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 거치며 안보논리가 경제적 의사결정 뒷받침"
"해외직접투자 확대 추세…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으로 국내 투자 매력도 높여야"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경제적 수단이 안보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이른바 '경제안보' 패러다임이 확산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핵심 제조공정을 국내에 유지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 소속 황설웅 과장, 안지민·유성현 조사역은 31일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과 우리나라 투자의 구조적 전환' 보고서에서 "경제안보 패러다임의 부상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병목현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경제적 안보 논리가 기업·정부의 경제적 의사결정을 뒷받침하는 경제안보 패러다임이 부상했다고 짚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AI 인프라 등 첨단기술과 전략자산은 국가안보와 기술 패권을 좌우하는 전략 분야로 인식돼 해당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다.
이런 변화는 우리나라 기업의 투자 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에는 수익성, 금리 상황, 수출 전망 등 시장·경기 요인이 설비투자를 좌우했지만, 최근에는 무역정책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공급망 안정성 등 안보·글로벌 요인이 주된 투자 고려요소로 작용한다.
실제로 반도체 산업에서 안보·글로벌 요인이 설비투자에 기여하는 비중은 2016~2019년 평균 33.1%에서 2020년 이후 평균 48.7%로 약 15.7%포인트(p) 상승했다.
해외직접투자 역시 확대되고 있다.
보조금 수혜, 비관세 장벽 우회, 글로벌 수익률 확보, 첨단기술 생태계 진입 등을 위해 해외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이런 흐름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조 생태계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핵심 제조공정을 국내에 유지하는 것을 정책 지원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샌드박스 확대, 첨단산업 특화 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국내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도체·배터리·소재 산업이 주요국의 전략적 파트너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주요국 산업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한국 기업의 투자와 통상 협상을 연계하는 전략적 외교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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