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받는 제도가 각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다. 2026년에는 인천·대구 등 일부 지역이 지원 기준을 조정해 실제 운전 여부를 증빙하면 더 많은 금액을 주는 방식도 도입됐다.
반납 완료된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증. 서울 시청역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고령 운전자에 대한 교통사고 저감 대책 및 철저한 자격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24년 경기 수원시 권선구 수원시 교통정책과에서 공무원이 반납이 완료된 운전면허증을 정리하고 있다.
부모님 운전이 걱정되는 자녀라면 제도를 함께 살펴볼 만하다. 면허 반납은 운전자 본인의 선택이지만, 가족이 사고 위험과 이동 방법을 함께 이야기하고 신청 절차를 돕는 방식으로 권유할 수 있다. 지원 금액과 신청 가능 연령, 지급 수단은 지역마다 달라 거주지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사망자만 늘었다…고령 운전자 사고 1년 새 8.3% 증가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이 지난 4월 16일 발표한 '2025년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는 19만 3889건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부상자도 27만 1751명으로 2.4% 줄었다. 반면 사망자는 2549명으로 1.1% 늘었다.
경찰은 전체 사고와 부상자가 줄었는데도 사망자가 늘어난 데 고령 운전자 사고 증가가 큰 몫을 한 것으로 봤다. 지난해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 5873건으로 전년보다 8.3% 늘었다. 사망자도 843명으로 10.8% 증가했다.
서울시, '75세 이상 개인택시 면허 취득 제한' 검토. '시청역 역주행 참사' 등 잇따르는 고령 운전자 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택시 면허 취득을 제한하는 등 택시 면허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 75세가 넘은 사람은 새로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할 수 없도록 하고, 기존 기사들이 면허를 반납하면 주는 지원금을 늘려 은퇴를 유도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전체 7.6%인 초고령 택시 기사 수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지난 2024년 8월 서울역 앞 도로를 달리는 택시들. / 뉴스1
고령 인구와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가 함께 늘어난 점도 통계에 반영됐다. 같은 기간 65세 이상 인구는 993만 명에서 1051만 명으로 5.8% 늘었고,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는 517만 명에서 563만 명으로 8.9% 증가했다.
대형 사고도 잇따랐다. 2024년 7월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는 6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역주행하며 횡단보도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025년 5월 서울 강동구 길동 복조리시장에서는 60대 운전자의 차량이 시장 안으로 돌진해 11명이 다쳤다. 같은 해 11월 경기 부천 원종동 제일시장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트럭이 상점가를 덮쳐 2명이 숨지고 19명이 다쳤다. 일부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수사기관은 사고별로 페달 조작 여부와 차량 결함 가능성을 따져 보고 있다.
고령 운전자 사고가 늘면서 면허 자진반납 제도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자체는 면허를 반납한 고령자에게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운전을 그만두는 결정은 당사자에게 쉽지 않다. 병원 진료, 장보기, 가족 방문, 농어촌 지역 이동처럼 일상에서 차가 필요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녀의 역할도 필요하다. 부모님이 운전 중 차선을 자주 놓치거나, 주차장과 골목길에서 잦은 접촉 사고를 내거나, 밤 운전을 힘들어한다면 가족이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 다만 면허 반납을 강요하는 방식은 반감을 키울 수 있다. 운전을 그만둔 뒤 병원 이동, 장보기, 가족 방문을 어떻게 할지 함께 정해야 현실적인 설득이 된다.
고령 운전자 모두를 위험군으로 보는 방식보다 사고 이력과 운전 능력을 살펴 고위험군을 가려내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운전 능력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주간 운전만 허용하거나 일부 도로 운행을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도 거론된다.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와 속도 제한 장치 등 차량 안전장치 보급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급출발이나 급가속을 줄이는 장치를 고령 운전자 차량에 우선 지원하면 사고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법인택시를 대상으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와 속도 제한 장치 장착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점검 결과 해당 장치는 비정상적인 가속을 억제하고 급출발과 급가속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등 200대에 장치를 설치했으며 충남 천안시 등 일부 지자체도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공단은 올해 전국 택시와 화물차 등 3260대에 장치를 설치할 계획이다. 법인 사업자에게는 대당 20만 원, 개인 사업자에게는 32만 원을 지원한다.
지역마다 지원금 달라…서울·인천·대구 최대 20만 원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제도는 2019년부터 경찰청과 전국 주민센터가 함께 시행해 왔다. 대상 연령은 지자체별로 만 65세 또는 만 70세 이상으로 나뉜다.
