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지표 모두 경고음…'강남 잡으면 다 잡힌다' 공식 안통해 대응난도 높아
정부, 비아파트 등 공급 확대 총력…선거 후 세제개편 논의 가시화 전망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가 6·3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을 포함한 집값 안정책 검토에 본격 나설 것으로 보여 부동산 정책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아파트 공급 부족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주택시장은 매매와 전월세 상승폭이 모두 만만찮은 수준이고, 서울 강남권과 중하위권 가격이 별개로 움직이는 형국이라 대응 난도는 매우 높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 서울 '삼중 강세' 속 각종 지표 불안정…강남권-중하위권 디커플링도
31일 정부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른다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나"라고 물은 뒤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다"며 정책을 면밀히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를 앞두고 한때 진정 국면을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매물은 감소하고, 전월세 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하는 '삼중 강세' 양상이 나타나자 공급과 규제 양면으로 일관된 대응책을 펴 달라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당면한 부동산 시장 상황은 여러 측면에서 녹록하지 않다.
일단 가격 변동과 수급 관련 지표들이 경고 신호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한국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으로 5월 넷째 주까지 누적 3.68%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1.86%)을 크게 웃돈다. 작년 동기간 0.59% 올랐던 서울 전세는 올해 누적 상승률이 3.47%로 지난해와 격차가 더 크다.
특히 전세시장 수급 불균형이 커지면서 서울 전세수급지수가 상승을 거듭해 5월 넷째 주에는 116.1을 기록하며 2021년 3월 둘째 주(11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수록 매물을 내놓는 사람보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며, 0에 가까우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신규 공급 지표도 좋지 않다. 당장 올해 입주 물량이 현재까지 작년 수준을 크게 밑돈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 1∼4월 서울 아파트 누적 준공(입주) 물량은 9천277가구로 작년 동기간(1만7천676가구) 대비 47.5% 감소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축 입주 물량 감소는 전세 물량 감소로 연결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현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제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착공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아 올 1∼4월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 누계(4천564가구)가 작년 같은 기간(6천848가구)보다 33.4% 줄었다.
가격 관리를 통한 시장 안정화는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가 전체 부동산 시장 가격을 선도하는 통상적 흐름이 깨진 상태여서 강남 집값을 잡으면 서울 전체가 안정된다는 공식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조치 종료 방침을 밝힌 뒤 강남3구와 일부 한강벨트권이 한동안 약세를 이어가는 동안 성북, 강서, 관악, 서대문, 구로 등 기존 중위권 이하 지역 가격이 크게 뛰었다.
특히 강북 중하위권 지역은 전세 물량 부족과 가격 상승 추세 속에 임차인들이 매수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아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강남권은 지방선거 이후 세제 개편 등에 따른 규제 강화의 영향을 받아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규제 영향을 덜 받는 강북권이나 중저가 지역은 여전히 가격 측면에서 전고점에 미달한 곳도 있어 전월세 매물 부족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아파트 등 활용해 단기공급 총력…세제 통한 가격대응 향방 관심
정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최근 연이어 신속한 공급 시그널을 내고 있다.
도심 자투리 땅에 빠른 속도로 공급이 가능한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신규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그에 해당한다.
정부는 최근 규제지역(서울 전역·경기 12개 지역) 6만6천가구를 포함해 내년까지 2년간 수도권에 매입임대주택 9만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민간 업계에 대한 각종 규제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내년까지 수도권에 비아파트 4만1천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을 잇달아 내놓았다.
지난 1월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 발표 당시 포함된 6천300가구 규모의 성남 신규 택지 착공 시기를 2030년에서 2029년으로 1년 당기는 등 조기 착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청년 1·2인가구와 사회 초년생 등의 수요를 흡수하기에 적절한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매입임대주택 물량 확보가 계획대로 추진될지, 정부가 민간에 제시한 비아파트 관련 인센티브가 사업 추진 동력을 제공하는 데 충분한 수준인지 등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정부도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공급 확대와 조기 착공에 두고 이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제거해 신속한 착공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어서 이와 관련한 대책은 계속 보완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제 등 규제를 통한 가격 안정은 지방선거 이후 뚜렷하게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주택자와 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실거주 요건 강화를 통한 비거주 1주택자 혜택 축소 등 방향성이 계속 언급된 만큼 이를 반영한 세제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제 개편이 서울 전체 가격 안정화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지금은 강남 집값을 잡으면 서울 전체 집값이 잡힌다는 논리를 적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동대문 등 중저가 지역의 주택 보유자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등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책 프레임을 다시 설계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지정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될지도 관심이다. 화성시 동탄구, 구리시 등 최근까지 상승세가 가파른 경기도권 비규제지역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동탄구는 반도체 벨트 배후지역인 데다 경기남부권에서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 수요 등이 많았던 지역 중 하나였음도 작년 10·15 대책 당시에는 자치구 출범 전이어서 토허구역으로 묶이지 않았다.
동탄구의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이 4.48%, 전세 상승률은 5.15%로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지역 내 대표 아파트 단지인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 7일 전용 84㎡ 39층 매물이 20억8천억원에 거래되며 2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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