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뉴욕증시가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인공지능(AI) 인프라 기업들의 폭발적인 실적 가이드라인에 힘입어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 5만 1000선을 돌파하는 이정표를 세웠다.
29일(현지 시각)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3.49포인트(0.72%) 오른 5만 1032.46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6.43포인트(0.22%) 상승한 7850.06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5.15포인트(0.20%) 오른 2만 6972.62를 각각 기록했다.
AP통신과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이날 증시가 단순한 상승을 넘어 미국 증시 역사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주 마감 기준으로 S&P 500 지수는 9주 연속 주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2023년 이후 최장기간 연속 상승 기록이다. 중동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로 변동성이 극에 달했던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S&P 500은 5월 한 달 동안에만 5.1% 급등하며 강력한 모멘텀을 증명했다. 이로써 올해 누적 상승률은 10.7%에 달하게 됐다.
에드워드 존스(Edward Jones)의 수석 투자 전략가 안젤로 쿠르카파스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랠리는 기술주가 강력하게 견인하고 기업들의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한 결과"라며 "시장이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을 기업 펀더멘털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시장의 주인공은 컴퓨터 및 서버 제조업체인 델(DELL) 테크놀로지스였다. 델은 AI 데이터센터용 서버 수요 폭증을 반영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32.76% 급등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와의 인터뷰를 인용해 "글로벌 빅테크 고객들이 단순히 AI 모델을 '훈련(Training)'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서비스에 '배치·추론(Inference)'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며 이를 'AI 인프라의 르네상스'로 규정했다. 델의 AI 서버 주문 백로그(수주 잔고)는 무려 51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우량한 실적'은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품던 월가의 시각을 완전히 바꿨다. 델의 독주에 경쟁사인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 +12.64%),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11.60%), 오라클(+10.84%) 등 AI 데이터센터 관련 섹터 전반이 동반 폭등했다.
주요 외신들은 엔비디아(-1.4%)와 TSMC가 숨고르기 조정을 받았음에도 증시가 최고가를 경신한 점에 주목했다. AP통신 등은 "AI 투자 열기가 소수의 초고가 칩 제조사에서 하드웨어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생태계 전반으로 넓게 확장(Broadening)되고 있다는 가장 건전한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간 증시의 발목을 잡았던 '고물가·고금리 고착화 우려'도 호르무즈발 훈풍이 불어오며 한풀 꺾인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참모진과 회의를 열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 및 글로벌 물류 대동맥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를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원자재 시장의 안정세가 강화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09% 내린 배럴당 87.93달러에 마감했고, 브렌트유 역시 1.72% 하락한 91.99달러를 기록하며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했다. 유가 안정은 미 10년물 국채금리를 4.44% 수준으로 묶어두며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가해지던 부담을 덜어냈다.
블룸버그는 스미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 주요 자산운용사 의견을 인용해, "시장의 자금 성격이 단순 기대감에서 '실질적인 대규모 수주 잔고를 증명하는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말 사이 전해질 백악관과 이란 간의 실질적인 종전 조율 결과가 다음 주 뉴욕 증시의 추가 랠리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뉴스로드] 강동준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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