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파트 늘린다더니…제각각 생숙 기준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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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파트 늘린다더니…제각각 생숙 기준은 뒷짐

이데일리 2026-05-31 17:58:19 신고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상가 등 비아파트를 주거용으로 전환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이미 수년 전부터 주거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던 생활숙박시설(생숙) 합법화는 여전히 현장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자체에 생숙 실태조사 계획 재수립을 요청했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통합 관리 체계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미 전국적으로 대규모 물량이 공급된 생숙은 숙박업 신고와 오피스텔 용도변경 절차가 현장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생활숙박시설 조치 현황.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31일 국토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 생숙 실태조사 계획을 다시 수립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숙박업 미신고 시설과 실제 주거 사용 현황 등을 다시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국토부는 2024년 10월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시군구에 숙박업 미신고 시설과 실제 주거 사용 현황 등을 조사하도록 요청한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조사 결과를 중앙정부가 별도로 제출받거나 통합 관리하는 구조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 조사와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 실제 집행은 인허가권자인 시군구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지역별 행정 대응과 용도변경 처리 속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시에는 시군구에 실태조사 계획 수립을 요청한 것이고 결과를 제출받는 구조는 아니었다”며 “생숙은 인허가권자인 지자체 중심으로 관리해왔다”고 말했다.

생숙은 호텔과 오피스텔 성격을 결합한 숙박시설로 ‘레지던스’로 알려졌다. 취사가 가능하고 장기 체류가 가능해 2020~2021년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는 사실상 아파트 대체 상품처럼 활용됐다. 세제·금융·건축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하고 전매 제한도 적용받지 않으면서 투자 수요가 대거 유입됐고, 실제 주거용 사용도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불법 전용 방지 대책을 내놓고 신규 생숙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생숙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 특례를 부여했다. 이후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여러 차례 유예했으나 2024년 지원대책을 내놓으며 유예 종료를 선언했다. 다만 지난해 9월 말까지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한 생숙에 한해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 를 다시 유예했다.

정부는 용도변경 문턱을 낮추기 위해 복도 폭 기준 완화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1인도 숙박업 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후속 보완책을 추진해왔다. 당초 숙박시설로 인허가를 받은 만큼 무분별한 주거 사용을 허용하기보다 숙박시설 또는 오피스텔 체계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국토부 관계자는 “숙박시설로 계속 사용할 경우 숙박업 신고를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오피스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자체별 조례와 운영 지침 차이로 전환 편차가 커지면서 미신고 생숙의 신고가 유의미하게 늘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여러 규제 완화 가이드라인 등을 내놨지만, 전환에 필요한 주차대수 기준과 공공기여 요구 수준, 층별 오피스텔 전환 가능 물량 등이 지역마다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서다. 일부 지역은 층별 전환 가능 실수를 최대 20실까지 허용하는 반면 다른 지자체는 10실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기준 차이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전환 여부 역시 개별 건축물 여건과 지자체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어 현장 혼선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가 집계한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국 생숙은 총 18만 5000실 규모다. 이 가운데 준공 물량은 14만 1000실이며 숙박업 신고를 마친 물량은 8만실 수준이다. 반면 미조치 물량도 4만 3000실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최근 도시형생활주택 규제 완화와 비주거 시설의 주거 전환 등을 통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미 대규모로 공급돼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숙 문제도 중앙 주도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별 지구단위계획과 조례가 달라 같은 생숙이라도 어디는 전환이 가능하고 어디는 막히는 사례가 나온다”며 “정부는 공급 확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기존 생숙 합법화는 지역별 편차 속에 사실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차라리 정부 주도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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