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이기혁이 평가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BYU 사우스필드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경기를 치러 5-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오는 6월 4일 엘살바도르와 친선경기를 갖는다.
이날 이기혁은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선발 출전했다. 한국은 손흥민이 최전방을 책임졌고 배준호와 이동경이 그 뒤를 받쳤다. 김진규와 백승호가 중원에, 옌스 카스트로프와 김문환이 윙백에 위치했고 이기혁, 조유민, 이한범이 수비라인을 구축했으며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기혁에게는 놓쳐서는 안 될 기회였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을 이끌던 2022년 7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당시 대표팀에 선발돼 데뷔전을 치렀지만, 이후 4년 가까이 대표팀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홍 감독이 부임한 뒤로는 2024년 11월 A매치에 발탁되긴 했지만 경기를 뛰지는 못했다.
이기혁은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강원FC에서 핵심 선수로 도약했다. 센터백으로 강투지와 호흡을 맞추며 후방 빌드업을 진두지휘하고, 수비 상황에서도 상대 공격을 깔끔하게 차단하며 강원 돌풍을 이끌었다. K리그 최상급 왼발 센터백이 된 이기혁은 김주성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대표팀에 한 줄기 빛과 같았고, 홍 감독은 월드컵 대표팀에 과감히 이기혁을 ‘깜짝 발탁’했다.
이기혁은 오랜만에 나선 대표팀 경기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를 치른 5명의 센터백 중 가장 인상 깊은 선수였다. 수비적으로는 적재적소에 전진 수비를 펼쳐 상대 공격을 끊어내고, 대인 수비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으며 무실점 승리를 만들었다. 공격적으로는 왼쪽에서 높게 올라서 공격에 깊이를 더했고, 경기 초반 고지대에 고전한 뒤에는 특유의 반대 전환 패스도 정확하게 맞아들어가 뛰어난 킥 감각도 선보였다.
전반 20분경 왼쪽에서 반대편으로 정확한 롱패스를 공급했고, 한국 공격이 끊겨 상대가 역습하려 하자 높은 위치에서 과감히 끊어내는 장면은 이기혁의 장점을 여실공히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전반 41분 배준호가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상대 공을 끊어내 역습을 전개하는 시발점이 된 선수도 이기혁이었다.
이기혁은 이번 경기 선발로 나선 선수 중 이동경과 함께 풀타임을 소화한 둘뿐인 선수였다. 그만큼 홍 감독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기혁을 시험했다는 뜻이 된다.
냉정하게 보자면 이기혁이 이번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건 엘살바도르전에는 김태현을 선발로 기용하겠다는 의미가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기혁의 트리니다드토바고전 활약은 홍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기혁은 ‘깜짝 발탁’을 넘어 월드컵 ‘깜짝 주전’ 도약까지 노리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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