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개정 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부품과 소재의 절반 이상을 미국산으로 사용해야 관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북미 공급망은 물론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협상단이 USMC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 부품 및 소재의 최소 50%를 미국산으로 조달해야 낮은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원산지 기준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USMCA는 자동차 생산에 사용되는 부품과 소재의 75% 이상을 북미 지역에서 조달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미국산 사용 비율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 따라서 이번 제안은 기존 협정보다 훨씬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 조치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USMCA 체결을 주도했으며, 올해 예정된 협정 재검토를 계기로 미국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확대를 위한 추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멕시코는 멕시코시티에서 공식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워싱턴에서 2차 협상, 7월 멕시코시티에서 3차 협상이 예정돼 있다. 캐나다와의 공식 협상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다.
협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측은 미국산 부품 50% 기준 외에도 자동차에 포함되는 북미산 부품 비율을 현행 75%보다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생산과 부품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 정책과 맞닿아 있다.
미국 노동계는 이번 제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미자동차노조(UAW) 등은 미국 내 자동차 생산과 부품 제조가 확대되면서 일자리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공급망 구조상 단기간 내 미국산 부품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큰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너럴모터스(GM)의 GMC 테레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미국 또는 캐나다산 부품 비율이 약 1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한 주요 부품 대부분이 멕시코에서 생산되고 있어 새로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 역시 긴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시장 판매 확대를 위해 북미 생산 비중을 늘려왔지만, 상당수 부품은 한국과 아시아 지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산 부품 사용 의무가 강화될 경우 생산 비용 증가와 공급망 재편 부담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단순한 통상 협정 개정을 넘어 미국 제조업 회귀 정책의 핵심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협상 결과에 따라 북미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수년간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부품 사용 비율을 강제하는 새로운 규정은 자동차 업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북미 생산 전략과 부품 조달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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