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원자력 한미협력 발판 마련…중동전쟁은 위기관리 시험대
한일·한중관계 개선 성과도…北은 '적대적 두 국가' 기조 유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민선희 기자 =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발 관세 압박과 중동 위기 등 대외 악재 속에서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앞세워 위기관리에 주력했다.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대미 관세 협상을 마무리 짓고, 한미 간 핵추진잠수함·원자력 협력 논의를 진전시켰으며, 중국·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의 외교 성과를 거뒀다.
아울러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했지만, 북측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유지하며 남측과의 접촉을 완강히 거부해 남북관계에선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 대미 투자 양보 속 핵잠수함·원자력 성과
이재명 정부가 출범과 함께 맞닥뜨린 가장 큰 외교 현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압박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직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전 세계를 상대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투자 확대를 요구했다.
한국은 수개월에 걸친 협상 끝에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조정하고 3천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대신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원자력발전소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했다.
이런 내용은 작년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JFS)에 명시됐다.
이후 JFS 이행을 위한 후속 협의는 중동 전쟁 등의 여파로 지연되다가 내달 2∼3일 서울에서 안보 분야 후속조치 협의를 위한 발족 회의가 열리게 됐다. 한미 간 본격적인 안보 분야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발족 회의에는 박윤주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관계자로 구성된 범정부 대표단이 참석한다.
미국 측 대표단은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무부, 에너지부, 전쟁부 등의 관계자로 구성된다.
정부는 미국 조야에 핵 비확산 기조가 여전히 상당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안보 합의를 최대한 진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 한중·한일관계 '순풍'…중동위기는 외교력 시험대
중국과는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올해 초 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중관계 전면 복원을 선언하며 관계 개선에 속도를 냈다.
이후 서해 한중 잠정조치수역(PMZ)에 설치됐던 중국 구조물 관리시설을 수역 밖으로 이동시키는 성과도 있었다.
한일관계도 정상 간 셔틀 외교를 복원하며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상호 방문을 이어가며 신뢰 구축에 나섰고, 에너지·공급망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과 이란 전쟁에 따른 중동 위기는 정부 외교력의 또 다른 시험대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한국 선박들의 발이 묶인 가운데 지난 4일에는 해협 내에 정박 중이던 한국 선박 HMM 나무호가 공격받는 초유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정부는 전쟁 초기부터 군 수송기와 전세기 등을 투입해 교민 대피를 지원하고, 이란·미국 등 관련국과 연쇄 협의를 벌이며 선박 안전 확보와 통항 재개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나무호 피격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이란에서 개발된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고,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를 초치해 항의와 재발 방지 요구를 전달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내 남아있는 한국 선박과 이란 체류 국민의 안전, 전후 정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대응 수위를 조율하고 있다.
◇ 선제적 관계개선 노력에도 北 적대기조 일관…다자무대서 교류 기대도
대북정책은 '적대와 대결'의 남북 관계를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해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과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중단 도출 등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
이 대통령은 작년 8·15 경축사에서 북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대북정책 3원칙을 천명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가 효력을 중지시킨 9·19 군사합의의 선제적, 단계적 복원을 예고했다.
또, 이번 정부에서 발생한 민간인의 대북 무인기 침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도 공을 들였다. 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피스메이커(peacemaker)'와 '페이스메이커(pacemaker)' 역할론을 제기했다.
'저자세', '짝사랑' 비판을 무릅쓴 이러한 노력에도 8년 가까이 완전히 단절된 남북관계에는 가시적인 진전은 없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선언한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노선에 따라 남한의 노력을 철저히 외면하거나 거부했다.
지난 3월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에 영토 조항을 신설, 남한을 외국으로 규정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겠다"며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위협했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관계 개선 노력이 위협으로 돌아온 셈이다.
다만 최근 북한 여자축구팀의 방남 등을 근거로 국제사회 다자 틀에서 비정치적인 남북 교류 가능성을 전망하며 미약하게나마 관계 개선의 신호가 보인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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