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송수원 인턴기자】 “매일 지나던 가로수가 ‘내 나무’가 됐어요.”
햇빛이 쨍쨍한 토요일 이른 오후, 서울 마포에 모인 시민 20여명은 각자 가로수 한 그루를 배정받았다. 이름도 모르고 지나치던 길가의 나무에 이름을 붙이고, 둘레를 재고, 상태를 기록하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나무에게 ‘버텨라’라는 이름을 붙였고, 누군가는 ‘귀염둥이’, ‘엄청 커’라고 불렀다. 익명의 가로수는 어느새 안부를 묻고 다시 찾아가고 싶은 ‘내 나무’가 돼 있었다.
이들은 서울환경연합과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이 함께 만든 ‘시티트리클럽’ 워크숍에 참여했다. 시티트리클럽은 시민들이 동네 가로수와 관계를 맺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사용자가 동네를 설정하면 서비스는 주변 가로수 한 그루를 랜덤으로 배정한다. 참가자는 그 나무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둘레를 재고, 상태를 살피고, 이름을 붙인다.
하지만 가로수는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나무인지 모른다. 매일 곁을 지나지만 관심의 대상이 되기보다 그저 거리의 풍경이나 배경으로 존재할 뿐이다. 반계리 은행나무처럼 유명한 고목은 여행의 목적지가 되지만, 도시 한복판의 은행나무는 열매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민원의 대상이 된다. 같은 나무인데 어떤 나무는 사랑받고 어떤 나무는 불편한 시설물처럼 여겨진다.
시티트리클럽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도시의 나무를 다시 보이게 만들 수 있을까.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분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시민들이 나무를 알아보고 기억하고 관계를 맺게 할 수는 없을까.
크고 멋진 보호수도 있지만 조금 비뚤어진 나무, 가지가 잘린 나무, 병든 듯 보이는 나무, 잎이 적고 말라가는 나무도 누군가의 ‘내 나무’가 된다. 익숙해서 보이지 않던 가로수가 이름을 얻는 순간, 도시는 조금 다른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로” 가로수 친구를 찾는 사람들
“저는 가로수길을 산책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고, 집을 구할 때 첫 번째 조건이 나무가 보이는 집일 만큼 나무를 사랑합니다. 나무로 태어나고 싶을 정도죠. 시티트리클럽을 소개하는 ‘우정으로 나무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마음을 보태고 싶어 참여하게 됐습니다.”
본격적인 워크숍 전, 마포의 한 책방에 모인 참가자들은 돌아가며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참가자들을 한데 묶는 공통점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나무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태어난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늘 말해왔다”며 한 참가자의 말에 사람들 사이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환경교육을 전공하는 한 대학원생은 사람들이 가로수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명체로 바라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이 동물보다 움직임이 적어 사람들에게 시각적 자극을 덜 주고 그만큼 생명체로 인식되는 경향도 낮다는 연구를 접한 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가로수 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곁에는 엄마를 따라온 초등학생도 함께 앉아 있었다.
참가자들의 사연에는 크고 작은 상실의 경험도 묻어 있었다. 한 참가자는 집에서 아기 떡갈나무를 키우고 있다며, 학교에 있던 큰 플라타너스가 통행에 방해가 되고 축제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어진 일을 떠올렸다.
“저는 나무를 좋아해서 집에서 무화과나무를 키우고 있어요. 그런데 실내에서 말고, 야외의 땅에서 나무를 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런 방법을 알아보다가 제가 살고 있는 마포에서 나무를 돌볼 수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오게 됐습니다.”
집에서 작은 나무나 식물을 기르고 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집 안에서 물을 주고 잎을 살피던 마음이 거리로 확장되고 있었다. 이 활동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집 안의 무화과나무에 이어, 집 밖에도 커다란 ‘내 나무’가 생기는 셈이었다.
