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인리스 팬에 계란을 부치면 그대로 눌어붙어 떼다가 망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다. 팬을 잘못 만난 게 아니라 사용 순서를 잘못 알고 있어서다.
식당 주방장들의 비결은 의외로 단순하다. 같은 팬으로 매끈하게 요리해내는 비결은 차가운 팬에 기름부터 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팬의 표면 구조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겉보기엔 매끈해 보여도 현미경으로 보면 미세한 요철과 구멍이 가득하다. 차가운 팬에 음식을 올리면 그 틈으로 단백질이 파고들어 금속과 결합해 그대로 들러붙는다. 코팅팬과 달리 들러붙음을 막아주는 막이 없기 때문이다.
물방울이 구슬처럼 굴러야 적정 온도
해결의 핵심은 '라이덴프로스트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달궈진 금속 표면에 물방울이 닿으면, 표면 바로 위에 얇은 수증기 막이 생기면서 물방울이 증발하지 않고 또르르 구슬처럼 굴러다니는 현상이다.
이 상태가 되면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팬 위에 기름과 음식이 직접 닿지 않는 미세한 막이 형성돼, 코팅처럼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다.
순서는 명확하다. 첫째, 빈 스테인리스 팬을 중불에서 1~2분 정도 달군다. 둘째, 물 한두 방울을 떨어뜨려본다.
물방울 반응으로 온도를 가늠한다. 처음엔 '치익' 소리를 내며 바로 증발해버리는데, 조금 더 가열해 물방울이 동그란 구슬 모양으로 또르르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적정 온도다.
이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셋째, 그제야 식용유나 올리브유를 두르고 팬을 살짝 기울여 기름이 전체에 퍼지게 한다. 넷째, 기름이 표면 요철에 스며들도록 30초~1분 더 기다린 다음 재료를 올린다.
가장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재료를 올린 직후엔 절대 바로 뒤집거나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1~2분 그대로 두면 단백질이 익으면서 자연스럽게 팬에서 분리되는데, 들어 올렸을 때 부드럽게 떨어진다면 잘 익은 것이다. 억지로 떼려고 하면 그때부터 들러붙는다.
코팅팬은 정반대로 사용
단, 이 방법은 코팅 없는 스테인리스나 무쇠 팬에서만 통한다. 테플론과 세라믹 코팅팬은 정반대로 빈 팬을 강불로 달구면 절대 안 된다.
코팅팬의 작동 원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코팅이 260도 이상에서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빈 팬은 1~2분이면 그 온도에 도달해 유해 성분이 발생하고 코팅 자체가 손상된다.
코팅팬은 사용법 자체가 다르다. 차가운 상태에서 기름이나 음식을 먼저 두르고 중불 이하로 천천히 데워야 하며, 들러붙음 자체도 거의 일어나지 않으니 별도의 라이덴프로스트 단계가 필요 없다. 팬 종류만 구분하면 음식이 눌어붙어 속 끓이는 일이 거의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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