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근현 기자 |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기술적 검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재정 확보 국면에 진입했다. 정부가 공대지 임무 수행이 가능한 ‘블록Ⅱ’ 양산을 위한 첫 단계 예산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에서 의결하면서, 전력화 사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최소한의 동력을 확보했다.
SBS의 31일 보도에 따르면, 방추위는 지난 22일 KF-21 블록Ⅱ 양산에 착수하기 위한 내년도 첫 예산 625억 원 편성을 의결했다. 지난 7일 체계 개발의 최종 관문인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아낸 이후, 최대 변수로 꼽혔던 ‘예산 압박’을 돌파할 첫 신호탄을 쏜 셈이다. 다만 이번 의결은 정부 내부 편성 과정의 한 단계로, 향후 기획재정부와의 협의 및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 예산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초도 양산 물량(블록Ⅰ) 40대를 인도하고, 2032년까지 후속 물량(블록Ⅱ) 80대를 추가해 총 120대를 전력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올해 하반기 공군 인도가 시작되는 초도 물량 ‘블록Ⅰ’은 적 항공기 격추 및 방공 임무에 특화된 ‘공대공’ 중심 전투기다. 반면 이번에 예산 물꼬를 튼 ‘블록Ⅱ’는 지상 및 해상 표격 타격 능력을 모두 갖춘 ‘공대지·공대함’ 다목적 전투기로의 진화를 뜻한다. 공군의 작전 운용 폭을 획기적으로 넓히기 위해서는 블록Ⅱ의 안정적인 양산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군 당국은 블록Ⅱ 이후 스텔스 성능 강화, 내부 무장창 탑재,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 연동 등을 목표로 하는 장기 개량형 ‘KF-21EX’ 구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래 발전형으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서도 이번 블록Ⅱ 사업의 적기 추진이 지닌 의미는 크다.
첫 예산 관문은 넘었으나 향후 재정적 부담은 여전히 첩첩산중이다. 방위사업청이 국회 국방위원회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F-21 후속 양산 80대에 소요되는 비용은 물가 상승, 환율 변동, 공급망 비용 상승 및 공대지 무장 통합 부담 등이 겹치며 기존 추산치보다 4조 원 이상 불어난 **18조 4,4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블록Ⅱ 양산은 단순히 기체만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규모 공대지 무장 통합 시험, 정비 및 훈련 체계 구축, 부품 공급망 확보, 기지 인프라 건설이 패키지로 수반되는 대형 사업이다. 이 때문에 대규모 국방 예산이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최종 심의 결과와 연도별 재원 배분 추이에 따라 실제 전력화 속도가 조절될 여지는 여전하다. KF-21은 이미 1,600여 회의 비행시험과 1만 3,000여 개의 시험 조건을 통과하며 기술적 신뢰성을 증명했다. 기술의 검증대를 통과한 보라매가 한국 공군의 명실상부한 주력기로 안착하기 위해, 이제 본격적인 ‘돈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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