“항상 자연을 위한 활동을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거리감이 느껴지는 활동밖에 보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한다고 하길래 부담 없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숲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며,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말은 때로 너무 크고 거창하게 느껴져 개인에게 무력감을 안기기도 한다. 시티트리클럽이 제안한 방식은 그보다 가까웠다. 집 앞을 나서면 만나는 가로수 한 그루를 알아보고 가장 가까운 자연에게 먼저 손을 건네는 일. 그렇게 이날 워크숍은 나무를 향한 시선과 다정함, 그리고 우정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사라진 가로수, 남겨진 기억
시티트리클럽 워크숍이 마포에서 열린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마포대로는 한때 양버즘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우던 길이었다. 하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기존 가로수가 베어지고 그 자리에 소나무가 심어졌다. 이날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그 기억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포역 바로 앞에서 근무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녹음수였던 양버즘나무가 하루아침에 베인 걸 보고 굉장히 황망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 이번 여름에는 그곳을 지나다니시는 분들이 땡볕에 고생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다른 참가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가 양버즘나무라며 “그래서 마포를 참 좋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활동가는 마포 일대에서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를 베고 소나무를 심는 계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민들과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들은 주민감사청구를 제기했고, 그 결과 일부 플라타너스를 지킬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마포구의 가로수 교체 사업은 지역사회 안팎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다. 기존 가로수를 베고 소나무를 대량 식재한 일을 두고 소나무가 보도 가로수로 적합한지, 공사비 집행과 행정 절차는 적절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주민 505명이 서명해 제출한 감사청구 의견을 서울시가 인용하면서 감사가 진행됐고, 이후 시민감사 결과에서는 절차적 위법성이 지적됐다고 한다.
이들에게 가로수는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는 여름 그늘의 기억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사라진 풍경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서울환경연합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시티트리클럽을 만들었다. 도시에서는 새 나무를 심는 일은 쉽게 주목받지만 정작 이미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돌보는 일은 자주 뒤로 밀린다. 매일 곁에 있어 존재를 잊고 지내다가도,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가로수는 행정적으로 구청이 관리하는 재산이자 도로와 함께 놓인 도시 인프라다. 그러나 동시에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우고, 사람과 동물의 곁에서 살아가는 생명이기도 하다. 이 경계적 위치 때문에 가로수는 종종 생명보다 시설로 먼저 취급된다. 매일 그늘을 만들던 나무가 베어진 뒤에야 사람들은 그 자리에 나무가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서울환경연합은 이 문제의식을 ‘나무의 권리’라는 말로 확장해왔다. 2023년 열린 ‘나무의 권리 시민의 약속’ 워크숍에서는 나무가 늙어 죽을 권리, 태어난 곳에서 계속 살아갈 권리, 부당한 민원과 행정에 거부할 권리 등이 논의됐다.
다만 ‘나무의 권리’라는 말은 다소 어렵고 멀게 느껴질 수 있다. 시티트리클럽은 이 추상적인 질문을 일상의 경험으로 옮긴 프로젝트다. 서울환경연합과 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은 ‘우정으로 나무를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문구 아래, 시민이 동네 가로수를 배정받고 이름을 붙이며 상태를 기록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맵을 만들었다.
핵심은 ‘재발견’이다. 시티트리클럽은 나무를 지키자고 외치기에 앞서 먼저 나무가 보이게 만든다. 시민들이 나무를 알아보고, 기억하고, 관계를 맺게 하는 일. 멀게만 느껴졌던 ‘나무의 권리’를 내 나무를 만나는 일상 속 경험으로 바꾸려 한 시도인 것이다.
가로수 이름을 불러주자 친구가 됐다
소개와 설명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이제 각자의 ‘내 나무’를 만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채비를 했다. 그러기 위해 시티트리클럽 웹서비스 이용 방법을 익히는 시간이 이어졌다.
시티트리클럽은 별도의 앱이 아닌 웹 기반 서비스다. 휴대폰에서는 홈 화면에 추가해 앱 아이콘처럼 사용할 수 있다. iOS의 경우 공유 버튼을 누른 뒤 ‘홈 화면에 추가’를 선택하면 된다.
