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수용체(HR) 양성, HER2(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형) 음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 중 임상적으로 고위험으로 분류된 환자라도, 유전자 검사 결과에 따라 상당수가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생략할 수 있다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 결과가 ‘2026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 공개된다.
림프절 전이가 있는 환자에서도 정밀의학을 기반으로 '치료 탈에스컬레이션(치료 강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것)'이 가능하다는 첫 무작위 3상 근거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방암 치료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로버트 스타인(Robert Stein) 박사 연구팀은 영국 국립보건연구원(NIHR)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옵티마(OPTIMA)’ 3상 연구의 첫 결과를 5월30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2026 ASCO 연례학술대회' 유방암 세션에서 발표한다.
연구진은 만 40세 이상의 HR 양성, HER2 음성인 조기 유방암 환자 44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은 림프절 1~9개 양성이거나 종양 크기 30mm 이상인 임상적 고위험 환자였다.
연구 대상은 무작위로 2개 그룹으로 나뉘었다. 대조군(표준치료군)은 표준치료(보조 항암치료와 내분비요법)를 받았고, 검사 유도군은 베라사이트(Veracyte)의 프로시그나(Prosigna) 검사를 시행해 재발위험점수(ROR)가 60 이하면 항암치료를 생략하고 내분비요법만, 60을 초과하면 표준치료(항암치료)를 받았다.
프로시그나는 유방암 조직의 50개 유전자(PAM50) 발현을 분석해 유방암 재발위험을 예측하는 검사다. 폐경 전 여성에게는 난소기능 억제를 포함한 현대적 내분비요법을 병행하도록 설계했다.
1차 평가변수는 5년 침습성 유방암 무생존율(IBCFS)이었으며, 검사 기반 전략이 표준치료에 뒤지지 않는지를 입증하는 비열등성 설계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 검사 유도군은 표준치료군 대비 비열등성 기준을 충족했다. 전체 무작위 배정군의 5년 IBCFS는 표준치료군 91.5%, 검사 유도군 90.4%였고, 위험비(HR)는 0.99(90% CI 0.81–1.20, P=0.013)로 통계적 비열등성이 입증됐다. 추적 기간 중 280건의 침습성 유방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중 약 3분의 2(66%)는 원격 재발이었다.
실제 항암치료를 생략한 ROR(재발위험 점수) 60 이하의 저위험군 결과가 핵심이다. 이 환자군에서 5년 IBCFS는 항암치료를 시행한 대조군이 94.9%, 항암치료를 생략한 검사 유도군이 93.7%로 두 군 간 차이는 약 1.2%포인트에 그쳤다.
즉, 임상적으로는 고위험이지만 유전체 검사에서 저위험으로 분류된 환자는 항암치료의 부담과 장기 독성을 피하고도 사실상 동등한 재발 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HR 양성·HER2 음성 조기 유방암 환자 중 ROR 점수 60 이하인 종양을 가진 여성과 남성은 항암치료를 안전하게 피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OPTIMA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림프절 양성 환자의 항암 결정에 대한 레벨 1A 근거(Level 1A evidence)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폐경 전 여성에 대한 치료 모호성을 정리했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무작위 연구들은 폐경 전 여성에서 항암치료의 이득을 보였지만, 난소기능억제(OFS) 사용이 일관되지 않아 그 이득이 항암제의 직접 효과인지, 항암제로 유발된 난소 억제 효과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OPTIMA는 폐경 전 환자에게 OFS를 포함한 현대적 내분비요법을 통합 적용함으로써 항암치료의 진정한 효용을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연구로 평가된다.
다만 결과 해석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적용 대상은 HR 양성·HER2 음성, 림프절 1~9개 양성 또는 종양 30mm 이상의 조기 유방암으로 제한되며, 항암 생략이 가능한 환자는 프로시그나 검사에서 ROR 60 이하로 분류된 환자에 한정된다.
삼중음성유방암, HER2 양성, 광범위 림프절 전이(10개 이상),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게는 이번 결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클리블랜드클리닉 네레아 로페테기-리아(Nerea Lopetegui-Lia) 박사는 "기존 연구들에서는 OFS 사용이 일관되지 않아 폐경 전 여성에서 관찰된 항암 이득이 화학요법 자체의 효과인지 항암제로 유발된 난소 억제 효과인지 불분명했다"며 "OPTIMA는 OFS와 현대적 내분비요법을 통합해 이를 명확히 평가할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는 점이 임상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측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베라사이트 유방암 의학책임자 켈리 마컴(Kelly Marcom) 박사는 "OPTIMA의 결과는 정밀 유방암학의 중요한 이정표"라며 "프로시그나 기반 치료 결정에 대한 레벨 1A 근거를 제공하고, 임상의가 환자별 위험에 맞춰 치료 강도를 더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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