힌다. ‘백룸’은 공간 자체가 주는 불안감에 집중한다. 익숙하지만 어딘가 뒤틀린 텅 빈 복도와 끝없는 형광등 불빛이 만들어내는 일명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공포가 관객들에게 신선한 몰입감을 제공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여기에 SNS와 유튜브를 중심으로 세계관과 이스터에그를 해석하는 콘텐츠도 확산되며 전 세계 젊은 세대의 ‘N차 관람 열풍’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북미 영화 평론가들은 ‘백룸’의 성공에 대해 “인터넷 괴담과 유튜브 크리에이터, 젊은 세대의 팬덤 문화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만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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