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업자 선정의 핵심이 기술력과 사업관리 역량이 아니라 ‘보안감점 연장 적용 여부’로 흐를 경우 또 다른 법적·정책적 후폭풍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만약 최종 결과가 평가 점수 차이 1.2점 이내에서 갈리고, 그 결과 한화오션이 승리하게 된다면 KDDX 사업자 선정은 기술 평가의 결과가 아니라 행정적 요인에 따른 결과라는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과거 직원 9명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2022년 11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후 방사청 사업 제안서 평가에서 총 1.8점의 보안감점을 받아왔다. 방사청은 그동안 해당 감점을 최초 형 확정일 기준 3년 동안 적용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방사청 내부에서 1심 사건과 항소심 사건을 별도로 볼 수 있다는 법률 검토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항소심 확정일을 기준으로 추가 감점을 적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최근 HD현대중공업이 단독 입찰한 해양정보함 사업에서 실제로 1.2점 감점 연장이 적용되면서 논란은 현실이 됐다. HD현대중공업은 즉각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법적 다툼이 시작된 셈이다.
2023년 울산급 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 사업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은 기술능력평가에서 한화오션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보안감점 1.8점이 적용되면서 최종 순위가 뒤집혔다. HD현대중공업은 이의신청과 가처분 신청, 국민권익위원회 고충민원까지 제기하며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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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사업은 특성상 평가 점수 차가 크지 않다. 평가위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방대한 양의 제안서를 검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과 사업수행 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만점 또는 유사 점수를 부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를 수행해 이번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KDDX는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이라는 이름 만큼이나 미국 이지스급 국산 전투체계를 개발해 탑재한다. 전투함 사상 처음으로 통합전기추진체계(IFEP)를 채택했다. 여기에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 각종 무장과 센서를 통합해야 하는 국내 최대 규모 고난도의 함정 연구개발 사업이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경쟁입찰을 이유로 기본설계 과정에서 축적된 이들의 기술 통합과 사업관리 노하우, 리스크 대응 방안 등이 포함된 자료를 경쟁사에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양측 제안서의 변별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평가위원들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사실 평가위원 전문성 부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던게 사실이다. 이번 KDDX 사업 만큼은 평가위원들이 책임감 있게 임해 기술력과 사업관리 역량을 변별력 있게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평가 결과가 1.2점 보안감점 범위를 벗어나 결정된다면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도 의미가 줄어들고 논란 역시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반대일 경우 HD현대중공업 측이 방사청의 보안감점 연장 적용이 기존 원칙을 뒤집은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후폭풍은 울산급 Batch-Ⅲ 사업 당시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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