서울시는 면허를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20만 원이 충전된 선불형 교통카드를 지급하고 있다. 지원금은 2025년부터 기존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랐다. 신청자는 주민등록상 거주지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운전면허증을 제출하면 된다. 교통카드는 버스·택시·기차 등 교통수단뿐 아니라 편의점 등 티머니 가맹점에서도 쓸 수 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운전면허 자진 반납 신청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서울 송파구 석촌동주민센터에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울시는 '어르신 운전면허 자진반납 교통카드 지원사업'을 매년 3월에서 올해 1월로 조기 추진, 195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70세 이상 어르신 3만 5211명에게 선불형 교통카드(1인당 20만원)를 선착순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 뉴스1
서울 안에서도 자치구별 추가 혜택이 붙는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는 실운전자로 확인된 고령 운전자에게 50만 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제공하고, 실운전자가 아닌 면허 소지 어르신에게는 20만 원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것으로 안내됐다. 이처럼 같은 서울 안에서도 구 단위 사업이 더해질 수 있어 거주지 주민센터 확인이 필요하다.
인천시는 2026년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장려금을 최대 20만 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조례 개정으로 신청 가능 연령을 기존 70세에서 65세로 낮췄고, 올해부터는 실제 운전 여부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한다. 면허를 반납하면 기본 10만 원을 받는다. 자동차등록증이나 자동차보험 증서 등으로 실제 운전 사실이 확인되면 10만 원을 추가해 총 20만 원을 지원한다. 장려금은 인천시 지역사랑상품권인 인천e음카드로 지급된다.
대구시는 65세 이상 고령자가 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10만 원을 지급한다. 자동차보험 가입 증명서 등으로 실제 운전 사실을 증빙하면 10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최대 지원액은 20만 원이다. 지급 수단은 대구로페이 선불카드다. 대구시는 올해 약 52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전시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기준 연령을 기존 65세에서 70세로 올렸다. 대전시는 기준 연령을 현실에 맞게 손질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대전도 면허 반납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해 왔으나, 세부 금액과 지급 방식은 연도별 예산과 공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신청 전 대전시 또는 관할 구청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울산 울주군은 고령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50만 원 상당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울주군은 65세 이상 운전자를 고령 운전자로 보고, 면허를 자진 반납한 주민에게 대중교통 이용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울산 지역 안에서도 구·군별 지원 폭이 다를 수 있어 주소지 기준으로 살펴봐야 한다.
부산은 기존에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선불교통카드 10만 원을 지원해 온 지역이다. 다만 일부에서 거론된 2026년 30만 원 지원, 동백전 지급 전환 등은 공식 공고 확인이 필요하다. 부산 거주자는 신청 전 부산시나 구·군청 공고에서 올해 기준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경기 지역은 도내 시·군별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원, 성남, 고양, 용인, 화성 등 각 시에서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자에게 지역화폐나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다만 금액과 연령, 신청 장소가 시·군마다 다르기 때문에 경기도 전체 기준만 보고 신청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광주, 세종,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제주도 면허 자진반납 지원 사업을 운영하거나 시·군·구 단위 사업을 두고 있다. 많은 지역이 10만 원 안팎의 교통카드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해 왔고, 일부 지역은 실제 운전 여부나 자체 조례에 따라 금액을 더 얹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다만 예산 소진 시 접수가 빨리 끝나는 곳이 있어 관할 시청, 군청, 구청 누리집 공고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지난해 7월 서울시 동작구 도로변에 '어르신 운전면허 반납하고 교통카드 지원 받으세요'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청역 교통사고로 고령운전자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서울시는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7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선불형 교통카드' 10만원권을 지급하고 있다. / 뉴스1
지원금 신청은 보통 주민등록상 거주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경찰서 민원실에서 할 수 있다. 운전면허증을 제출해야 하며, 실제 운전자 추가 지원금을 받으려면 자동차등록증이나 자동차보험 가입 증명서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
지원금은 대부분 생애 한 번만 지급된다. 면허를 반납하면 다시 운전하려 할 때 절차가 까다로울 수 있으므로, 가족과 충분히 상의한 뒤 신청해야 한다.
면허 반납은 고령 운전자를 도로에서 밀어내는 제도가 아니다. 사고 위험이 커진 운전자가 안전하게 운전을 멈출 수 있도록 돕는 장치에 가깝다. 부모님이 계속 운전대를 잡아도 괜찮은지 걱정된다면, 거주지 지원 제도와 이동 방법을 함께 확인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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