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보료 기준 복지행정, 실시간 소득 연동으로 해지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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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보료 기준 복지행정, 실시간 소득 연동으로 해지될 수 있을까

나남뉴스 2026-06-01 06:13: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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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 조정 관련 민원 2만8천건이 접수됐다. 전체 이의신청의 20%를 넘어서는 규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 때 들어온 건보료 민원 전체를 불과 열흘 만에 초과한 수치라고 한다.

왜 이런 혼선이 반복되는가. 지원 대상 선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활용되기 때문이다. 전 국민 가입이라는 특성 덕분에 신속한 대상 선정이 가능하지만, 치명적 결함이 숨어 있다. 소득 발생 시점과 건보료 반영 시점 사이에 최대 2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나 실직, 폐업으로 이번 달 수입이 사라졌어도 행정 시스템에는 과거 호황기 데이터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 당장 생계가 막막한 이들이 서류상 고소득자로 분류돼 지원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벌어진다. 탈락 통보를 받은 국민은 자신의 궁핍을 입증할 서류를 직접 챙겨 관공서를 찾아가야 한다. 가난을 스스로 증명해야만 손을 내미는 '잔인한 신청주의'의 실체가 여기 드러난다.

해법의 열쇠는 이미 존재한다. 국세청이 영국 제도를 벤치마킹해 2021년부터 구축해 온 RTI(Real Time Information), 즉 월 단위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가 그것이다. 상시 근로자는 물론 일용직·특수고용직·프리랜서·플랫폼 노동자까지 소득 발생 즉시 데이터를 축적하는 인프라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의 경우 경비를 제외한 순소득을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어렵다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근로장려세제(EITC)에서 검증된 업종별 조정률을 정교하게 다듬어 적용하면 보완이 가능하다. 매출에서 인건비·임차료 등 필수경비를 빼고 비율을 적용해 '조정소득'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상가 임차료까지 실시간 신고하도록 세제를 개편하면 사각지대였던 임대소득 파악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세청의 실시간 소득 데이터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즉각 연동되면 복지 행정에 대전환이 찾아온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매월 변동하는 소득 정보를 분석해 주민센터 방문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긴급복지 지원 대상임을 먼저 알리고, 동의 한 번에 자동 지급까지 완료하는 체계가 현실화된다. 정부가 복지안전매트 강화 방안을 통해 아동수당 자동 지급, 위기가구 직권 신청 확대를 예고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지만, 실시간 소득 파악 체계가 뿌리내려야 비로소 완성된다.

더 나아가 파편화된 사회보험료 부과·징수 업무를 국세청 복지 세정 인프라로 통합하는 구조 개혁이 요구된다. 건강보험·국민연금 원천징수를 국세청 중심으로 일원화하면, 소득이 아닌 아파트 같은 재산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매기던 재산 보험료 제도를 완전히 걷어낼 수 있다. 실제 버는 만큼만 내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체계가 비로소 구현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재난지원금 논란부터 올해 유류비 피해지원금 대란까지, 혼란의 뿌리는 결국 실시간 소득 데이터 부재였다. 국세청이 쌓아 온 이 데이터는 어느 한 부처의 전유물이 아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고 신청주의 시대를 마감하려면, 범정부 차원에서 실시간 소득 정보를 전방위로 연계·활용할 강력한 제도적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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