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석의 단상] 금융권 AX의 이정표, 양종희의 ‘KB with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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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석의 단상] 금융권 AX의 이정표, 양종희의 ‘KB with AI’

한국금융신문 2026-05-30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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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김의석 기자] AI가 금융을 바꾼다는 말은 이제 새롭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진짜 변화와 유행 추종을 가르는 기준이다. 최근 한국금융미래포럼에서 공개된 KB금융그룹의 AI 전략은 그 경계를 가늠하게 하는 사례였다. 아직 완성된 성공 모델로 단정하긴 이르지만, AI를 조직 운영의 중심축으로 옮기려는 철학과 실행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출발점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한 문장이다. “AI를 외부에서 구입(Buy)해 쓰려 하지 말고, 실전 인재로 채용(Employ)하라.” 기술을 도입 대상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존재로 보겠다는 선언이다. 금융권 AI 활용이 여전히 솔루션을 얹는 수준에 머문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이 프레임은 도발적이다.

‘구입’과 ‘채용’의 차이는 크다. 시스템은 들여오는 순간 노후화가 시작된다. 인재는 키우고 배치하며 함께 진화한다. AI를 조직의 동료로 받아들이려면 지속적 학습, 성과 관리, 책임 배분, 조직문화 변화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AX는 기술 구매가 아니라 운영 철학의 전환이다.

에이전틱 AI가 그 전환의 핵심이다. 기존 생성형 AI가 질문에 답하는 수동형 비서였다면, 에이전틱 AI는 목표 설정부터 실행, 시스템 연동까지 처리하는 하나의 업무 단위다. KB금융은 올해 58개 핵심 업무 영역에 300여 개 AI 에이전트를 투입하는 로드맵을 내놨다. AI를 개별 서비스가 아니라 그룹 운영 전체를 재설계하는 도구로 쓰겠다는 뜻이다.

변화는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산관리 부문 PB 에이전트는 시황 분석, 포트폴리오 점검, 상품 제안을 하나의 흐름으로 처리한다. 반나절 걸리던 상담 준비가 10분으로 줄었다. 시간만 아니라 질도 달라졌다. AI가 시장 데이터, 고객 성향, 기존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분석하면서 PB 간 정보 편차도 줄고 있다. 여신 심사,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에서도 반복 검토가 자동화되면서 현업은 판단과 고객 대응에 집중하는 구조로 바뀌는 중이다.

KB국민은행 에이전트 로드맵. PB·RM·금융상담 등 현장 영업 지원부터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IT 개발까지 115개 세부 에이전트가 조직 전반에 촘촘히 배치된다.
냉정하게 볼 부분도 있다. 반나절에서 10분으로 줄었다는 사례는 특정 케이스일 뿐 전사 평균은 아니다. 에이전트 수가 곧 성과를 뜻하지도 않는다. JP모건, HSBC 등 글로벌 금융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결국 AI가 단순 보조를 넘어 의사결정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럼에도 KB금융이 눈에 띄는 이유는 기술 도입에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성과관리와 거버넌스 체계를 함께 바꿨다. AI 성과를 활용 확산, 생산성, 수익 기여로 나눠 계량화했고, 판단 책임은 기술 조직이 아닌 현업 부서에 뒀다. 데이터 오너십도 비즈니스 조직으로 내렸다. AI 경쟁은 모델이 아니라 조직이 치르는 싸움이다. KB금융은 그걸 알고 있다.

금융 데이터는 생활 데이터로 이어진다. 거래 기록은 소비 패턴이 되고, 소비 패턴은 생애 주기가 된다. KB금융이 시니어 케어형 피지컬 AI까지 실험하는 이유다. 금융 서비스를 단순 거래가 아니라 삶의 흐름으로 확장하겠다는 시도다. 다만 피지컬 AI는 아직 초기다. 금융회사가 이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는 실제 고객 접점과 수익 모델로 증명해야 한다.

과제는 명확하다. 에이전트 확산은 내부통제 공백과 모델 리스크를 키운다. 개별 에이전트의 오류가 연쇄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설명 가능성과 책임 소재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KB금융이 모니터링 강화를 강조하지만, 실패 관리와 이상 감지 체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렵다. 금융 AI의 신뢰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서 갈린다.

망분리 규제 완화도 변수다. 이 규제가 풀리면 AI 도입의 숨통이 트인다. 동시에 보안 책임이 금융회사로 넘어온다. 규제가 막아주던 빈자리를 이제 스스로 채워야 한다. 보안 조직을 비용 부서로 보는 관성을 버리고, 경영진이 직접 투자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 고도화는 언제든 흔들린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KB with AI’를 중심으로 전략·기술·인재·변화관리의 4대 축을 기반으로 한 그룹 AI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반복 업무가 AI로 넘어갈수록 현장 경험과 직관도 함께 줄어든다. 베테랑의 판단력이 데이터로 대체될 수 있는지, AI를 감독할 인간의 역량은 어떻게 키울 것인지.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조직 내 역할 재설계는 기술 로드맵만큼 정교하게 다뤄져야 한다.

양종희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간다. 머지않아 금융의 고객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AI 에이전트가 판단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거래의 중심에 서는 ‘에이전트 경제(Agent-to-Agent)’가 오면, 금융회사가 상대해야 할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 그의 판단은 단호하다. KB금융은 그 변화의 맨 앞줄에 서야 한다.

양종희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간다. 머지않아 금융의 고객이 사람이 아닐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판단하고 알고리즘이 거래 중심에 서는 ’에이전트 경제(Agent-to-Agent)’가 오면, 금융회사가 상대하는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 그의 판단은 단호하다. KB금융은 그 변화의 맨 앞에 서야 한다.

종착점은 밸류업이다. 시장이 묻는 건 AI 투자 규모가 아니다. 그 투자가 수익성과 기업가치로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비용 효율화, 리스크 관리 고도화, 맞춤형 자산관리 강화, 비이자이익 확대. 이것이 숫자로 이어져야 한다. AI는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ROE로 증명해야 하는 경영 과제다.

양종희 회장이 금융권에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AI 를 비용 절감 도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조직의 새로운 동료로 받아들일 것인가. KB금융이 이를 실행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경계선을 넘고 있다는 것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성패는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AI 경쟁은 기술이 아니라 실패를 감당하는 조직의 싸움이다. 양종희의 'KB with AI'가 금융권 AX의 이정표로 남을지,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험대 위에 올라 있다.

김의석 한국금융신문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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