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기공연…글루즈만,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前 수석 객원지휘자 슈텐츠, 월턴 '교향곡 1번'으로 진한 감동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29일 밤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정기공연 '마르쿠스 슈텐츠와 바딤 글루즈만'은 브람스의 낭만과 월턴의 에너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대였다.
연주회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글루즈만이 협연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시작됐다.
글루즈만은 우크라이나 출신의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로, 폭넓은 레퍼토리와 탁월한 해석력으로 명성을 쌓은 연주자다. 1690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엑스 레오폴드 아우어'를 들고 무대에 오른 그는 깊고 풍부한 소리로 관객을 19세기 낭만주의의 세계로 인도했다.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베토벤, 멘델스존의 협주곡과 함께 '3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꼽히는 명곡이다.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등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으로,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린이 함께 만들어내는 웅장한 음악의 흐름이 돋보인다.
글루즈만은 무대에서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연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의 연주는 단순히 기교를 뽐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1악장은 길고 웅장한 구조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화하듯 주제를 주고받는다. 글루즈만은 이 부분에서 맑고 투명한 바이올린 소리로 시작해 점차 감정을 고조시키며 오케스트라와의 긴밀한 호흡을 보여줬다.
2악장에서는 오보에 솔로가 먼저 등장하고, 이어 바이올린이 조용히 그 선율을 이어받는다. 글루즈만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연주에 관객은 조용히 숨을 죽이고 오롯이 음악에만 귀를 기울였다.
3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리듬이 특징으로, 헝가리 집시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활기찬 분위기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글루즈만은 화려한 기교와 함께 음악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글루즈만은 앙코르곡으로 우크라이나 작곡가 실베스트로프의 '세레나데'를 선사했다. 이 곡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선율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의 여운을 잔잔하게 마무리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2부에서는 2017∼2021년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를 지낸 마르쿠스 슈텐츠의 지휘로 월턴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됐다. 슈텐츠는 오페라와 교향악을 넘나드는 폭넓은 레퍼토리와 극적인 음악 전개, 정교한 구조감으로 세계 무대에서 찬사를 받아온 지휘자다. 이번 무대에서도 그는 각 악기 파트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연주를 끌어냈다.
일반 대중에겐 낯선 월턴의 교향곡 1번은 강렬한 리듬과 화려한 관현악 소리가 특징인 곡이다. 팀파니와 금관악기의 힘찬 연주가 무대를 압도했고,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조화로운 소리가 다양한 색채를 더했다. 슈텐츠의 지휘 아래 서울시향 단원들은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집중력으로 곡의 에너지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특히 3악장의 서정적인 플루트 솔로와 4악장의 강렬한 타악기 연주는 관객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겼다. 현악기와 목관, 금관, 타악기가 서로 어우러지며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소리는 마치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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