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정은 여전하지만, 시민들 구매력은 녹록지 않아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가격 때문에 정품 유니폼은 사기 어려워서 도매 시장에 와서 짝퉁 유니폼을 장만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다가오면서 아르헨티나 전역이 축구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높은 물가와 구매력 악화로 상당수 소비자가 정품 대신 위조 유니폼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적인 도매시장인 온세에서 만난 마리아(45) 씨는 연합뉴스에 "4인 가족 모두가 입을 유니폼 정품을 사기에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커서 가품을 구입했다"며 "공식 제품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 유니폼과 각종 응원 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품 가격이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준에 이르면서 위조품 시장도 함께 커지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곳곳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상징하는 하늘색과 흰색의 유니폼, 모자, 깃발 등으로 가득 차 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 이후 이어지고 있는 축구 열기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거리와 상점에서 판매되는 대표팀 유니폼 상당수는 비공식 복제품이다.
아르헨티나 상공 업계는 시중에 유통되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의 70% 이상이 위조품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품 가격은 우리 돈으로 17만원에서 2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반면 복제품은 4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으며, 온세 도매시장과 일부 노점에서는 1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품 가격의 4분의 1 이하, 경우에 따라서는 10분의 1 수준에 살 수 있는 셈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상공회의소의 파비안 카스티요 회장은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우승은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대표팀을 응원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월드컵 열기가 확산하는 가운데에서도 위조 유니폼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이 아르헨티나의 경제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는 있지만 수년간 이어진 고물가로 실질 구매력이 크게 약화하면서 많은 소비자가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어도 정품 유니폼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대표팀 유니폼, 머리띠. 국기 등 월드컵 관련 복제품 판매 광고가 넘쳐나고 있다. 일부 판매자들은 "정품과 거의 차이가 없다"며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식당과 카페가 이미 하늘색과 흰색으로 물든 거리 풍경은 축구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의 열정을 보여주지만, 소비 위축은 다른 분야에서도 감지된다.
월드컵 특수 대표 품목으로 꼽히는 TV 판매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보다 35%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제품 매장 직원 클라우디오(55) 씨는 연합뉴스에 "예전에는 월드컵 한 달 전부터 TV를 사려는 손님들로 매장이 붐볐지만, 지금은 파격적인 할인 행사에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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