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전통 방식인 60 대 40 포트폴리오가 앞으로 10년간 시험대에 오를 듯하다.
투자업계의 전설 제러미 그랜섬이 이끄는 자산운용사 GMO는 주식 60 대 채권 40으로 구성된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가 수익률 제로에 가까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GMO의 벤 잉커 자산배분 공동 대표는 27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이런 수익률 부진과 관련해 극단적인 시장 집중 현상으로부터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로써 60/40 포트폴리오가 고평가된 주식과 수익률 낮은 채권의 묶음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잉커 대표는 "이런 포트폴리오가 한 자릿수 초반의 낮은 실질 수익률로 투자자들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밸류에이션에 민감하고 더 역동적이며 글로벌 시장으로 더 다변화한 접근 방식이 앞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성과를 개선하는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몇 년간 시장이 급등하면서 밸류에이션은 투자자들의 핵심 우려 사항이었다.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주가 평가 지표인 미국 뉴욕 주식시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실러 경기조정주가수익비율(CAPE)은 현재 42 안팎으로 닷컴 버블 붕괴 직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해 있다.
CAPE란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학 교수가 창안한 것으로 물가를 반영한 S&P500지수와 주당순이익(EPS) 10년 평균값으로 산출한 주가수익비율(PER)이다.
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EPS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지표로 배수가 높을수록 주식이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60/40 포트폴리오는 이미 상당 기간 강력한 수익률을 누려왔다. 특히 급등한 성장주들이 S&P500지수 상승세를 이끌면서 높은 성과가 나타났다.
강세장의 중심지였던 S&P500지수 정보기술(IT) 섹터는 2020년 이후 무려 314% 급등했다.
잉커 대표는 GMO가 2000년대 초반 개발한 ‘벤치마크 프리 자산배분’ 전략을 언급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밸류에이션 수준이 역사적 평균으로 회귀한다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다.
이 전략은 이미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를 능가했다.
GMO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벤치마크 프리 포트폴리오는 연평균 8.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60/40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2.6%에 그쳤다.
현재의 투자환경은 GMO가 처음 벤치마크 프리 전략을 도입하며 60/40 포트폴리오의 수익률 둔화에 대해 경고했던 1999년의 상황과 섬뜩할 정도로 유사하다.
당시 60/40 포트폴리오는 대형주 밸류에이션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약 14년 동안 연간 1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잉커 대표는 "고평가된 미국의 성장주와 매우 낮은 스프레드의 신용자산 비중을 줄이고 매력적인 가격의 미국 밖 주식과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 전통적인 포트폴리오보다 더 높은 복리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는 또한 지정학적 갈등과 관세에 따른 무역긴장 등 현재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여러 잠재적 리스크도 지적했다.
이어 "미국 주식, 그 중에서도 특히 성장주는 고평가돼 있는데다 변화에 대비한 가격이 반영돼 있지 않다"며 향후 성장세가 유의미하게 둔화하거나 밸류에이션이 타격받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들도 60/40 포트폴리오의 향후 침체기를 경고해왔다.
지난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향후 10년 동안 60/40 포트폴리오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으며 전체 수익률은 마이너스 0.1%에 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기술 섹터로 부(富)가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면서 채권 70%, 주식 30%로 구성된 ‘70/30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의 베테랑이자 투자자문·자산관리 회사 루솔드그룹의 전 수석 투자 전략가인 짐 폴슨은 지난 3월 16일 뉴스레터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60/40 포트폴리오가 더 이상 변동성을 억제하면서 적절한 수익까지 낼 수 있는 최적의 투자방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가 드문 시대로 접어든 듯하다. 따라서 수익을 극대화하고자 한다면 주식 비중은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
폴슨은 "오늘날 적절한 평균 주식 비중이 과거보다 높아야 한다"고 썼다. 이어 "미국의 경기침체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영구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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