참가자들은 카카오 또는 구글 계정으로 가입한 뒤 각자 닉네임을 설정하고 워크숍 장소와 가까운 공덕동과 도화동을 활동 지역으로 추가했다. 웹서비스 특성상 푸시 알림은 어렵지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내 나무에 달린 댓글이나 등록한 나무의 변화를 받아볼 수 있다.
나무 배정은 간단했다. ‘내 나무’ 버튼을 누른 뒤 ‘새 나무 배정받기’를 선택하면 된다. 사용자가 직접 나무를 고르는 대신, 설정한 동네를 기준으로 가로수 한 그루가 랜덤으로 배정된다. 나무가 너무 멀리 배정될 경우 ‘작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최대 5그루까지 배정받을 수 있다.
진행자는 도시의 가로수가 모두 크고 아름다운 모습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잘리고, 병들고, 말라가는 나무도 누군가와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배정받은 나무에는 애칭을 붙일 수 있다. 이름이 생기는 순간 익명의 가로수는 관계의 대상이 된다. 참가자들은 이후 나무를 다시 찾아가 상태를 살피고 변화나 문제를 기록할 수 있다. 관심 나무 기능을 활용하면 평소 눈여겨보던 나무나 다른 이용자의 나무를 추가해 댓글을 남기고 소통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티트리클럽은 정식 공개 전인 2026년 1~2월 시범 운영 기간 동안 시민 750명에게 나무 1151그루를 배정했다. 현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다른 지역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거리의 풍경이 아닌 ‘내 나무’를 안아보다
현장 활동 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은 행사에서 나눠준 반다나를 두르고 조끼를 입은 채 책방 밖으로 나섰다.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된 나무를 따라 걸어가자 활동가가 배정받은 도화동의 소나무 ‘마포솔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으로 나무 이제 둘레를 재보려고 이렇게 안아봤는데 내가 태어나서 나무를 안아본 적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되게 벅찼습니다.”
시티트리클럽은 기존 나무 사진을 업로드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무 사진을 찍어 등록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리워드로 받은 줄자를 꺼내 나무에 두르고, 팔로 나무를 감싸 안듯 조심스럽게 둘레를 쟀다. 기록 항목에는 둘레와 수관, 줄기, 햇빛 상태 등이 포함됐다.
등록을 마치자 지도 위에 해당 나무가 활성화됐다. 참가자들은 마포솔이를 ‘관심 나무’로 추가하고 댓글을 남겼다. 화면에 “멋지다”, “푸르게 푸르게” 같은 마포솔이를 향한 응원의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다만 웹서비스와 실제 현장이 항상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기자가 한 참가자와 함께 찾아간 위치에는 나무 대신 베어진 그루터기만 남아 있기도 했고, 또 다른 나무는 최근 위치가 바뀐 듯 서비스 정보와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 가로수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현장의 변화가 즉시 반영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활동가들은 이런 경우 신고 기능을 통해 정보를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토요일 오후의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나무 앞에 오래 머물렀다. 고개를 들어 줄기와 잎을 살폈고, 줄자로 둘레를 재며 나무에 가까이 다가갔다. 이름을 붙이고 기록을 마친 뒤에는 각자에게 ‘내 나무’가 생겼다는 사실을 함께 기뻐했다. 누군가에게는 거리의 풍경이었던 가로수가 그렇게 안부를 묻고 다시 찾아가고 싶은 존재가 돼가고 있었다.
이름을 붙이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
거리 활동을 마친 뒤 책방에 다시 모여 각자가 만난 나무를 소개하고 소감을 나눴다. 참가자들이 붙인 이름은 나무의 생김새만큼이나 제각각이었다.
마포의 한 식당 앞에서 커다란 나무를 만난 참가자는 나무 이름을 ‘엄청 커’라고 지었다. 워크숍에 오기 전부터 큰 나무를 만나고 싶었다는 그는 실제로 거대한 나무를 배정받자 반가운 마음에 그대로 이름을 지었다.
“오기 전에도 큰 나무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진짜 딱 만나자마자 엄청나게 큰 나무가 있었어요. 키도 크고 둘레도 거의 170cm 정도라서 이름을 ‘엄청 커’라고 지었어요.”
