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뷰] 8470선 코스피와 도산안창호함… 시장은 '증명된 것'에 베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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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뷰] 8470선 코스피와 도산안창호함… 시장은 '증명된 것'에 베팅했다

뉴스로드 2026-05-31 17:18:12 신고

코스피가 사상 처음 847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거래량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와 유동성 유입에 힘입어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코스피가 사상 처음 8470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거래량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와 유동성 유입에 힘입어 강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이번 한 주(5월 25~31일)글로벌 시장은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돈을 많이 쓴 기업보다 현금을 회수한 기업이 평가받았고, 무기 판매를 약속한 국가보다 실제 전력을 현장에 투입한 국가가 앞서 나갔다. 미국 기술주 실적과 코스피 8400선 돌파, 캐나다 순찰잠수함(CPSP) 수주전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같다. 시장과 정부 모두 이제 계획이 아니라 실행, 약속이 아니라 결과에 프리미엄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31일 글로벌 금융투자업계의 미국·아시아태평양·유럽 시장 분석을 <뉴스로드>가 종합한 결과, 이번 주 자본시장은 AI 투자 규모보다 수익 창출 능력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 델 테크놀로지스(DELL)는 주당순이익(EPS) 4.63달러로 시장 예상치 2.79달러를 크게 웃돌았고, 세일즈포스(CRM)도 EPS 3.05달러로 전망치 2.30달러를 넘어섰다. 오라클(ORCL)은 한 주 동안 10.84% 상승한 225.78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마이크로소프트(MSFT)도 7.43% 오른 450.24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엔비디아(NVDA)는 같은 기간 3.81% 하락한 211.14달러로 밀렸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에서 AI를 활용해 실제 이익과 현금을 창출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번 주 글로벌 자본시장이 보여준 메시지는 분명했다. 투자보다 회수, 기대보다 실적이 주가를 움직였다.

삼성전자가 29일 공개한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E 12단’의 실제 샘플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9일 공개한 7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E 12단’의 실제 샘플 [사진=삼성전자]

같은 흐름은 한국 시장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코스피는 한 주 만에 8.45% 급등하며 8476.15로 사상 처음 8400선을 돌파했고, 삼성전자(005930)도 5.84% 오른 31만7000원에 마감했다. 배경에는 유가 하락이 있었다. WTI는 주간 기준 9.33% 떨어진 배럴당 87.36달러를 기록했다. 미·이란 협상 진전에 따른 공급 확대 기대가 제조업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낮추며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이다.

같은 유가 하락에도 시장의 반응은 엇갈렸다. 에너지 기업 비중이 높은 영국 FTSE100은 0.33% 하락한 반면, 일본 닛케이225는 제조업 수익성 개선 기대에 힘입어 4.72% 상승했다. 다만, 코스피 8470선은 미국처럼 실적으로 증명된 상승이라기보다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선반영된 성격이 강하다. 숫자가 만든 랠리와 기대가 만든 랠리는 같은 상승이라도 무게가 다르다.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AI·클라우드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2만7000선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AI 투자 규모보다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입증한 기업들에 주목하며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최근 1년간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가 AI·클라우드 기업들의 실적 호조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2만7000선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은 AI 투자 규모보다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입증한 기업들에 주목하며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를 이어갔다. 사진은 최근 1년간 나스닥 종합지수 추이. /사진=인베스팅닷컴

이 지점에서 캐나다 순찰잠수함(CPSP) 수주전에서도 확인된다. 한화오션(042660)은 이번 주 캐나다 최대 방산 전시회 CANSEC 2026에 참가했지만, 시장의 시선을 끈 것은 전시장 안의 장보고-Ⅲ 배치-Ⅱ 모형이 아니었다. 전시회 개막에 앞서 이달 23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약 1만4000km를 항해해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한 도산안창호함이었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미래 기대보다 실적으로 입증된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한 것처럼, 캐나다 역시 도면과 제안서보다 실제 항해와 작전 능력을 증명한 잠수함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주전의 경쟁력은 설명이 아니라 실증에 있다.

한화오션이 CANSEC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잠수함 제원이 아니라 '범캐나다 경제 전략(Pan-Canada Economic Strategy)'이었다. 회사는 조선·방산·자동차·첨단제조·에너지·우주항공·인프라·첨단기술 분야에서 이미 100개 이상의 캐나다 기업·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으며,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연간 2만2500개 이상의 일자리와 약 940억 달러(약 141조6580억원) 규모의 GDP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캐나다 해군기지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Ⅰ) 뒤로 캐나다 국기가 보이고 있다. 한국 해군 잠수함의 첫 태평양 횡단 항해인 이번 작전은 캐나다 순찰잠수함사업(CPSP) 수주전을 앞두고 한국형 잠수함의 장거리 작전 능력과 실전 운용 역량을 현지에서 직접 입증한 일정으로 평가된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캐나다 해군기지 인근 해역을 항해 중인 도산안창호함(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Ⅰ) 뒤로 캐나다 국기가 보이고 있다. 한국 해군 잠수함의 첫 태평양 횡단 항해인 이번 작전은 캐나다 순찰잠수함사업(CPSP) 수주전을 앞두고 한국형 잠수함의 장거리 작전 능력과 실전 운용 역량을 현지에서 직접 입증한 일정으로 평가된다. [사진=대한민국 해군]

