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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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문화매거진 2026-05-30 23:26:11 신고

▲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CHAT GPT 생성 이미지
▲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CHAT GPT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우리는 오랫동안 완벽함을 추구해왔다. 더 정확한 문장, 더 안정된 음정, 더 정교한 이미지, 더 오류 없는 결과물. 기술은 그 욕망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게 계산하고, 더 안정적으로 생성하며, 실수를 최소화한다. 이제 예술에서도 완벽함은 점점 기술의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인간은 완벽한 것 앞에서 오래 머물지 못한다.

너무 정확한 목소리는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고, 지나치게 매끈한 이미지에서는 오히려 감정이 사라진다. 반대로 조금 흔들리는 선, 예상 밖의 음, 의도하지 않은 여백은 우리의 마음을 오래 붙잡는다. 왜일까.

인간의 감정은 완벽함보다 불완전함에 더 깊이 반응하기 때문이다. 삶 자체가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실수하고, 망설이고, 후회하며 살아간다. 말은 자주 어긋나고, 감정은 설명보다 복잡하다. 그래서 인간은 지나치게 완벽한 표현 앞에서 오히려 거리감을 느낀다. 반면 불완전한 흔적 속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예술의 중요한 순간들은 종종 우연에서 탄생했다. 붓이 미끄러진 자리, 계획되지 않은 노이즈, 예상 밖의 침묵, 무너진 박자 속에서 새로운 감각이 태어났다. 인간의 창작은 계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통제되지 않는 순간들이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장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인간의 예술은 때때로 ‘그럴듯하지 않은 것’에서 시작된다. 설명하기 어려운 선택, 비논리적인 감정, 이유 없이 끌리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그것은 효율적인 계산의 결과라기보다 인간 존재 자체의 불안정함에서 나온다.

그래서 인간적인 예술은 완벽함보다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작품의 기술적 능력만 보지 않는다. 그 안에 남겨진 망설임과 실패를 읽는다. 거칠게 떨리는 목소리에서 슬픔을 느끼고, 어긋난 문장에서 진심을 발견하며, 불완전한 그림 속에서 누군가의 시간을 상상한다.

결국 감동은 정확함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예술이 인간적인 이유는 인간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끝내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모든 감정을 말로 바꾸지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 부족함 때문에 계속 표현하려 한다. 예술은 완성의 언어라기보다, 닿지 못하는 마음이 남기는 흔적에 가깝다.

기술은 앞으로 더 완벽해질 것이다. 더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고, 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며, 더 인간처럼 반응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흔들릴 것이다. 사랑 앞에서 망설이고, 상실 앞에서 무너지며, 설명되지 않는 감정을 품고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예술은 바로 그 흔들림 속에서 태어난다.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다운 것들. 어쩌면 그것이 AI 시대 이후에도 인간의 예술이 사라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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