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한 봄을 지나 한낮 기온이 크게 올라가는 초여름이 되면 시장과 마트의 과일 매대에는 초록색 빛깔을 띤 열매가 가득 쌓이기 시작한다. 바로 여름철 건강을 지켜주는 대표적인 열매인 매실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가정에서 일 년 동안 두고 먹을 매실청을 담그느라 손길이 바빠진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매실청은 매실과 설탕을 똑같은 무게로 섞어서 만든다.
매실청 자료사진. (AI로 제작)
그러나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서 당분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너무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는 기존 매실청을 부담스러워하며 다른 방법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설탕을 전혀 쓰지 않거나 크게 줄이면서도 매실 고유의 맛과 몸에 이로운 점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건강한 매실청 제조법과 매실의 특징을 자세히 알아본다.
매실은 일 년 중 딱 이맘때만 생과일 형태로 만날 수 있는 귀한 열매다. 매실이 가장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시기는 대략 오월 말부터 유월 중순까지다. 이 시기를 넘기면 초록색이던 매실이 노랗게 익으면서 과육이 물러지기 때문에 청을 담그기에 알맞지 않다. 특히 절기상 씨를 뿌리는 시기인 망종이 지난 뒤에 수확한 매실이 알이 단단하고 속이 꽉 차 있어 청을 만들었을 때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시중에서 파는 매실은 크게 초록빛이 강한 청매실과 노란빛을 띠는 황매실로 나뉜다. 청매실은 알이 단단하고 신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며, 아삭한 식감이 필요한 장아찌를 만들거나 깔끔한 맛의 청을 만들 때 쓰기 좋다. 황매실은 향이 아주 진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며, 단맛이 깊어 매실주를 담그거나 깊은 향을 내는 청을 만들 때 알맞다. 두 가지 모두 청을 담글 수 있으므로 개인의 취향에 맞춰 고르면 된다. 다만 너무 덜 익어서 씨앗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매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매실은 오래전부터 집안에 상비약처럼 두고 먹었을 정도로 몸에 좋은 점이 많다. 흔히 배가 아프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매실액을 물에 타서 마시곤 하는데, 이는 지혜로운 생활 상식이다. 매실 특유의 강한 신맛은 입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고 위장 속에서 소화액이 잘 나오도록 돕는다. 이 때문에 음식을 과식했거나 고기처럼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을 먹은 뒤에 매실을 먹으면 위장이 활발하게 움직여 속이 한결 편안해진다. 또한 몸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데도 탁월하다. 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거나 일을 많이 해서 몸이 지치면 체내에 피로를 일으키는 물질이 쌓이게 된다.
매실 열매 자료사진. / tamu1500-shutterstock.com
매실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시큼한 성분들은 이 피로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일을 도와준다. 지친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름철에 음식을 잘못 먹어 생기는 배탈을 막아주는 것도 매실의 중요한 능력이다. 여름에는 기온이 높아 음식을 조금만 잘못 보관해도 쉽게 상하는데, 매실은 몸속에 들어온 나쁜 균들을 없애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음식을 먹을 때 매실청을 함께 곁들이거나 식후에 마시면 배탈이 나거나 속이 뒤집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설탕을 쓰지 않고 매실청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물과 꼼꼼한 세척 과정이 필요하다. 설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단맛을 내는 대체재로는 액상 알룰로스가 대표적이다. 알룰로스는 무화과나 포도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성분으로 만든 감미료로, 단맛은 설탕과 비슷하지만 몸속에 흡수되지 않고 대부분 밖으로 배출되어 열량이 매우 낮다. 준비물로는 단단하고 싱싱한 매실 일 킬로그램과 액상 알룰로스 일 점 일에서 일 점 이 킬로그램 정도를 매실 무게보다 살짝 더 넉넉하게 준비하고, 깨끗하게 씻어 말린 유리병과 이쑤시개를 챙겨야 한다.
매실청은 껍질째 그대로 절여서 즙을 내는 음식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겉면을 아주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넓은 대접에 물을 가득 받고 베이킹소다나 식초를 두세 숟가락 풀어준 뒤 매실을 넣고 십 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손으로 문질러가며 흐르는 물에 서너 번 깨끗이 씻어낸다. 이때 상처가 깊거나 썩은 매실은 청을 만드는 과정에서 곰팡이를 피우는 원인이 되므로 과감하게 골라내 버린다. 씻어낸 매실은 넓은 소쿠리나 쟁반에 겹치지 않게 펼쳐놓고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완전히 말려야 한다.
