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대' 접어든 인천항 중고차 수출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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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대' 접어든 인천항 중고차 수출 생태계

한스경제 2026-05-31 11: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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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중고차 수출단지 전경./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중고차 수출단지 전경./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인천항을 중심으로 수십 년간 성장해 온 국내 최대 중고차 수출 생태계가 행정 공백과 정책 혼선, 제도 미비,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난립 등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고차 수출산업은 13조원 규모로 핵심 국가 수출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인천항은 지난해 기준 국내 중고차 수출 물동량의 71%를 차지하는 최대 거점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고차 수출산업이 이미 단순 차량 거래를 넘어 항만·물류·운송·정비·부품·통관·금융 산업이 연결된 국가 수출산업 규모로 성장했음에도 정책 및 행정은 여전히 내수 중심 자동차 매매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수출업자 법적 지위 불명확...유통 단계서 배제 확률↑

우선 명확하지 않은 중고차수출업자의 법적 지위로 온라인 자동차 매매 정보 이용과 차량 확보, 경매 참여 등 핵심 유통 구조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수출매매업계 관계자는 “현 온라인 자동차 매매정보제공업 구조는 (내수 중심의) 자동차매매업자 체계만 존재하고 중고차수출업자는 법적 지위가 불명확한 상태”라며 “향후 자본력을 앞세운 일부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다면 영세·중소 수출업체들은 차량 확보 단계부터 차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논의 중인 인공지능(AI) 기반 불법 방치 차량 관리 정책에 대해서도 업계는 현실을 반영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 “車 수출 전 영구말소·현실 미반영...日 사례 참고해야”

인천시 연수구 송도유원지 일대에 위치한 중고차 수출단지에는 실제 수출을 준비 중인 차량과 장기 방치 차량이 혼재돼 있다. 단순 단속 중심으로 접근할 경우 정상적인 과정을 밟으면서 중고차 수출을 준비 중인 업체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차량 관리 정책은 △정상 수출 차량 △통관 대기 차량 △장기 방치 차량 △무단 적치 차량 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수출단지의 현실을 간과한 관리체계 도입 시 현장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출말소 제도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현행 국내 제도하에서 차량을 수출하기 전 사실상 영구 말소를 먼저 진행하는 구조이다 보니 해외 계약 취소나 선적 지연이 발생할 경우 해당 차량을 재등록해야 한다. 이때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비현실적이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 막대한 운영자금 소요...정책 금융지원 사각지대

일선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예정 일시 말소’나 ‘수출말소 가등록’ 제도 등을 벤치마킹·도입함으로써 실제 수출 확인 이후 최종 말소로 처리하는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고차 수출업은 업체들이 차량 매입부터 선적, 수출대금 회수 프로세스에서 막대한 운영자금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여전히 고위험 업종으로 분류돼 정책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천항에서 선적 중인 수출용 중고차./인천항만공사
인천항에서 선적 중인 수출용 중고차./인천항만공사

업계에선 중고차 수출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반영, 정부·지방자치단체가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과 연계해 △수출채권 기반 금융지원 △선적 전 운영자금 지원 △수출보험 연계 보증체계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중동·아프리카·중앙아시아 등 주요 중고차 수출국을 타깃 삼아 ‘중고차+K-부품 패키지 수출 전략’도 중장기적 실천 과제로 거론된다. 즉 단순 차량 판매를 넘어 정비용 부품 키트와 인증 대체 부품, 물류·정비 서비스까지 결합한 수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 업계 단체 3개로 늘어...수출단지 조성 놓고 ‘동상이몽’

이를 통해 차량 1대당 수출 부가가치를 높이고 인천항을 글로벌 중고차 수출 복합 플랫폼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천항에 최첨단 중고차 수출단지를 짓는 '스마트 오토밸리' 조성 사업이 장기간 표류 중인 가운데 최근 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마저 난립하며 수출단지 조성 동력이 약화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인천 지역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모인 한국중고차수출산업협회가 이달 15일 인천 라마다송도호텔에서 출범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들어갔다. 기존 ‘한국중고차수출협회’와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수출 중고차 관련 단체가 추가된 셈이다.

▲ 스마트 오토밸리 무산...市·IPA 방관에 물동량 31%↓

이들 단체는 벌써부터 중고차 수출단지의 조성 방식·규모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출범한 한국중고차수출산업협회는 지난해 사업비 조달 문제 등으로 최종 무산된 스마트 오토밸리 프로젝트를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식 중고차 시스템을 갖추려면 보관, 성능 검사, 출고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 오토밸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반해 한국중고차수출협회와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은 대규모인 스마트 오토밸리 대신 10만㎡ 내외의 소규모 중고차 수출단지를 우선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된 만큼 인프라를 갖춘 야적장만 있으면 중고차 수출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 두 단체의 견해다.

중고차 수출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수출단지 위치와 운영 주체, 입주 기준, 임대료 체계 등을 둘러싸고 단체별 이해가 서로 갈리면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가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오토밸리 사업이 무산된 지 9개월 이상 흘렀지만 인천시와 IPA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 방식이나 부지 규모 등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과정에서 인천항의 중고차 수출 경쟁력은 하락 중이다. IP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인천항 중고차 물동량은 11만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이 틈을 타고 부산항과 평택·당진항은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중고차 수출단지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때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의 90%까지 담당하던 인천항의 비중은 지난해 7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인천 항만·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출단지 조성까지 지연되고 업계 의견마저 갈라지면 선사와 바이어, 수출업체 모두 수출 환경이 좋은 타 항만으로 떠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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