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야든 '1인자'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게다가 다수가 선택하는 방향을 거슬러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때 자신의 소신 있는 선택을 수십 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
최태성 강사 자료사진. / 뉴스1
사교육 시장이 팽창하는 시대에 그 한가운데서 무료 강의를 고집하며 한국사 분야의 원탑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사. 연간 200억 원 이상의 수익이 보장된 사교육 시장의 제안을 거듭 고사하면서도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이른바 '큰별쌤' 최태성이다.
온라인에서 지금까지 조명받는 최태성의 '무료 강의' 철학은 그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소신보다 이익과 효율을 택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 질문을 던지는 최태성의 철학 하나를 들여다본다.
"누군가는 내게 인생을 걸고 있다"
최태성은 지난해 3월 1일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출연했다. 이 방송에서 최태성은 자신이 무료 강의를 고집하게 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역사 선생님을 꿈꿨냐는 질문에 대해 "고등학교 때 국어 영어 수학 성적이 안 나오는데 한국사 성적은 잘 나왔다"며 "그러면 '내가 역사를 잘하나 보다'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사학과를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교에서 21년간 근무한 배경과 함께 EBS 강사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부터 TV 출연을 꿈꿨다고 이야기하며 용기 내 EBS 오디션에 도전하면서 교육 방송 강사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다만 '김영란법'으로 더 이상 교사와 EBS 외부 활동을 병행할 수 없게 되면서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교직 생활을 정리했다고도 밝혔다.
이때 최태성은 꾸준히 '무료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출연자 민경훈이 "수입을 무엇으로 내냐"고 질문하자 최태성은 "처음에 학교를 나와 자영업자가 돼서 살이 10kg이 빠졌다"면서 "내 월급날은 늦게 오는데 (직원에게) 줘야 하는 날은 빨리 오는 거다. 스트레스받아서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그때쯤 강의가 소문나서 촬영, 강연, 교재로 (재정이) 회복됐다.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재정난으로 고민하기도 한 최태성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료 강의' 소신을 고집하게 된 일화가 전해졌다. 최태성의 삶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계기다.
최태성이 지난해 3월 1일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 유튜브 'JTBC Voyage'
최태성이 지난해 3월 1일 JTBC 예능 프로그램 '아는 형님'에 게스트로 출연했다. / 유튜브 'JTBC Voyage'
최태성은 "2000년대 초반에 인강(인터넷 강의)이 뜨기 시작했다. 그때 어느 낙도에 사는 여학생이 내게 댓글을 남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학생이) '나도 선생님 강의 말고 사교육 인강 듣고 싶다. 근데 우리 집이 가난해서 돈을 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선생님 강의를 듣는다. 그러니까 선생님 제대로 가르쳐주세요'라는 댓글이었다"고 소개했다.
최태성은 "나는 그런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좋겠네로 시작한 거다. 그런데 그 댓글을 보고 '누군가는 자신의 인생을 나에게 걸고 있구나' 싶었다. 이렇게 강의하면 안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태성은 자신의 강의 수준을 국내 최고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때부터 대한민국의 모든 강의를 다 들었다. 다 듣고 제일 좋은 강의를 만들어서 '내 강의는 돈이 없어서 듣는 강의가 아닌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강의'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결심을 전했다. 최태성은 "결국 지금은 돈이 있어도 들을 수밖에 없는 일타강사가 됐다"고 말해 출연진들의 박수를 받았다.
출연진 서장훈과 강호동은 최태성을 향해 "본인의 철학이 확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사명감이 대단한 거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최태성은 독보적인 실력으로 고액 제안도 끊임없이 들어오는 일타강사다. 해당 방송에서 그는 "지금도 (고액 제안이) 많이 온다"며 "기본적으로 1년 매출이 사교육 시장으로 나가면 200억 이상은 나온다"고 말해 그의 무료 강의 철학에 더욱 감탄을 불렀다.
이에 최태성은 "여기서 고백하면, 지금은 회군할 수가 없다. 내 인생이 이렇게 왔다. 무료로 많은 사람이 역사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최태성이란 이름이 굳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수능 사교육 시장이 엄청난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사교육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내가 일타강사로 모든 강의를 무료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걸 내 삶의 의미로 잡고 가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태성의 이같은 소신은 지금까지도 대중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 영상은 다양한 클립으로 확산됐으며 누리꾼들은 댓글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누리꾼들은 "선생님이라는 칭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분이다" "평범한 사람은 절대 저런 선택하지 못한다" "대단한 분이다. 존경한다" "10분의 1이라도 닮았으면 좋겠다" "삶에 대한 태도가 한결같은 분이다" 등의 말을 전했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강의실을 넘어 대중들의 역사 선생님으로
최태성은 1971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한 뒤 2001년부터 EBS 한국사 강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교사와 방송 강사를 병행하며 쌓아온 내공은 그를 대한민국 대표 한국사 강사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누적 수강생 7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스타 강사인 그는 꾸준히 학생들을 위한 무료 강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2008년과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두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방송 활동도 다채롭다. tvN '벌거벗은 한국사', '어쩌다 어른', 채널S '다시 갈 지도', KBS '역사저널 그날'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 콘텐츠 산업의 역사 고증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직후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문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최태성은 "역사학계가 역사물 고증 연구소를 하나 만들어 주기 바란다"면서 "제작자들이 고민하지 않고 고증 연구소에 작품 맡기면 대본, 복장, 세트장 모두를 원스톱으로 안전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연구소. 투자를 받아야 가능하긴 한데"라고 의견을 전했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을 걸고 있다.' 최태성은 자신을 일깨운 이 사명을 수십 년째 흔들리지 않고 지켰다. 이윽고 한 사람의 철학이 시장 구조를 바꿨다.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간 최태성의 철학은 여전히 묵직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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