매실 겉면에 물기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청을 담갔을 때 썩거나 하얀 곰팡이가 생겨 일 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 보통 반나절 이상 충분히 시간을 두고 말리는 것이 안전하며, 급할 때는 마른 수건으로 일일이 닦아내기도 한다. 물기가 다 마르면 이쑤시개를 이용해 매실 꼭지 부분을 쏙 떼어내야 한다. 매실 위쪽에 붙어있는 거뭇거뭇한 꼭지를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청을 담그면 나중에 완성된 청에서 쓴맛이 나고 국물이 깔끔하지 못하며 탁해진다 이쑤시개 끝을 꼭지 옆에 살짝 찔러 넣고 위로 들어 올리면 힘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떨어진다.
매실 열매 자료사진 / shepherdsatellite-shutterstock.com
매실과 병의 준비가 끝났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청을 담글 차례다. 설탕을 쓸 때는 매실과 설탕을 켜켜이 쌓아 올리지만, 액체 형태인 알룰로스를 쓸 때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먼저 매실을 넣기 전 유리병 내부를 확실히 소독해야 한다. 큰 냄비에 찬물과 유리병을 처음부터 함께 넣고 끓여서 수증기로 병 안쪽을 삶아낸다. 물이 끓을 때 병을 넣으면 깨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음부터 같이 넣고 끓여야 한다. 소독이 끝난 병은 입구를 위로 향하게 두면 내부 열기 때문에 금방 마른다.
물기가 하나도 없는 소독된 유리병에 손질이 끝난 매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병의 팔십 퍼센트 정도만 채우는 것이 좋은데, 나중에 매실이 익으면서 가스가 발생해 즙이 위로 솟구치거나 넘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실을 다 넣었다면 준비한 액상 알룰로스를 가득 부어준다. 이때 매실이 윗부분까지 완전히 잠기도록 넉넉하게 부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매실이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그 부분부터 상할 수 있으므로 매실 전체가 액체 속에 푹 가라앉도록 만든다. 마지막으로 병 입구를 비닐이나 랩으로 한 번 감싼 뒤 뚜껑을 단단히 닫아 밀폐하여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준다.
이렇게 만든 매실청은 햇빛이 들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공간이나 그늘진 곳에 두고 숙성시켜야 한다. 담근 지 일주일 정도 지나면 매실에서 수분이 빠져나오면서 매실이 위로 동동 뜨기 시작한다. 이때 아래쪽에 있는 액체와 위쪽의 매실이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사흘에 한 번씩 병을 가볍게 흔들어주거나 물기 없는 깨끗한 나무 주걱으로 위아래를 뒤집어주는 것이 좋다. 설탕과 달리 가라앉는 덩어리는 없지만, 윗부분에 노출된 매실에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매실 씨앗에는 자체적으로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자연 독성이 소량 들어있다. 이 독성은 청을 담근 지 약 삼 개월 정도 지났을 때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오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줄어들어 일 년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진다.
가장 안전하게 매실청을 먹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방법은 청을 담근 지 백 일째 되는 날에 매실 알맹이를 모두 건져내고 국물만 따로 받아내어 삼 개월 이상 더 묵혀서 먹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알맹이를 건져내지 않고 그대로 일 년 동안 통째로 보관했다가 독성이 완전히 사라진 후에 먹는 방식이다. 만약 백 일 만에 매실을 건져냈다면, 남은 매실 알맹이는 버리지 말고 씨앗을 발라낸 뒤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무쳐서 밥반찬으로 활용하면 훌륭한 매실 장아찌가 된다.
완성된 매실청은 일상생활 속에서 설탕이나 올리고당 대신 요리에 요긴하게 쓰인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갈증이 날 때 시원한 찬물이나 탄산수에 매실청을 적당량 섞어 마시면 시중에서 파는 탄산음료 부럽지 않은 건강한 과일 주스가 된다. 겨울철에는 따뜻한 물에 타서 차로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데우는 데 좋다.
불고기나 제육볶음 같은 고기 요리를 할 때 매실청을 한두 숟가락 넣으면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또한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양념장이나 골뱅이무침을 만들 때 식초와 함께 섞어 쓰면 인공적인 단맛이 아닌 깊고 자연스러운 풍미를 낼 수 있다. 올여름에는 몸에 해로운 설탕을 과감히 빼고, 자연이 주는 선물인 매실과 건강한 감미료를 이용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든든한 매실청을 직접 만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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