반면 작고 상처 입은 나무를 만난 참가자도 있었다. 그는 공원 앞 줄기가 비어 있는 나무에게 ‘강정 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 평소 가로수를 가까운 존재로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작고 썩어가는 나무를 배정받고 나니 오히려 더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큰 나무를 배정받을 줄 알았는데, 되게 조그맣고 약간 썩고 있는 나무를 배정받았어요. 오히려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됐고, 나무가 살아 있고 죽어 있는 생명체라는 게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이름들은 계속 이어졌다. 나무 두 그루를 만난 한 참가자는 자신의 이름 ‘옥경’을 따서 나무에게 ‘오기’와 ‘독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하게 커라”는 뜻이었다.
경찰서 앞 나무는 ‘경찰이’, 공덕역 5번 출구 앞 나무는 ‘대흥이’, 머리가 벼락처럼 생긴 양버즘나무는 ‘벼락이’가 됐다. 집에서 키우는 도마뱀 이름을 따 ‘무럭이’라고 부른 참가자도 있었다. “무럭무럭 다시 자라라”는 뜻이었다. 이팝나무는 ‘이팝팝팝’, 네 갈래 줄기를 가진 나무는 ‘뽀뽀’, 버스정류장 옆 나무는 ‘지킴이’, 빵집 근처 느나무는 ‘빵을 먹자’가 됐다. 누군가의 나무는 ‘귀염둥이’였고, 또 다른 나무는 ‘버텨라’였다.
다정한 이름 속에는 관찰도 함께 담겼다. 참가자들은 나무 밑에 쌓인 담배꽁초와 쓰레기, 드러난 뿌리, 마른 흙, 잘린 가지와 썩은 줄기까지 살폈다. ‘경찰이’를 만난 참가자는 “나무 밑에 쓰레기가 있어서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양버즘나무 ‘벼락이’를 만난 참가자도 주변의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언급하며 앞으로 관심 있게 지켜보고 싶다고 했다.
도보 쪽으로 기울어진 나무를 만난 참가자는 울타리가 뿌리에 박혀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느티나무 ‘빵을 먹자’를 만난 참가자는 무성한 가지를 보고 반가웠지만, 줄기 일부가 썩어 있고 흙이 말라 있어 다가올 여름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늘파이’를 만난 참가자는 나무가 선 흙이 손가락조차 들어가지 않을 만큼 말라 있었다고 염려했다. 그럼에도 그 나무는 인도 위에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는 넓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고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름을 붙인 뒤 비로소 나무의 상처를 보았고, 그늘을 보았고, 마른 흙을 보았다. 길가의 나무는 더 이상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다시 찾아와 안부를 묻고, 다가올 여름을 걱정하게 되는 ‘내 나무’가 돼가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나무가 아니라 시선이었다
“내가 ‘이 나무 할래’ 하고 고르는 것보다, 랜덤으로 나무가 배정되니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배정받고 찾아가는 설렘이 가장 재밌고 좋았어요.”
워크숍을 마친 뒤 한 참가자에게 이날의 경험을 묻자 그는 원하는 나무를 직접 고르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배정된 나무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특별했다고 말했다.
또한 참가자들 다수가 워크숍이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혼자 길가의 나무를 찾아 기록하는 일은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여럿이 함께하니 즐거움이 훨씬 컸다는 설명이다. 나무를 찾아 걷고, 이름을 붙이고, 서로의 나무에 댓글을 남기는 일은 개인의 기록을 넘어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주의(attention)는 가장 드물고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이라고 말했다. 누군가에게, 혹은 무언가에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서 그것은 드물고, 또 그래서 순수한 일일지 모른다.
이날 시티트리클럽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가로수의 위치를 찾고, 둘레를 재고, 줄기와 흙의 상태를 기록했다. 그 짧은 관심만으로도 보이지 않던 상처가 보였고, 당연하게 지나쳤던 그늘이 보였다.
워크숍을 마친 뒤에도 마포대로의 나무들은 여전히 뜨거운 햇빛을 막아주고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달라진 것은 나무가 아니라 이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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