이 전략의 정확성은 방위경제학의 오랜 결론과 맞물린다. 절충교역(offset)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해 온 영국 요크대의 키스 하틀리(Keith Hartley)는 그의 방위경제학 연구에서, "대형 무기 도입국이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무기 그 자체가 아니라 '국내 산업기반·고용·기술이전의 패키지'"임을 일관되게 입증해 왔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라는 단일 제품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서 회수 가능한 위치 때문에 시장의 재평가를 받았듯, 한화오션 역시 잠수함 한 척이 아니라 캐나다 제조업 생태계의 장기 지분을 팔고 있는 것이다.

도산안창호함의 1만4000킬로미터 항해는 여기에 결정적 변수를 더한다. 북극 항로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면서 캐나다가 요구하는 것은 연안 방어용 잠수함이 아니라 대양 작전을 지속할 수 있는 함정이다. 앨프리드 세이어 마한(Alfred Thayer Mahan)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에서 "해군 전력의 본질적 가치는 보유한 함정의 수가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해역까지 투사할 수 있는 '지속 능력'에 있다"고 했다. 

KSS-III는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시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디젤 잠수함으로, 한국 해군이 실제 운용 중인 이 함정이 자력으로 태평양을 건너 캐나다 기지에 입항한 것은 마한이 말한 '투사된 해양력'을 캐나다 정·관계 인사들 눈앞에서 물리적으로 증명한 사건이다. 빅터 피델리 온타리오주 경제개발부 장관, 콜튼 르블랑 노바스코샤주 성장개발부 장관, 그리고 자동차부품제조업협회(APMA) 플라비오 볼페 회장이 차례로 부스를 찾은 것은, 이 입증이 만들어낸 산업·정치적 관심의 결과로 해석된다.

도산안창호함(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Ⅰ)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다. 한국 해군 잠수함의 첫 태평양 횡단 항해로, 팀코리아는 이번 캐나다 순찰잠수함사업(CPSP) 수주전에서 실전 운용 중인 한국형 잠수함 전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직접 공개했다. 사진은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함상에 올라 환영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한민국 해군]
도산안창호함(3000t급 장보고-Ⅲ 배치Ⅰ)이 캐나다 빅토리아 에스퀴몰트 해군기지에 입항해 있다. 한국 해군 잠수함의 첫 태평양 횡단 항해로, 팀코리아는 이번 캐나다 순찰잠수함사업(CPSP) 수주전에서 실전 운용 중인 한국형 잠수함 전력과 장거리 작전 능력을 직접 공개했다. 사진은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이 함상에 올라 환영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대한민국 해군]

세 사안을 관통하는 결론은 이번 주 자본시장과 산업외교에서 동시에 진행된 'K-자산의 재평가'다. 코스피 8470선 돌파와 '31만전자'는 한국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반면 도산안창호함의 캐나다 입항은 한국 방산의 신뢰성과 실행 능력에 대한 평가에 가깝다. 같은 재평가이지만 토대는 다르다. 코스피가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를 상당 부분 선반영한 결과라면, 한화오션이 캐나다에 제시한 것은 100개 이상의 협력 네트워크와 1만4000㎞ 자력 항해라는 실증된 결과물이다.

17세기 네덜란드 법학자 휴고 그로티우스는 저서 자유해론(Mare Liberum)에서 "해양의 힘은 영토 점유가 아니라 항행과 교역 네트워크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이 캐나다 전역에 구축한 협력망도 잠수함 한 척을 판매하는 사업을 넘어 한국 방산이 북미 시장으로 진입할 산업적 교두보를 구축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지닌다.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남은 것은 6월의 검증이다. 자본시장에서는 기업 실적과 거시경제 지표가 코스피 8470선에 담긴 기대를 현실의 이익으로 증명해야 한다. 산업외교에서는 이달 말 예정된 캐나다 순찰잠수함(CPSP) 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한국 방산의 신뢰를 60조원 규모의 계약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게 된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가 CANSEC을 두고 "단순한 잠수함 획득 사업을 넘어 캐나다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 산업협력 모델임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주 자본시장과 산업외교가 던진 질문은 하나다. 지금의 평가와 환호는 이미 증명된 가치 위에 서 있는가, 아니면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대 위에 서 있는가. 내달은 그 기대가 실적과 계약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 전망이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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