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PC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구축한 엔비디아가 자사 칩을 주 프로세서(CPU)로 탑재한 첫 윈도우 PC 공개를 앞두면서 수십 년간 인텔과 AMD가 주도해 온 PC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악시오스는 3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다음 주 대만에서 열리는 컴퓨텍스(COMPUTEX)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빌드(Build)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공동 개발한 AI PC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신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브랜드인 서피스(Surface)를 비롯해 델(Dell) 등 주요 PC 제조업체를 통해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엔비디아가 CPU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행사에서 AI 에이전트가 윈도우 PC 내에서 직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도 함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단순한 AI 보조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명령을 이해하고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PC’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가 추진해 온 ‘코파일럿+ PC(Copilot+ PC)’ 전략은 출시 지연과 개인정보 보호 논란을 불러온 ‘리콜(Recall)’ 기능 문제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AI 기능을 클라우드 중심에서 개인 PC로 이동시키며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의 AI 활용 방식이 단순 챗봇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발전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 비용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일부 AI 연산을 개인용 기기에서 처리하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PC 시장 진출은 퀄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커런트 애널리시스의 애널리스트 캐롤리나 밀라네시는 “산업 전체 관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며 “그동안 퀄컴이 우수한 배터리 효율에도 불구하고 PC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개발자와 기업들이 기존 인텔·AMD 생태계와 다른 플랫폼에 투자할 동기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엔비디아의 진입이 ARM 기반 PC 생태계 확산을 가속화하고 개발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핵심 성장 동력은 여전히 AI 데이터센터 시장에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AI PC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 이어 개인용 컴퓨팅 시장에서도 새로운 성장 축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협력은 단순한 신제품 출시를 넘어 AI 시대 PC의 역할 자체를 바꾸는 시도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인텔, AMD, 퀄컴, 엔비디아 간 경쟁이 PC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 싸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Copyright ⓒ 뉴스비전미디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